필리핀 진보통신연합 여성네트워킹 지원프로그램(APC WNSP)이 지난해 말 개최한 ‘TAKE BACK THE TECH’ 캠페인의 홍보 동영상 중 한 장면. 온라인에서 무작위로,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성폭력을 경고하고 있다. 24세의 소녀 마리아(가명)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드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되는 공개적인 성추행을 당했다. 놀랍게도 범인은 헤어진 남자친구였다. 여자친구에게 퇴짜를 맞은 데 앙심을 품은 그는 마리아의 이름으로 개설된 페이스북에 누드 사진과 동영상을 게재한 후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이슬람교도인 마리아의 부모님에게 복사본을 이메일로 전송하기까지 했다.
최근 필리핀에서 페이스북을 통한 사이버 성범죄가 잇달아 일어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필리핀은 현재 전 세계에서 여섯째로 페이스북 사용 인구가 많은 나라로 1900만 명이 넘는다.
필리핀에서 최근에 벌어진 또 다른 사건에서는 17세의 한 여학생이 4명 이상의 동급생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카메라 폰으로 촬영된 이 영상은 인터넷에 유포돼 큰 충격을 줬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명한 섹스 비디오 유출 사건인 ‘여배우 카트리나 할리리와 성형외과 전문의 하이덴 코’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이 국민을 놀라게 했다. 필리핀 지방법원이 “문제의 영상을 인터넷에 유출한 범인이 하이덴 코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기각한 것이다.
사건 당시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할리리를 옹호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의 여성운동가 그룹이 최근 개최한 포럼을 통해 인터넷상의 여성폭력을 경고했다. 이들은 “테크놀로지 혁명은 전 세계 수백만 여성들의 삶을 편하게 만들어준 동시에 전자성폭력(Electro
nic Violence Against Women: eVAW)의 희생자로 만들었다”면서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라 여성폭력은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진보통신연합(APC)의 치케이 신코는 “블로그나 페이스북, 트위터에 계정을 가진 누구라도 성폭력의 희생자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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