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 현장에서 총격 받고 쓰러진 아베 전 일본 총리(나라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서부 나라현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에 나섰다 총격을 받고 쓰러져 있다. [교도 통신 제공]
아베 신조(安倍晋三·67) 전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나라(奈良)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가두 유세를 할 때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암살범 야마가미 데쓰야(41)의 모습. [유튜브 '日テレNEWS' 채널 캡처]
현장에서 야마가미를 막아선는 경호원. 야마가미의 왼쪽 허리쯤에
검정 테이프로 돌돌 말린 직접 만든 사제 총기가 보인다. [유튜브 '朝日新聞社' 채널 캡처]
일본 전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67세)가 8일 오전 나라현에서 열린 참의원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일본 역사상 최장수 재임기록을 세우며 퇴임한 현재까지도 일본 정치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아베는 테러범의 총탄에 너무나 허무하게 사망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야마가미 데쓰야(41세)는 해상자위대에서 3년간 복무한 전직 군인이며 아베 전 총리를 저격한 총기는 직접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경찰조사에서 ““어머니가 단체에 빠져들어 많은 기부를 하는 등 가정생활이 엉망이 됐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그가 특정 종교 단체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원한이 있었다”며 “이 단체의 리더를 노리려 했지만 어려워 아베 전 총리가 (그 단체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노렸다”고 진술했다.
그는 다만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서 죽이려고 했지만,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은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도 야마가미가 특정 종교단체 간부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 간부를 노릴 생각이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고 보도했지만, 용의자가 거론한 종교단체 간부는 사건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가미는 자민당 홈페이지에서 아베 전 총리가 나라(奈良)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가두 유세를 하는 사실을 알고 전철로 범행 현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경찰 발표와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야마가미는 정치적으로 우익 성향인 아베를 노린 확신범이 아니라 어머니가 빠진 특정 종교단체가 아베와 연결돼 있다고 믿고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검은 테이프로 감긴 사제 총을 압수했으며 자택 압수수색에서도 사제 총 몇 정과 화약류를 압수했다.
그는 2002∼2005년 해상자위대에서 임기제 자위관으로 재직했으며 당시 소총의 사격과 해체 조립에 대해서 배운 것으로 확인됐다.
야마가미는 또 2020년 가을부터 교토(京都)부에 있는 창고에서 지게차 운전 일을 했지만 ‘힘들다’며 올해 5월 퇴직해 현재 무직으로 알려졌다.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의 주변에서 유세현장을 지켜봤고 오전 11시 30분께 아베 전 총리의 뒤쪽에서 7∼8m 떨어진 거리까지 접근해 직접 만든 총기를 발사했다.
일본 방송 인터뷰를 통해 현장 옥상에서 유세장면을 지켜보던 목격자는 범인이 아베의 뒤로 다가와 첫발을 발사했고 아베가 뒤를 돌아보자 2번째 총탄이 많은 연기를 뿜으며 발사되었으며 2번째 총탄이 발사되었을 때 아베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고 증언했다.
아베 전총리는 총격을 받고 쓰러져 심페 정지가 온 상태에서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었지만 8일 오후 5시 3분에 숨졌다.
아베 전 총리는 부인 아케에 여사(60세)가 병원에 도착한 후 7분만에 숨을 거두었다고 현지 매체다 보도했다.
지지통신은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당한 나라현 경찰 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부검 결과에 따른 아베 전 총리의 사인은 "좌우 쇄골 아래 쪽 동맥 손상에 의한 과다출혈"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의 시신은 부검을 마친 뒤 9일 오전 나라현 가시하라시에 있는 나라현립의대부속병원에서 도쿄 자택으로 옮겨졌다.
한국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전날 아베 전 총리의 장례 시 조문사절 파견 가능성에 대해 "일본 측에서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 내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참의원 선거(10일) 이튿날인 11일 친척, 지인들이 유족을 위로하며 밤을 새우는 쓰야(通夜)를 한 뒤 12일 장례식을 치를 예정이다. 아베 전 총리의 가족 및 친척과 가까운 이들만 참석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고 한다.
아베가 일본의 역대 최장수 총리였던 만큼, 관례에 따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장의위원장을 맡아 정부와 자민당이 합동으로 주최하는 장례식도 추후 거행될 전망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고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대해 "위대한 정치인을 잃었다"며 애도를 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총리관저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참으로 안타까워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에 대해 "나라를 사랑했고, 항상 시대를 한발 앞서 내다보며 이 나라의 미래를 열기 위해 커다란 실적을 다양한 분야에서 남긴 위대한 정치인을 잃었다"며 "아베 전 총리의 생각을 확실히 받아들여 계승해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도 아베 전총리의 비보에 애도의 메세지를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전에서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이자 존경받는 정치가를 잃은 유가족과 일본 국민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폭력적 범죄행위로서 강력히 규탄한다.”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도 8일 행사장에 있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에게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전날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전 총리에 대해 "저와는 한일관계 발전과 동북아 평화·번영을 위해 20차례가 넘는 회담과 전화 통화를 통해 오랫동안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함께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같이 추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미일본대사 관저를 방문해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고 조문록에 서명했다. 그는 또 별도의 성명에서 “부통령 시절 나는 도쿄에서 그를 만났고 워싱턴에 온 그를 반겼다. 그는 미-일 간 동맹과 양국 국민 간 우정의 옹호자”라면서 “최장수 일본 총리로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그의 비전은 지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바이든은 또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기 위해 백악관과 연방정부청사, 군사시설, 해군선박, 해외 주재 미국 대사관 등에 이달 10일까지 조기를 걸도록 지시했다.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금요일 밤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서거를 알게 된 것은 충격과 깊은 슬픔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 정부와 그의 많은 친구와 존경하는 필리핀 국민을 대신해 그의 가족과 일본 전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그(아베)는 필리핀의 헌신적인 친구이자 지지자였으며, 그의 리더십 동안 필리핀과 일본 관계가 진정으로 번성했습니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마닐라서울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