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하루를 마치고 퇴근 할 시간이 되면 한번쯤 전화기를 만지작거릴 때가 있다.
이런 시간에는 집에서 걸려오는 와이프의 전화보다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의 전화가 더 반갑기 마련이다. 하지만 막상 반가운 친구를 만나도 갈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식당을 가자니 분위기가 그렇고 로칼바에서 맥주를 마시자면 알아듣지 못해 감사할 따름인 따갈로그어가 너무 시끄럽다.
그렇다고 요란한 술집을 가기는 더욱 싫다.
조금은 독한 독주로 하루의 고민을 털어버리며 벗과 함께 분위기 있는 곳에서 정다운 이야기가 그리운 이들을 위해 딱 맞는 장소가 어디 없을까?
다행히 한곳을 찾았다. 파라냐케 BF Homes에 위치한 스탠드바”대부”가 바로 그곳이다.
영화 “대부”의 명배우 마론 브란도의 오마쥬를 심볼마크로 장식한 입구부터 남자들의 로망을 자극한다. 크지는 않지만 길게 위치한 바와 나란히 배치된 스탠드바용 의자들은 사뭇 익숙한 모습이다. 벽면을 장식한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빈티지한 사진들은 왠지 정겹고 학창시절 드나들던 홍대나 이대 거리의 개성 넘치는 카페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성조기와 유니온잭이 조화롭게 장식된 천장도 색다르다. 태극기가 아니라 약간 아쉽다. 외국 나오면 다 애국자라는.
대부에서는 술을 너무 사랑해서 많이 마실 필요가 없다. 내가 원하는 만큼 잔 단위로 마실 수가 있다. 물론 안주류는 모두 한국식이다. 온 국민의 건강식 번데기에서부터 장어구이까지 안주계를 주름잡는 14가지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바 안쪽엔 테이블이 따로 세팅되어 있어 편안하게 한잔 술과 담소를 즐길 수 있다. 주인장왈 단체는 사절이라는 농담도 하신다.
혼자라도 관계는 없다. 술 한잔을 소재로 영어와 따갈로그어 두 과목 중 하나를 골라 바텐더걸과 공부하면 된다. 은은한 조명 아래 찬 이슬이 맺힌 위스키잔이 더 정겹게 느껴짐은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았기 때문일까? 한잔 술과 정겨운 담소에 하루의 피로를 달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사랑방 “대부”. 금요일 저녁은 예약필수입니다.
문의전화:02-503-0848
최현준기자(momo@manil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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