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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국발 언론보도, 작은 파문이 쓰나미가 되어 피해를 보는 필리핀 한인사회

등록일 2022년06월25일 13시5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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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코로나 팬더믹에 이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발 고유가, 인플레이션 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필리핀은 여기에 '위험한 국가'라는 낙인까지 더해져 회복에 있어 발목을 잡힌채 더욱 고통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잊을만 하면 한번씩 발생하는 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또 발생했다. 더불어 인종혐오 폭행사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미국을 방문한 필리핀 변호사가 원인불명 총격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측 변호사로 알려져 외교적 파장까지 예고되고 있다.

 얼마 전 필리핀에 입국한 한 30대 한인 배낭 여행객이 채팅앱을 통해 만난 현지인에 의해 감금됐다가 돈을 주고 하루 만에 풀려난 사건이 발생했다. 또 최근에는 대사관 인근에서 중국인 승객을 강탈한 뒤 달아나던 택시강도와 경찰간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 중국인 승객은 한국문화원이 위치한 곳에서 택시를 탔다고 한다. 대사관과 한국문화원 모두 타귁에 위치해 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필리핀에서 이런 사건이 미묘한 시기에 발생했다. 

 ◆ 미국 전역은 2단계 '여행자제' 경보, 필리핀은 대다수 지역 1단계 '여행유의' 경보
 외교부가 운영하는 0404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은 2단계 '여행자제' 국가이고, 필리핀은 대부분의 지역(민다나오 지역은 대부분 3단계와 4단계)이 1단계 '여행 유의' 국가이다. 경보는 남색, 황색, 적색, 흑색 경보로 4단계로 나뉘어 있다. 적색경보는 3단계 경보로 여행예정자는 여행취소 및 연기, 체류자는 긴요한 용무가 아닌한 출국을 권하고 있다. 

 만일 이를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외교부는 여행경보 1~3단계의 경우 위반에 따른 별도 처벌 규정은 없지만, 여행경보 4단계(흑색경보) 발령 지역을 허가 없이 방문하는 경우 여권법 제26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여권 무효화 처분 및 반납명령까지 가능하다.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근 前대위가 이러한 행정조치를 받았고, 경찰에 고발을 당했다. 흑색 경보 지역을 방문하려면 예외적 여권사용 제도를 통해 영주, 취재, 보도, 긴급한 인도적 사유, 공무, 기업 활동 등의 경우에 한해 극히 예외적으로 외교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여행금지국을 방문 및 체류할 수 있다. 
 필리핀에서 루손섬, 비사야스 대부분 지역은 1단계 남색경보 지역이다. 3단계 적색 경보 지역은 팔라완 섬 프에르토 프린세사 이남 지역과 민다나오 섬 대부분 지역이다. 민다나오섬의 다바오와 카가얀 데 오로는 1단계 지역이다. 또한 말레이시아와 인접한 민다나오 서쪽 지역은 4단계 흑색경보 지역으로 여행금지 구역이다.

 그럼에도 국내언론은 미국을 '위험한 국가'라고 낙인찍지 않고 오히려 만만한 필리핀 만을 집중적으로 난타한다.

 ◆ 국내언론의 만만한 필리핀 털기
 최근 연합뉴스는 '필리핀 한국대사관 부근서 심야 총격전…공포에 떠는 한인들'이라는 기사를, YTN은 '해외안전여행정보' 코너에서 외교부 주무관이 출연해 이를 다시 다루었다. 이 코너의 부제는 '필리핀 한국인 대상 범죄 기승'이라고 달았다.

 국내언론들은 연합뉴스발 기사를 그대로 받아 '필리핀 한국대사관 부근서 심야 총격전…한인들 불안감 고조(한국일보, 세계일보)','필리핀 한국대사관 부근서 심야 총격전…교민사회 불안에 떨어(영남일보)','필리핀 한국대사관 부근서 심야 총격전…공포에 떠는 한인들(매일경제)','필리핀 한국대사관 부근서 심야 총격전…교민 피해는(이투데이)','범죄도시 뺨치네…경찰 검문에 총 쐈다, 필리핀 총격전 전말(중앙일보)등 타이틀 뒤만 살짝 변경한 채 그대로 전문을 실었다.

 기사 내용속에 나열된 사례를 엄밀히 따져보면, 한인이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건은 지난달 스카이웨이에서 500만 페소를 강탈당한 사건과 배낭 여행객 사건뿐인데, 본국 언론은 '범죄 기승','공포에 떠는 한인들','교민사회 불안에 떨어','교민 피해는'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클릭을 유도했다.

 언론은 조회수, 클릭 장사로 돈을 번다. 이런 기사를 본 독자들은 '위험한 필리핀 무엇하러 가나?','차라리 다른 나라를 가라','그냥 한국에 있어라! 무슨 해외여행?'하는 식으로 댓글을 단다. 

 언론사는 돈을 벌고, 독자들은 필리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고히 한다. 그리고 여행계획을 접는다. 이런 일련의 행동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거주 한인들이 운영하는 여행사, 식당, 마트, 어학원, 술집, 리조트 등이 입게 된다. 

 외교부가 펴낸 2021 재외동포현황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타귁, 파라냐케, 알라방 지역에는 4,551명의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재외동포현황 자료는 2년마다 한번씩 필리핀 이민청이나 은퇴청, 한인회, 대사관 자체자료를 종합해 작성한다.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에는 모두 31,102명의 한인이 전국 각지에 분포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때 10만 명가량 거주한인이 있었으나 코로나 팬더믹 2년이란 시간을 거치며 썰물처럼 빠져나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재외동포 다수거주 국가 순위에서 14위를 차지했다. 

 14위가 제대로 된 순위일까? 거주국 시민권자를 제외한 대한민국 국적의 국민(영주권 소지자, 일반체류, 유학생수)을 기준으로 하면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호주, 캐나다에 이어 7위까지 순위가 급상승한다.

 거주국 시민권자들이 많은 동포사회는 코로나 펜더믹에서 큰 인구변화가 없었다. 베트남 역시 필리핀과 마찬가지로 시민권자가 없는 국가이다. 한인사회 규모는 필리핀에 비해 5배나 크다. 그럼에도 코로나 와중에 필리핀처럼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았다.

 ◆ 필리핀에 투자, 관광, 이민자가 다시 늘려면
 필리핀의 거주 인구가 줄어든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정권의 인권 인식, 이해 못할 행정, 자연재해, 그리고 한인 대상 범죄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복합해 작용하니 관광이든, 사업이든, 이민이든 필리핀에 대한 호감은 싹 사라지고, 떠나고 싶은 마음만 들게 한다. 

 필리핀 한인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긴 봉쇄를 경험했고, 보라카이는 정화 이유로 해변 폐쇄, 따알 화산 분화 등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했다. 이제 코로나 기세가 한풀 꺾이고, 다시 입국 관광객이 늘어나는 시점에 발생한 단 2건의 사건은 필리핀을 다시금 위험천만한 나라라고 각인시켰다. 

 타귁 택시강도 피해자가 한국인도 아닌 중국인이다. 단지 대사관과 문화원 인근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본국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이라 다행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외국인과 관광객을 상대로 범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의 모티브는 2013년 최세용, 김종석, 김성곤 일당이 필리핀에서 한인 관광객을 연쇄적으로 납치해 살해한 사건에서 따왔다고 한다. 가해자가 한인이 아닌 필리핀 공권력에 의한 한인납치 살인사건(故지익주氏)은 여전히 재판 중에 있다. 10년, 20년 얼마나 더 긴 세월을 재판에 매달려야 할지 답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때 한인관련 강력범죄 다발 발생국 순위 1~2위를 다투던 필리핀이 다수의 코리안데스크와 경찰영사들이 상주하며, 범죄발생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에 있다. 이번 경우처럼 코로나 와중에 잠깐 줄었던 범죄발생 건수도 검역완화 조치와 함께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 한인사회나 필리핀 정부 입장에서 치안이 안정되어야 투자도, 관광도, 이민도 늘게 될 것이다.

 대외적인 악재와 더불어 대내적인 악재가 다시 고개를 쳐들어 부정적 이미지가 덧칠된다면, 필리핀 한인사회는 다시는 인구 10만 명이 거주하는 시절로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것은 거주 한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재필리핀한인언론인협의회>
 

최현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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