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을 덮친 폭풍우 ‘와시’로 사망자 수가 21일(현지시간) 현재 950명을 넘어섰다. AFP통신은 지난 16일 발생한 열대 폭풍우로 인한 사망자가 현재까지 957명으로 집계됐으며 49명이 실종돼 총 사망•실종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재민은 4만7000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사고 후 나흘째인 20일 필리핀엔 시체처리 문제가 최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물이 빠지면서 신체가 훼손된 시신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가 큰 일부 지역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들을 구덩이에 집단 매장할 방침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 남부 일리간 시의 로렌스 크루즈 시장은 이날 방송을 통해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심하게 부패한 시신들을 일단 매장할 예정”이라며 “이미 부패가 시작됐기 때문에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어린이 피해 커…대피 상황 '긴박'
이날 필리핀 재난당국은 "태풍 '와시'로 인한 사망자가 957명, 실종자는 50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중에는 성과 어린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폭풍우는 주민이 잠든 야간에 발생한 데다 홍수에 만조까지 겹치면서 수위가 순식간에 상승해 피해가 컸다.
특히 가가얀데오로시(市)와 인근 일리간 시는 무려 60만 가구가 이번 태풍으로 인해 대피길에 올랐다. 가가얀 데 오르 강 인근의 탐보 마을에선 수십 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발견되기도 했다. 필리핀 적십자사 관계자는 "사망자 가운데 다수가 여성과 어린이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가가얀 데오르에선 적어도 23개 마을이 부분 또는 전체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수와 산사태가 잇따르면서 이들 도시의 대부분 지역에 전력과 물 공급이 중단되고 있다. 인명 피해뿐 아니라 가옥, 건물, 다리 파괴와 차량 침수 등의 재산 피해도 잇따랐다. 가옥과 건물은 주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피해를 봤다.
-새벽에 홍수발생해 피해 커져…
가가얀 데 오르시 관계자는 홍수 피해는 16일 밤부터 17일 새벽 사이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순식간에 성인 남성의 키 높이만큼 물이 찼었다고 현지 주민은 전했다. 가장들이 가족을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 센 물결을 헤치면서 안간힘을 쓰는 안타까운 장면도 연출됐다.
민다나오 당국은 “새벽 2시를 전후해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고무보트 등을 이용해 구조작업을 시작했다”며 “일리간에서도 새벽 시간대에 물이 불어나면서 24개 마을이 침수됐다”고 밝혔다.
현지 관리는 "홍수가 지나간 지역은 물에 잠기거나 물결에 휩쓸려 주택이 상당수 파괴됐다"면서 "많은 주민이 지붕 꼭대기에 매달려 구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카가얀 데 오르 해안에선 32명을 태운 선박이 좌초되면서 해안경비대가 급파돼 구조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 국가재난사태 선포…군병력 투입
필리핀 당국은 현재 군 병력을 투입해 홍수 피해 지역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과 구조활동에 나서고 있다. 구조 활동에는 제4보병사단을 비롯해 민다나오섬 주둔 군병력 2만여명이 전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차원의 홍수 지원 활동도 시작됐다. 필리핀 현지에선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해 홍수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개시됐다
필리핀 정부는 이날 국가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피해지역에 대한 수해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도 21일 필리핀 정부에 50만 달러를 긴급지원 한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금은 이재민들에게 비상식량과 텐트, 담요 등의 구호품 형태로 전달될 예정이다.
김태언 기자 / taeun@manil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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