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필리핀 현지에 건립한 ‘6·25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가 준공 1년도 안 돼 심각한 균열과 엉터리 안내문구로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해 5월 한국전쟁 및 수교 6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필리핀 바기오시에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건립했다.
참전기념비는 필리핀 대사관의 감독 하에 사업비 7300만원을 들여 바기오시 소재 필리핀 3군통합사관학교 내 시민광장에 설치돼 현지 주민과 관광객에게 안보교육과 양국의 우호교류를 상징하는 시설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지 확인결과 검은색 타일형태로 제작된 기념탑 곳곳에 균열로 인한 실금이 선명하게 드러난 데다 비석 이음새에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틈이 벌어진 채 방치되고 있다.
또 기념탑 앞 헌화받침대는 상판 덮개가 접착력을 잃고 떨어져 나간 채 흉물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여기에 한글과 영어로 제작된 기념비 안내문구도 6·25 전쟁 발발일을 1950년 9월 19일로 기록하는 등 총체적인 부실공사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현지 한인회뿐만 아니라 필리핀 3군통합사관학교 측은 무성의한 기념비 건립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바기오한인회 관계자는 “필리핀 한국전 참전기념비의 보수공사를 관계기관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이렇다할 답변이 없는 상황”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보수공사와 부실공사의 배경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기념비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필리핀 대사관을 통해 조사에 착수하겠다”며 “현지 상황이 파악되는 대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필리핀은 한국전쟁 발발시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참전했으며 총 7420여명의 전투병을 파병, 전사자 116명, 실종 16명, 부상자 299명 등 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낸 우리나라의 전통적 우방국가이다.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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