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티투섬 해안에 필리핀 국기를 단 함정이 정박해 있다. AFP 연합뉴스
국제 영유권 분쟁의 중심지인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 간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최근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명시한 법을 제정하자, 말레이시아가 이에 반발하며 갈등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17일 AP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필리핀의 새 해양법에 대해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
모하마드 알라민 말레이시아 외교부 차관은 "필리핀의 해양법을 검토한 결과, 법에서 규정한 영유권 범위가 말레이시아의 사바주와 그 인근 해역을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항의 서한은 말레이시아와 사바주의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결의를 나타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리핀은 지난 8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서명으로 남중국해에서의 자국 영유권을 명확히 규정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반응하며, 필리핀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자국의 해양 주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며칠 뒤,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를 자국 영해로 포함한 영해기선을 공포하며 맞대응했다.
이로써 필리핀과 중국 간의 신경전은 한층 격화되었고, 말레이시아도 영유권 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게 되었다.
말레이시아가 이번에 주장한 사바주 해역은 석유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자칫 중요한 자원을 빼앗길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한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남중국해는 중국 남부에서부터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대만 등 여러 국가들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요한 해역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를 자국 영해로 주장하며,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 기지로 활용하고 있지만,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각각의 해양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이번 갈등은 필리핀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 간의 영유권 분쟁이 얽혀 있어 그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베트남이 스플래틀리 군도 바크 캐나다 암초 주변에 인공섬과 활주로를 건설한 것에 대해 항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베트남은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을 확대하는 필리핀과 달리,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 인공섬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은 한 국가의 이익을 넘어, 동남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각국은 자국의 영토와 자원 보호를 위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며, 그 갈등은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마닐라서울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