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7번 번호판을 달고 EDSA 버스전용차선을 불법주행하던 SUV차량 사진 필스타
필리핀 교통부(DOTr)는 EDSA 버스 전용 차선의 불법 이용을 막기 위해 남향 차선을 북향으로 역방향 주행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계획이 시행되면 북쪽으로 가는 버스가 남향 차선을 이용하게 되어, 버스 전용 차선은 공공 대중교통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교통부 하이메 바우티스타 장관은 “버스의 문이 오른쪽에 위치한 점을 고려해, 안전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통부는 현재 버스 운영사들과 이 계획에 대해 논의 중이며, 연말 전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러한 방안은 최근 EDSA 버스 전용 차선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차량이 증가하면서 마련된 여러 대책 중 하나다. 교통부는 또한 정부 관계자에게 발급되는 관용 번호판의 발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바우티스타 장관은 “이 번호판은 지정된 관계자만 사용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11월 7일에는 EDSA 버스 전용 차선을 불법적으로 주행한 크라이슬러 SUV차량이 7번 관용 번호판을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차량은 상원 의원에게만 발급되는 7번 번호판을 달고 있었으며, 이 차량은 오리엔트 퍼시픽 코퍼레이션 소유로 밝혀졌다. 오리엔트 퍼시픽의 대표 오마르 기놈라는 회사 측의 사과를 전하면서도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번호판의 출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대한 논란은 필리핀 내 특권층의 행태와 법의 공평한 적용 문제로 이어졌다. 해당 차량의 운전자인 엔젤리토 에드판은 교통 위반 티켓을 발급받았으며 면허 정지나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태다. 에드판은 티켓을 발급하려던 MMDA 요원을 차로 치려는 행동까지 보여 논란을 더욱 키웠다.
필리핀 내 교통위반 시 벌금 인상을 제안한 조 페레이라 필리핀 자동차 협회장은 “벌금이 적어서는 억제 효과가 없다”며 평균 월급에 비례해 벌금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하여 인프라와 교통 체계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교통 개혁을 지지하는 알트 모빌리티 PH의 디렉터 아이라 크루즈는 “교통규칙 위반은 단순히 인프라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현상일 뿐”이라며 필리핀의 도시 구조가 대중 교통의 필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그란테 필리핀은 이번 사건이 “법이 부유층에 유리하고 처벌의 강도는 주로 서민에게 가해지는 필리핀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SUV차량이 셔윈 가찰리안 상원의원의 소유라고 알려진 가운데 셔윈 가찰리안 상원의원은 해당차량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7번 번호판을 가족에게 빌려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플라스틱 왕' 윌리엄 가찰리안이 이 고급 차량의 동승자라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교통부 교통특별행동정보위원회로부터 과달루페 역 인근 버스 전용차선을 사용한 혐의로 적발된 가운데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 차량은 나중에 아버지와 동생 케네스가 이사로 재직 중인 가찰리안 가족 회사인 오리엔트 퍼시픽(Orient Pacific Corp.)에 등록된 것으로 밝혀졌다.
가찰리안 의원실은 또 다른 성명을 발표하여 상원의원과 그의 가족의 가짜 의정서 사용 혐의를 차단했다.
마닐라서울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