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인 [AP 연합뉴스]
필리핀 주미 대사인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즈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며 불법 이민자들이 대규모 추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자 당선인이 내년에 취임하기 전에 서류 미비 필리핀 근로자들에게 법적 지위를 취득하는 절차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에는 약 25만에서 3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체류 필리핀인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로무알데즈 대사는 이들이 가능한 빨리 법적 지원을 구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추방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추방될 경우 재입국이 영구적으로 금지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이번 주 초 선거에서 강력한 승리를 거두며 백악관 복귀를 확정지었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노력"을 하겠다는 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공약을 실현할 수밖에 없다"며 추가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무알데즈 대사는 현지 및 국제 언론과의 포럼에서 "불법 체류 신분으로 미국에 남아있는 필리핀인들은 추방을 기다리지 말고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로무알데즈 대사는 미국의 이민 당국 간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불법 체류자들이 은밀하게 체류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으며, 필리핀인들 사이에선 이를 피하기 위해 숨어 지내는 일명 "TNT(타고 낭 타고: 해외불법체류필리핀인)"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법 체류자 10명 중 9명은 결국 발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민 당국에서부터 교통안전청(TSA)까지 모든 부서가 연계되어 있어 정보가 쉽게 교환된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우세 의회,
더 강력한 이민법 제정 가능성
로무알데즈 대사는 이번 선거로 공화당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함에 따라 더 엄격한 이민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법과 규정이 지속될 수 있지만, 공화당의 의회 장악으로 인해 새로운 이민법이 더 쉽게 제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새롭게 제정될 가능성이 있는 이민법은 영주권 취득 자격에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많은 필리핀인들이 영주권 취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필리핀 근로자의
미국 내 기회 확대 가능성
로무알데즈 대사는 미국 내 일부 산업에서 필리핀인들이 법적 체류 신분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괌에서 진행 중인 필리핀 건설 근로자 채용 논의를 언급하며, 괌의 군사 기지 건설 프로젝트에서 필리핀 근로자들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건 분야 역시 유망한 기회로 보이며, 다수의 미국 의료 서비스 회사들이 필리핀 간호사 고용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무알데즈 대사는 "필리핀 간호사들이 미국 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필리핀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무알데즈 대사는 트럼프가 본인의 사업체에서 일하는 필리핀인들의 근면함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하며 "트럼프가 운영하는 호텔과 골프 클럽에서 일하는 필리핀인들이 많고, 이들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필리핀 근로자들의 우수성은 필리핀-미국 관계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와 필리핀의
전략적 협력 기대
트럼프의 재선이 필리핀과 미국 간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로무알데즈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방위 협력 측면에서 양국 간 상호 이익이 크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로무알데즈 대사는 트럼프의 "거래적" 접근 방식이 필리핀이 미국에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마르코스, 당선 축하 메시지
페르디난트 R.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며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 국민 모두에게 "미국 가치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준 운동에서 승리했다"고 축하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깊은 관계, 공통된 신념, 공동의 비전, 오랜 협력 역사를 가진 두 나라에 상호 이익을 가져다줄 광범위한 문제에 대해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전쟁과 평화에서 시험대에 오른 이 흔들리지 않는 동맹이 이 지역과 태평양 양쪽의 번영과 우호의 길을 불태우며 선을 위한 힘이 되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의 오랜 파트너십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며 "이것은 우리가 공유하는 이상인 자유와 민주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필리핀이 전적으로 헌신하는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이라고 말했다.
마닐라서울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