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레바논 남부 티레 지역에서 폭연이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아지즈 타허]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의 충돌이 격화되며 중동 전역이 전면전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스라엘은 9월 23일부터 24일(현지 시간) 레바논 전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의 '북부 화살 작전(Northern Arrows)'으로 명명되었으며, 레바논 내 헤즈볼라 거점과 군사시설을 목표로 했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과 그 피해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공습으로 인한 피해는 심각했다. 레바논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사망자가 최소 558명에 달하며, 부상자는 1,835명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사망자 중에는 아동 50명과 여성 94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중상자가 많아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피해 규모는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에 발생한 ‘34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이다. 2006년 ‘34일 전쟁’ 당시 약 1,200명이 사망했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에서 650여 차례의 공격을 감행했으며, 1,600여 개의 헤즈볼라 관련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주요 목표로는 주거지에 숨겨진 순항 미사일, 로켓, 무인기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또한 레바논 국민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며, 추가 공습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공습을 통해 “북부에서 힘의 균형을 바꾸겠다”고 선언하며, 계속해서 공격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헤즈볼라의 반격과 전면전 가능성
헤즈볼라 역시 반격에 나섰다. 9월 23일 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250여 발의 로켓과 무인기를 발사해 이스라엘의 군수시설 등을 공격했다. 24일에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의 군사 목표를 겨냥해 100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이어갔다.
양측의 충돌이 점점 격화되며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이번 사태가 헤즈볼라에 대한 섬멸 작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헤르지 할레비는 “헤즈볼라에 유예를 주어서는 안 된다”며 공격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레바논의 혼란과 국제사회의 우려
레바논 전역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남부 지역에서는 수만 명의 주민이 북쪽으로 피난을 떠났으며, 고속도로가 마비됐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식료품과 연료를 비축하려는 움직임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주민들에게 무작위로 ‘집을 떠나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공습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격으로 상당한 군사적 피해를 입었다. 특히 17일과 18일 무선호출기와 휴대용 무전기가 폭발하면서 내부 교신망이 붕괴되었고, 헤즈볼라의 지휘 체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또 20일 정예 특수작전부대 ‘라드완’의 이브라힘 아낄 사령관 등 수뇌부가 암살당해 지휘 체계도 무너졌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에서 헤즈볼라의 수뇌부를 잇따라 암살하며, 조직의 중심을 흔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이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이 이스라엘의 안보에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라도 헤즈볼라와의 전투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한 네타냐후는 정치적 비리 혐의로도 압박을 받고 있어, 이번 헤즈볼라 공격이 그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여론도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가 속한 리쿠드당의 지지율은 공격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네타냐후는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번 작전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반응과 유엔의 대응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9월 25일 레바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레바논이 또 다른 가자지구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하며, 갈등 고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 강대국들은 현재 상황을 중재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ABC방송에 나와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교전 격화에 대해 듣고 "미국인들이 떠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선택지가 아직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싶다며 " 이런 선택지를 이용할 수 있을때 지금 떠나야 한다"고 권고 했다. 커비 보좌관은 "미국인들이 떠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선택지가 아직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싶다"며 "이런 선택지를 이용할 수 있을 때 지금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이스라엘이 덫을 놓았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이란의 개입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결정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필요하다면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확전을 노리고 있으며, 이란을 분쟁에 끌어들이려 "덫을 놓았다"고 주장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란은 중동에서 전쟁과 무력 충돌이 확대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대선에서 온건파로 승리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참석으로 처음으로 외교무대 한복판에 섰다.
그는 이날 "우리는 싸움을 원치 않는다"면서 "모두를 전쟁으로 끌어들여 역내 불안정을 초래하길 원하는 건 이스라엘이다. 그들은 우리를 우리가 원치 않는 지점으로 끌고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말로는 확전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행동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마닐라서울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