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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한국국제학교 최경식 교장 칼럼]

동포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필리핀한국국제학교를 돌아보며

등록일 2024년08월10일 21시4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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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한국국제학교 최경식 교장

 

필리핀 한인 동포 사회의 일원으로 3년여 시간 동안 짧았지만 새로움이 익숙함으로 변하는 사이 필리핀에서의 만남과 인연들을 돌아보면 아프리카 속담이 떠오른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참여한다.’
한국에서도 마을학교, 마을공동체 등 다양한 명칭으로 지역사회가 학생 및 청소년 교육에 참여하며 지원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쉬운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이 곳 필리핀에서의 교직 생활을 통해 이 속담의 가능성과 진정성을 되돌아보게 된다.

“시킨 이는 없으나 배려와 봉사가 가득한 동포사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동포사회를 넘어 전 세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던 시기에 필리핀 한인동포사회의 여러 단체에서는 얼굴도 모르는 한국인들을 위해 어디든 뛰어다니고 있었다. 마스크가 없다면 마스크를 전달하는 것에서부터 격리 중 소천하신 분들을 찾아 장례 등의 절차를 수행해 주는 등 동포사회가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따뜻함을 나누는 사회임을 보여주었다. 그 사이 (재)필리핀한인총연합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필리핀 북부지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등 필리핀 내 한국인 동포와 재외국민에게 소리 없이 봉사하며 동포사회를 이끌고 있는 여러 단체와 관계자분들과의 만남은 어색함에서 익숙함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반대로 그들은 어쩌면 낯선 이방인이었던 교장에게 손을 건네며 필리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안내와 자문, 때로는 상담자 역할까지 자신들의 시간과 역량을 충분히 내어 준 시간들이었고 일련의 만남과 관계는 필리핀한국국제학교(이하 ‘KISP’) 학교경영에도 직‧간접적인 도움으로 되돌아왔다.
KISP에서는 격리에 따른 원격수업, 출입국 관련 곤란도 등 많은 상황들이 혼재하였고 더욱이 필리핀 사회나

교육 당국 등과의 소통이나 연결은 원활하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필리핀에 존재함에도 필리핀에 존재하지 않는 기분을 버릴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 한인동포 단체장과 관계자와의 만남은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기회가 되었고 지지와 응원들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학생을 교육하며 지원하고 있는 교직원과 더불어 학교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한 학교경영에 있어서 든든히 버팀목이 되었다. 등교수업으로의 원복은 KISP 전 교직원의 노력과 함께 동포사회의 배려와 지지가 한 데 어울려 만들어진 값진 결과물이었음을 몇 번을 되돌아보아도 부인할 수 없게 한다.

모든 아이들이 내 자녀와 같이 
 

교육의 장을 마련해 주는 풍토
학교교육은 학령기라는 시기가 정해져 있고 교직원 이외의 누군가가 굳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소속된 학교에서의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에 따라 진행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학교만이 존재해서 모든 것을 이루어내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일례로 교사의 공백이 발생하는 순간 동포사회에서 해당 전공이나 교육역량을 갖춘 분의 도움이 없이는 그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 또한 학교교육이라고 하더라도 학교 밖 과정이나 정보를 통해 학생들에게 더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동포사회의 관심과 참여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학교경영에 있어서 교직원의 참여와 협력만큼이나 동포사회의 공감과 지원도 중요한 것이라 하겠다. 주필리핀대한민국대사관,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소(KOPIA) 등에서부터 현지 민간기업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진로교육을 위해 시간과 공간, 전문가와의 만남이라는 기회까지 제공해 주고 있다. (재)필리핀한인총연합회와 주필리핀대한민국대사관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는 재난안전 대피 훈련은 학생들이 지진, 화산 등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외에도 창의적체험활동,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 등 여러 분야에서 동포사회의 참여와 지원이 있기에 학생들의 교육은 하루하루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을 하다 보면 누군가의 부탁이 때때로 부담스럽거나 귀찮을 경우가 많다. 어쩌면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고 누군가 다른 이가 해 줄 수 있는 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곳 필리핀 동포사회에서는 모두가 KISP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 더 많은 교육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들이 가진 것들 나누어 주고 있다. 가끔은 이러한 풍토와 분위기가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작지만 큰 학교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신뢰와 소통의 교육
며칠 전 학생회장이 교장실을 찾아왔다. “작은 규모의 학교이지만 교장과 선생님들이 있기에 학생들이 더 다양하고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많이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한 마디는 KISP 교장으로 재직해 온 기간 동안 쏟아낸 열정과 노력 이상의 보상이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곳 필리핀 생활을 마무리하게 해 주는 것 같다. 동시에 넓게는 필리핀 한인동포사회, 좁게는 한 명이 KISP 구성원으로서 많은 생각을 잠기게 하였다. 
“좋다고 하는 많은 것들이 있더라도 그 시작에 학생이 있지 않았다면, 그리고 학생들이 내 것으로 만들어 주지 않았다면 그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 되었을 것인 만큼 학생들이 잘 참여하며 이끌어주었고 그에 KISP 교직원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학교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 같다.”라고 하며 오히려 감사한 마음으로 화답했다. 

어쩌면 길지 않은 20여 년이 시간 동안 교육자로서 동시에 학생들의 동반자로서 생활하고자 하였고 교직생활의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동안 마음속으로 놓지 못했던 나름의 교육철학은 ‘신뢰’와 ‘소통’이라는 단어로 귀결시킬 수 있다고 본다. 교직원 간, 학생과 교사, 또 교직원과 학부모 등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그 구성원 간의 신뢰가 없다는 사회가 이루어지거나 유지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또한 신뢰하는 조직이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치우침 없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때로는 배려와 기다림으로 소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 두 단어는 늘 공존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교장과 학생, 교장과 교직원, 교장과 학부모라는 학교구성원 간의 관계에서부터 동포사회와의 연결이라는 관점에 이르기까지 분명 부족함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신뢰’와 ‘소통’로 귀결되는 것들이 더 많았기에 교장의 역할이나 존재보다 그 동안 학교구성원의 소리 없는 배려와 지지, 동포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가장 큰 역할을 해 주었다는 확신이 앞선다. 이에 KISP가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로써 거듭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하는 조금은 부끄러운 자화자찬을 해 본다. 

그러나 동시에 “만약 필리핀 한인동포사회와 학교 간의 ‘신뢰’와 ‘소통’이 지금과 같지 않게 된다면…”이라는 쓸데없는 걱정도 가시지 않는다. 정성껏 탑을 쌓아 올리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 열정이 요구되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듯이 동포사회와 학교의 관계에 있어서도 늘 관심 있게 지켜보며 ‘신뢰’와 ‘소통’이 멈추어지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한 명만의 책임이나 역할로 국한되지 않는다. 학교법인 이사회에서는 이사장, 이사로서의 역할을, 교장은 교장으로서의 역할과 행동을, 교직원은 교직원의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해 주는가가 조화롭게 융화되어야 하는 만큼 KISP 학교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역할이나 행동, 언변 등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동포사회의 구성원들 지금과 같이 KISP에 대하여 편견없이 바라보고 학교 구성원의 행보, 학생들의 교육활동 등에 대하여 관심 있게 지켜봐 줄 필요가 있다. KISP에 대해 무조건적인 긍정이나 애정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동포사회의 소속된 모든 분들이 학교에 대한 관심이 끊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양국 정부가 정식인가하여 설립된 유일한 학교인 KISP가 지금까지와 같이 학생의 꿈과 진로를 응원하며 성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아울러 20년 전 KISP의 개교를 위해 힘을 모으고 직접 현장에서 뛰어준 세대만의 한국국제학교라던가 필리핀 한인동포사회를 이루는 많은 분들이 마닐라 내에 있는 여러 국제학교나 로컬학교 중의 하나의 학교라고 인식하기보다 KISP를 ‘지금’이라는 동시대에 함께 살아가며 함께 가꾸어가는 학교라고 생각하고 바라보아주기를 감히 바래본다. 
 

필리핀한국국제학교 최경식 교장

발행인 양한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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