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nel Estomo NCR 지역국장(중앙)과 마카티 경찰서 Edward Cutiyog 서장(우측3)이 필리핀한인총연합회 사무실을 방문해
심재신 회장(좌측3)을 만나 POGO관련 외국인 납치 급증에 대해 환기와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 필리핀한인총연합회
지난 9월 21일 오후 4시, 마카티에 위치한 필리핀한인총연합회 사무실에 Jonnel Estomo NCR 지역국장(소장 계급), 마카티 경찰서 Edward Cutiyog 서장이 함께 방문했다. NCR 지역국장은 1200만 명이 거주하는 메트로마닐라 치안을 책임지는 총 책임자로 한국으로 치면 서울지방경찰청장급 고위인사이다.
필리핀한인총연합회 심재신 회장, 신성호 수석 부회장, 김기헌 마닐라 지회장, 조종환 사건사고 담당 부회장, 김용규 상근 국장이 이들을 맞이했다. 역대 NCR 지역 국장이 외국인 커뮤니티 사무실을 방문한 전례가 없기에 Jonnel 국장의 방문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다.
Jonnel 국장은 최근 POGO 관련 중국인 납치사건이 급증해 사회문제로 비화됨에 따라 필리핀 내 외국인 커뮤니티 운영실태 및 외국인 납치 문제 (필리핀인-외국인
, 외국인-외국인 간의 납치범죄)에 대한 필리핀내 외국인 커뮤니티의 경각심 환기와 PNP의 우려를 전달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심재신 회장은 한국인 커뮤니티는 중국인 커뮤니티와 달리 잘 운영되고 있다고 답한 뒤 거주 외국인 관련 범죄에 대해 PNP가 더욱 관심을 가지고 한국인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거주 한인들의 안전에 관심을 가져 준 PNP에 감사를 표했다.
필리핀내 한인 커뮤니티와 현황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신성호 수석 부회장은 2016년 故지익주씨 납치사건을 언급하며, 이 사건 이후 한국인 관련 납치 사건은 크게 문제된 것이 없다고 Jonnel 국장에게 말했다.
Jonnel 국장은 거주 외국인의 안전을 보장하고, 필리핀인에 의한, 혹은 같은 한국인 간의 납치사건과 같은 범죄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자신도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신성호 수석은 현재 '대사관-PNP', 'PNP-코리안 데스크' 이외 '한인회-PNP' 간의 핫라인 개설을 희망했고, Jonnel 국장은 만일 납치사건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 자신에게 한 밤중에라도 전화를 해주면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신 수석은 한필문화교류축제 예선전에 행사 안전관리를 위해 경찰에 5명 정도 지원 요청을 했는데, 15명이 와서 행사를 도왔다며 PNP의 관심과 지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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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를 표했다. Jonnel 국장은 본선 행사날에도 행사장 주변에 경찰력 지원을 약속했고, 참석자들은 한인사회와 PNP, 한국과 필리핀 간의 교류협력과 우호관계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끝으로 선물을 전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 필리핀내 외국인 커뮤니티 현황 파악 및 적법 비자-사업자 단속 예고
두테르테 정권 내내, 그리고 마르코스 정부 들어서도 계속되는 마약과의 전쟁 이니셔티브도 있지만, 그간 비리 경찰, 범죄 연루 경찰들 때문에 PNP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마당에 지방경찰청장급 고위 인사의 한인회 사무실 직접 방문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그만큼 PNP나 필리핀 정부가 이번 POGO 중국인 납치사건을 민감하게 여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PNA 보도에 따르면, PNP는 이민청에 필리핀 내 거주 외국인(주로 중국인들)의 비자현황, 사업장 주소지 등을 요청했고, 이들을 찾아다니며 위법 행위를 적발해낼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외형상으로는 분간이 가질 않는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탓에 부득이하게 한인들 사업장을 무작위로 방문할 수도 있고, 비자 및 사업자등록을 점검해 무비자, 무면허로 사업을 하는 이들을 적발해낼 것이다. 이점에서 한인들은 유효한 비자 소지, 적법한 비즈니스퍼밋 등을 갖추고 영업을 하길 권한다.
한편, PNP고위층까지 나서 혼동(중국인과 한국인)에 주의와 우려를 표한 마당에 우리 대사관과 코리안 데스크는 한인회와 함께 연례 정기적으로 열어야 하는 안전대책회의 등을 아직도 열고 있지 않고 있어 무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필리핀대사관은 2019년 국정감사 지적사항에 대한 시정 및 처리 결과 보고에서 ○ 필리핀 사법기관과 공동으로 안전종합대책회의를 개최하여 우리 교민대상 범죄행위 분석 및 예방대책 논의 ○ 지역별 교민대상 안전 세미나 개최를 통해 형사 절차 안내, 현지 교민 범죄사례 공유 등을 통해 우리 국민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보건위기 이후 중단된 이 같은 행사는 2022년 9월 현재까지도 열리지 않고 있다.
◆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 표방한 필리핀의 그늘
POGO (Philippine Offshore Gaming Operators)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근해 게임 운영자'로 필리핀 내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지만, 필리핀 국민이 게임에 참여할 수 없고, 해외를 대상으로 온라인 게이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박 회사를 의미한다. 이들은 도박을 불법으로 여겨 처벌하는 중국 정부의 단속의 손길을 피해 필리핀에 안착했다.
중국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전임 두테르테 대통령은 코로나 시기, 줄어든 세수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의 요청을 거절하고, PAGCOR (The Philippine Amusement and Gaming Corporation)를 통해 중국 POGO 업체들에 허가를 내주었다. 이 결과 지난 2019년 6월 기준 POGO 업체 수는 56개에 달했으며, 이곳에서 근무하는 중국인들만 138,000명에 달하게 된다.
이후 우후죽순처럼 늘던 POGO 업체와 이들이 임대한 사무실과 숙소, 필리핀인 직원들 덕분에 필리핀 경제는 한때 때 아닌 특수를 맞이하기도 했다. 거리에는 중국어로 된 간판을 한 식당 및 식료품점 가게들이 늘어났다. 또한 중국인들에게 집을 임대하는 필리핀인 건물주들과 임대 사업자들이 시세보다 최고 2~3배 높은 임대료를 이들에게서 받으며 상업용 및 주거용 부동산 시장가격 상승을 부채질해 실수요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이다. 필리핀 정부는 POGO의 불법성과 본국으로 다시 귀환할 수 없는 사업의 특수성을 노려 매출액 대비 세금을 요구하며 규제강화와 더불어 단속에 나섰다. POGO 업체들은 필리핀 정부의 무거운 세금과 단속을 피해 캄보디아나 말레이시아 등 인접한 다른 동남아 국가로 사업 터전을 옮겨갔다. 이 결과 필리핀내 POGO 업체 수는 2022년 7월 기준 26개까지 줄어든 상태이다.
필리핀에 중국인들이 입국하려면 사전에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입국 후 비자를 발급해주는 조건으로 뒷돈을 챙긴 이민청 직원들이 무더기로 검거되고 최근 최종 해고되었다.
많은 불법 입국자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POGO에서 일하는 일부 중국인 근로자들은 정식 비자를 갖추지 못하고, 사업장 역시 사업자등록증 없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매춘이나 마약, 납치 범죄까지 함께 기승을 부렸다. 필리핀은 e-Sabong이라는 온라인 닭싸움 운영허가를 내주며 한 차례 다수의 게이머들 납치 및 실종자 문제로 홍역을 겪었다. 여기에 중국인들끼리 납치범지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단속의 칼날을 뺏어든 것이다.
PNP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생한 29건의 납치사건 15건이 POGO 관련 납치사건이다. 납치 사건 중에는 게이머를 납치해 감금하며 본토 부모들로부터 거액의 몸값을 받아내고, POGO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은 납치 후 매춘, 불법 장기매매 등에 이용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중국계 필리피노 커뮤니티는 중국 본토에서 불법인 관계로 도박관련 업무종사자는 귀국시 처벌을 두려워해 피해를 입어도 신고를 꺼린다. 게다가 가해자 중에는 필리핀 경찰들까지 있어 더욱 음지로 숨어들고, 이러한 특성 탓에 어디에도 하소연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테르테 정부 당시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고, 마르코스 정부 들어 재무장관을 지내고 있는 Benjamin Diokno 장관은 최근 POGO 사태와 관련하여 "POGO에서 들어오는 국가 수입도 줄고, 각종 사회 문제만 양산해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 생산에 일조하니 POGO를 아예 없애자"라며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필리핀 재벌이 소유한 부동산에 POGO 업체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필리핀은 여전히 국가차원에서 카지노 산업을 관광 산업과 세수확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를 꿈꾸며 오늘도 카지노 건설과 도박 산업 인허가에 관대한 입장이다.
◆ 6년째 법정공방 중인 전대미문, '지익주'씨 납치 살인사건
故지익주씨 사건은 지난 2016년 10월 앙헬레스에 위치한 지씨 집에서 필리핀 전 현직 경찰들에 의해 납치된 지씨가 퀘존에 위치한 필리핀 경찰청 본부(Camp Crame)내 주차장에 주차한 차안에서 목 졸려 살해된 뒤 시신마저 화장 후 화장실에 유기한 전대미문의 엽기적인 납치사건이다.
이 사건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필리핀 공권력에 의해 그것도 필리핀 경찰청 본부 안에서 외국인이 납치되어 살해되었기에 당시 외교적 파장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로널드 델라 로사 PNP 청장(현 상원의원)은 물론 두테르테 대통령까지 한국 정부와 국민, 미망인에게 범인검거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한 중차대한 사건이다.
이후 양국 대통령이 바뀌고, 대사가 3차례 바뀌었음에도 재판은 지지부진 그 자체이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1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 고 지익주씨 5주기 당시 올해 5월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
지난 2019년 주필리핀대한민국대사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외교통일위원회는 '영사서비스 및 재외국민 보호' 정책을 거론하며 "지익주씨 사건의 경우 용의자 5명 중 3명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며, 1심 재판이 3년째 계속되는 등 진전이 없으므로, 고위층 소통을 통한 해결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사관측은 주요 범죄공판에 담당영사 또는 법률자문관이 우리국민관련 전체 공판 진행사항을 각 법원을 통해 수시로 확인하고 담당영사에게 진행사항을 보고, 담당영사는 각 건별로 대사관 조치 필요사항을 확인하여 서한 발송 등 적극적인 영사협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망인 최 모 씨는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공소를 유지하기 위해 필리핀에 계속 체류 중에 있다. 언제쯤 결론이 날지 기약이 없지만, 필리핀 공권력에 의해 외국인이 살해당한 사건이고, 가해자들에게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또한 가해자들이 지익주씨가 마지막이 아닌 다른 한인 납치 계획도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지속적인 여론의 관심을 호소한 바 있다.
◆ 필리핀에서 납치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와 관광산업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
필리핀에서 현지인에 의해 발생하는 범죄는 생계형과 권력형 범죄로 나뉠 수 있다. 생계형은 말 그대로 단순 금품을 노린 소매치기, 강도, 납치살인 사건 등을 의미한다. 반면, 권력형은 정치인, 행정가, 지역 공무원, 경찰 등 권력층과 연계된 이권(광산 개발, 밀수, 상권, 방산 등)에 외국인들이 개입되거나 연루되어 피해를 입는 경우이다. 권력자들은 필리핀 국민 뿐 아니라 외국인을 상대로 살인교사를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돈과 권력이 있다면 상대가 외국인이라도 전혀 문제될 것도 개의치도 않는다. 필리핀의 진짜 무서운 점은 바로 이런 이점이다.
중국인들은 말이 통하는 자신들끼리 가해를 가하고 피해를 입는 것처럼, 한국인도 마찬가지로 한국인들끼리 사기나 납치 범죄를 가하고 또 피해를 입는다. 이외 범죄는 현지인이나 공권력(주로 경찰)과 결탁해 이른바 '셋업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이다.
같은 한인들끼리는 납치범죄와 살인을 저지른 경우는 '범죄도시2'에서 모티브를 삼았던 '한인납치단' 사건이 대표적이다. 최세용(주범, 무기징역), 김종석(자살), 김성곤(무기징역)은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뒤 필리핀으로 도주해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체류하면서 최소 19회에 걸쳐 관광 온 한인을 납치하여 피해자나 가족으로부터 금품을 갈취하고 살해, 은닉한 엽기적인 납치 범죄 조직 사건이다.
이 사건은 그동안 천혜의 환경과 관광 포인트로 사랑을 받았던 필리핀의 이미지를 한 순간에 '위험한 국가, 가지 말아야 할 국가'로 낙인찍기에 충분할 만큼 파장이 컸다. 이 사건이 진정되고 잊히는가 싶더니 2016년 지익주씨 사건이 발생해 필리핀은 사실상 '안전'문제에 있어 회복 불가 수준의 부정적 이미지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관광객을 납치 고문 후 살해하는 줄거리를 지닌 영화 '호스텔'의 배경이 된 '슬로바키아(설정상)'는 자국에서 찍지도 않은 이 영화 한편으로 관광 산업이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되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을 통해 수리남 정부가 자국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었다며 항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테르테 정부 들어 대대적으로 벌인 마약과의 전쟁은 어떻게 보면 국가를 마약으로부터 지키는 이니셔티브였지만, 남용된 결과 작전 도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기에 인권단체나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비난과 감시를 받게 되었다.
필리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 관광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12.8%, 고용 인원은 536만 명에 달했다. 이 같은 수치는 코로나로 2021년 6.7%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세계관광협의회(WTTC)의 필리핀 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필리핀 여행 및 관광 산업이 향후 10년 동안 국가의 GDP에 대한 기여도가 6.7%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늘길이 막히고, 검역이 강화되는 보건위기로 인한 탓이 가장 크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필리핀은 관광하기에 안전하지 않은 나라'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필리핀 정부 당국(PNP, 관광청, 이민청 등)은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재필리핀한인언론인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