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개발협력역사관. 이곳에서는 KOICA의 차기 수장을 뽑는 면 접이 진행됐다. 외교부 산하기관인 KOICA의 이사장은 차관급으로 임기는 3년이다. 임원추천위원 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외교부 장 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현 김영목 이사장은 12일 퇴임할 예정이다. KOICA는 지난 4∼9일 인터넷 홈페이지 를 통해 이사장을 공모했고, 이날 응모자 10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했다. 절차대 로 이사장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천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가지 않 는 대목이 있다. KOICA의 한 직원은 "외교부는 연휴를 앞 둔 지난 3일 홈페이지에 '이사장 공모' 공지 를 게시하고 이어 12일 퇴임식, 13일 취임식 을 준비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공모 를 하게 되면 통상 한 달 전에 공고하고 절 차를 밟아 여유가 있게 진행하는데 이번에 는 연휴 4일을 빼면 실제 2일밖에 준비할 시간이 없어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고 의심 했다. 그는 또 "퇴임식과 취임식 날짜까지 곧바 로 지정해 주면서 준비하라고 하는 것은 그 간의 공모 절차를 봤을 때 누군가 정해졌음 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인사 검증 등에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하 면 누군가를 정해놓지 않고서야 공모 접수 마감 나흘 후에 취임식을 열 것을 준비하라 고 지시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 보인다. 기자는 10일 면접에서도 이상한 점을 눈 치챘다. 1991년 창립한 KOICA는 이남기 초대 이 사장(이탈리아•필리핀 대사)을 시작으로 2 대 박쌍용(본부•유엔 대사), 3대 정주년(태 국 대사•KOICA 부총재), 4대 신기복(캐나 다•유엔 차석대사), 5대 민형기(LA 총영사• 인도네시아 대사), 6대 김석현(이탈리아•아 일랜드•자메이카 대사), 7대 신장범(칠레•이 란 대사), 8∼9대 박대원(알제리 대사•토론 토 총영사), 10대 김영목(이란 대사•뉴욕 총 영사) 이사장까지 모두 외교관 출신이었다. 그런데 이날 면접에는 외교관 출신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코트라 출신 2명, 학계 1명, 기업인 2명, 언론인 1명, 내부 출신 3명 등 모두 10명이었다. 다른 KOICA의 직원은 "애초 외교부는 정 년이 가까워진 대사 출신 4명을 이사장 후 보로 대통령에게 추천했는데, 이번 이사장 공모에는 아무도 응모하지 않았다"며 "이는 이미 후보가 내정됐다는 사실이 외교부 주 변에 알려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 했다. 그는 "KOICA는 44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어 현지 공관장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사 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외교관 출신이 아니 면 협조를 얻어내기가 어려워 지금까지 외 교관 출신이 이사장으로 부임한 것으로 안 다"고 설명했다. 4일 이사장 공모 공지가 홈페이지에 올라 가기 전 KOICA 내부에서는 이미 코트라 출 신의 K씨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래서 직원들은 K씨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온종일 포털 사이트를 찾거나 주변 인 물에게 물어보는 등 관심을 쏟았다고 한다. KOICA의 또 다른 직원도 "사실상 특정인 을 내정해놓고도 요식행위에 불과한 이사장 공모는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볼멘 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외교관 출신들이 이 사장 자리를 독식해오다가 이제는 다른 기 관에서까지 낙하산으로 내려오려고 하는 것 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이제 KOICA도 내부에서 수장을 배출할 때가 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OICA 임원추천위원회는 10일 면접을 마치고 금명간 3명의 이사장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며, 외교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 령이 이사장을 임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