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유력자 대화 입장 피력…필리핀 반중정서·미국 정책공조 극복해야
중국이 국제재판소의 남중국해 영유 권 분쟁 판결에 앞두고 지난 9일 실시된 필리핀 대통령선거 결과에 지대한 관심 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필리핀 대선에서 사실상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시 시장이 당선되자 필리핀 차기 정부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중국에 적대적인 입장 을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두테르테 후보와 함께 현재 여론조사 에서 선두를 달리는 세 후보들이 남중국 해 분쟁 해법으로 중국과의 외교적 대화 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 중국은 기대를 걸고 있다.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은 필리핀 대 선 과정에서 출마한 후보들에게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며 이를 정책에 반영시키 기 위해 전력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후보는 그간 남중국해 문제 에서 친미, 반중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현 베니그노 아키노 정부와 달리 중국과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고 공동 자원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최근 "중국을 이길 수 없을 것이 다. 우리가 전쟁으로 간다면 가루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대신 양국 공동으 로 석유나 천연가스 탐사를 벌이자"고 말 했다. 중국 외교부도 필리핀의 새 정부를 향 해 기대감을 표시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 일 정례브리핑에서 "필리핀의 새 정부가 우리와 함께 갈등을 적절하게 처리함으 로써 양국관계를 건강하게 발전하는 궤 도로 조속히 돌려놓기를 희망한다"며 " 양국관계의 내일이 더 좋아지길 기대한 다"고 말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최 근 정례브리핑에서 두테르테 후보를 언 급하며 "그가 당선되면 현 다자간 대화 가 2년내 결실을 보지 않을 경우 중국과 양자대화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 을 내세웠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두테르테 시장이 다자간 대화를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 투트랙 접근'(양자간 당사국 간 직접대화, 중국과 아세안 간의 남중국해 평화•안정 공동수호) 방식을 고수하겠다며 반대 입 장을 피력했다. 루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투트랙 방식 은 중국만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중 국과 아세안국가들이 합의한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DOC)에도 명확히 규정돼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이날 사설에서 두테르테의 대선 승리 이후 필 리핀의 외교가 미국 편중 상태에서 균형 있는 상태로 복원돼야 한다며 두테르테 측이 중국-필리핀 관계를 얼마나 회복시 킬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강 조했다. 필리핀 대선결과가 오는 25일께 확정 된 이후 필리핀 정부가 네덜란드 헤이그 의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중국을 상 대로 제기한 남중국해 분쟁 조정도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결정이 이뤄질 전망 이다. 중국 정부는 필리핀에 유리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중재 결정을 받아들이 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중국의 관변 학자들은 필리핀 정부의 남중국해 정책이 필리핀의 국익뿐만 아 니라 지역 안보를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 며 중국과 필리핀 간 양자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 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 세계전략연구원의 쉬리핑(許利平) 연구 원은 "현 아키노 정부의 남중국해 정책 이 필리핀의 국익에 반한다는 내부 비판 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필리핀 대선에서 어 떤 후보가 당선되든 기존 정책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쉬 연구원은 "필리핀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와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국과의 공동 해양탐사나 중 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참여 등을 예로 들었다. 천칭훙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 구원은 "미국이 그간 중국과 필리핀 간 관계에 개입해 긴장을 고조시켰던 행위 는 새로운 필리핀 정부의 출범으로 상 당 부분 제약을 받을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기대처럼 필리핀의 남 중국해 정책이 일순간에 바뀌기를 기대 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 의 시각이다. 필리핀으로선 중국의 경협 지원이 절 실하기는 하지만 국민의 반중국 정서를 새 정부가 무시하기는 힘든 데다 전통적 우방인 미국이 경제•군사적 원조를 약속 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