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후 필리핀에서는 돈벌이를 위 해 해외로 나가는 것이 유행이었다. 한해 수 백만 명의 필리핀인이 인근 동남아나 중동, 미국, 한국, 일본 등지의 건설 노동자, 파출 부, 운전기사 등의 일자리를 찾아 모국을 떠 났다. 의사나 학자, 전문기술직 종사자 등 소 위 화이트칼라층도 더 높은 연봉과 안정된 생활을 위해 기회가 되면 주저 없이 필리핀 을 떠났다. 이러한 '두뇌 유출'은 필리핀의 발전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지 목돼 왔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가 최근 들어 바뀌고 있 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필리핀 경제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이후 필리핀의 연평균 경제성 장률은 6.2%로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 가운 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이는 필리핀 내에 서 돈을 벌 기회가 더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2011년 해외 거주 필리핀인은 1천40만 명으 로 2005년에 비해 두 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업적 가운데 하나 로 '탈(脫) 필리핀 감소'를꼽기도 했다. 2016 년 기준으로 해외 거주 필리핀인은 940만 명 이하로 추정된다고 필리핀 정부는 밝혔 다. 특히 과거에는 국외 거주자의 절반 이상 이 거주국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는 것으 로 조사됐지만, 최근에는 귀국을 검토하겠 다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국외 거주자들에게 필리핀으로의 귀향을 권유하는 잡지가 최근 몇 년간 발행 부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특 이한 현상이라고 WSJ는 전했다. 필리핀어로 '귀환자'라는 의미의 '발리크 바얀'이라는 이 잡지의 편집장 라파엘 오리 엘은 "수많은 필리핀인이 과거 행정부의 부 패와 비전 부재로 인해 고국을 등지고 떠나 갔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귀환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실제 행 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화이트칼라층이 돌아 오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없지 만, 그런 트렌드는 확연하다"고 강조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이들은 창업하거나, 기 존 업체의 임원 등으로 발탁되면서 필리핀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WSJ 는 전했다. 하지만 오는 9일 치러질 예정인 필리핀 대 통령 선거 결과는 이런 트렌드가 계속될지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2010년 아키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필 리핀의 고성장이 이어졌고, 정치 사회적으 로도 안정됐지만 정부가 바뀌면 또 어떤 일 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