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범죄자 처형" 두테르테 시장 우세…부통령 선거전 독재자 아들 선두 다툼 '필리핀판 트럼프'의 선두 굳히기냐, 다른 후보들의 뒤집기냐...
오는 9일 필리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으면서 후보자들이 막판 총력전을 펼 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시 시장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그레이스 포(47) 상원의원, 마누엘 로하스(58) 전 내무장관, 제조마르 비나이(73) 부통령이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업체인 펄스아시아가 지난달 19 ∼24일 실시한 조사에서 두테르테 시장 지지 율이 33%로 포 의원(22%), 로하스 전 장관 (20%), 비나이 부통령(18%)을 10%포인트 이 상 앞섰다. 또 다른 여론조사회사인 SWS의 최근 조 사에서도 두테르테 시장이 33%로 포 의원 (24%), 로하스 전 장관(19%), 비나이 부통령 (14%)을 제쳤다. ◇ 두테르테 "6개월내 범죄근절" 공약… 재산은닉 의혹•가톨릭계 반감 변수 선거 초기 변방의 후보자로 여겨졌던 두테 르테 시장이 대통령 취임 6개월 안에 범죄 근 절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선두 주자로 올라서 그 여세를 몰아가고 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모든 범죄자를 처형할 것"이라며 자신이 22년간 시장으로 재직한 다바오시를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시장 시절 자경단을 운영해 범죄자 1 천700명을 죽인 것으로 알려져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지만 잦은 강력 범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강한 카리스마의 두테르테 시장에게 환호하고 있다. '징벌자'로 불리는 두테르테 시장은 거친 언 사로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 도널드 트럼 프를 능가한다는 말까지 듣는다. 작년 1월 교황의 필리핀 방문 때 도로 통제로 교통 체증이 빚어지자 교황을 욕했다. 그는 유세장에서 1989년 다바오 교도소 폭 동사건 때 수감자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에 대해 "그녀는 아 름다웠다. 시장인 내가 먼저 해야 했는데"라 고 말했다. 이를 비판하는 호주와 미국 대사 에게 "입을 닥치라"며 외교관계 단절까지 경 고했다. 선거 막판에 다른 변수가 등장하면서 두테 르테 시장의 발목을 잡을지 주목된다.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은 두테르테 시장이 2억 페소(48억 원) 이상이 있는 비공 개 은행 계좌를 갖고 있다며 재산은닉 의혹을 제기했다. 두테르테 시장 측은 처음에 이를 부인하다 가 계좌 존재를 인정하며 트릴라네스 의원 주 장보다 적은 금액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자 다른 후 보들은 범죄와 부패 척결을 주장하는 두테르 테 시장이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고 비난했다. 필리핀 가톨릭주교회의는 지난 1일 정치적 으로 불안하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후 보를 거부하라고 유권자에게 촉구했다. 이는 두테르테 시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 려지면서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인 유권자들 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끈다. 필리 핀 전체 인구의 83%가 가톨릭 신자다. ◇ 입양아 출신 여성의원 "폭력 안 쓰는 안정적 지도자 뽑아달라"…역전 모색 여성 대통령을 꿈꾸며 선거 초반 우위에 섰 던 포 의원은 폭력을 쓰지 않고 약속을 지키 는 '안정적인 지도자'를 뽑아달라고 호소하며 역전을 노리고 있다. 적극적인 의정 활동과 깨끗한 이미지로 가 장 신뢰할 만한 후보로 평가받지만 두테르테 시장의 기세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관건이다. 아기 때 버려져 유명 영화배우인 고 페르난 도 포 부부에게 입양된 포 의원은 양부모의 인 기를 바탕으로 2013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양모의 동생인 여배우 로즈메리 소노라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불륜으로 태어났다는 소문이 있지만 본인은 부인한다. 집권 자유당(LP) 후보인 로하스 전 장관 은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의 '지원 사격' 속 에 행정 능력과 정책 일관성을 강조하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아키노 대통령과 등을 지 고 야당 UNA의 대선 후보로 나선 비나이 부 통령은 경제성장의 과실 공유와 빈곤 탈출을 약속하며 유세장을 누비고 있다. ◇ 부통령 선거는 독재자 마르코스 아들-여성 하원의원 2파전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통령 선거 는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 르코스 주니어(58) 상원의원과 레니 로브레도 (52) 여성 하원의원의 2파전 양상이다. 최근 펄스아시아의 여론조사에서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지지율 31%로 로브레도 의원 (26%)을 앞섰다. SWS 여론조사에서는 로브레 도 의원이 26%,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25% 로 오차 범위(±2%)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아버지의 고향인 일로코스노르테 주지사 와 하원의원을 거쳐 2010년 상원에 입성한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은 부통령 선거에서 승 리하면 차차기 대권을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마르코스 독재 시절에 대한 향수와 현 정치 에 대한 불만이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의 인기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마르코스 독재 시절의 잘못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는 마르코 스 가문의 권력 복귀를 막아야 한다며 반마 르코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