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이 대통령 이 되면 내가 먼저 제거될지도 모른다." 29일 일간 마닐라불러틴 등 현지 언론에 따 르면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여당 후보인 마누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 지지 유세에 나서 이런 심경을 드러냈다. 내달 9일 치러지는 대통령과 부통령 선거에 각각 출마한 두테르테 시장과 독재자 페르디 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을 두고 한 말 이다. 이들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 를 달리고 있다. 아키노 대통령은 이들이 권력 을 잡으면 1970년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계 엄 시절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목숨 을 바쳐서라도 민주주의를 수호할 준비가 돼 있 다고 말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두테르테 시장의 언행에 대해 강한 반감을 보였다. 잇단 막말로 '필리핀판 트럼프'로 불리는 두 테르테 시장은 대통령 취임 6개월 이내 범죄 근 절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 다", "피비린내 나는 대통령 자리가 될 것"이라 고 말했다. 또 범죄자를 죽이는 군과 경찰이 직 권 남용으로 기소되면 사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하루에 1천 명을 사면할 것"이라며 자 신에 대해서는 '셀프 사면'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아키노 대통령은 독재자 마르코스 가 절대 권력을 휘두른 어두운 계엄 시절을 떠 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두테르테 시장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권력을 남용하면 맞설 것"이라며 "그 럼 내가 첫 번째로 제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마르코스 가문의 국가권력 복귀를 막아야 한다고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마르코스 독재 시절의 잘못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는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부통령에 당 선되면 아버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키노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여당 대선 후 보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자신 의 부모가 토대를 쌓은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의 아버지 니노이 아키노 전 상원의원은 마 르코스 전 대통령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였 으며 1983년 미국 망명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마닐라공항에서 암살당했다. 이후 그의 어머니 코라손 아키노는 정치가로 변신했으며 1986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몰아낸 '피플 파워'(민중 의 힘) 혁명으로 필리핀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