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마르코스 아들 출마 부통령 선거전도‘치열’
필리핀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 면서 대권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입양아 출신 여성 상원의원의 독주가 주춤하 고 후발 주자의 추격이 거세다.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 들이 출마한 부통령 선거전 또한 치열하다. 내달 9일 치러지는 필리핀 대선은 그레이스 포(47) 상원의원, 로드리고 두테르테(70) 다바 오시 시장, 제조마르 비나이(73) 부통령, 마누엘 로하스(58) 전 내무장관의 4파전 구도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펄스아시아가 3월 중순 유권자 4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서 포 의원이 지지율 28%로 1위를 지켰고 그 다음으로 두테르테 시장(24%), 비나이 부통령 (23%), 로하스 전 장관(19%) 순이었다. 그러나 필리핀 방송사 MBC-DZRH가 이달 2 일 7천490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두 테르테 시장이 지지율 36%로 포 의원(28%)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비나이 부통령과 로하 스 전 장관은 각각 15%를 기록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려온 포 의원에 맞서 두테르테 시장이 급부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 의원은 아기 때 버려진 입양아 출 신으로, 2014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유명 영화배우인 고(故) 페르난도 포가 양아버지다. 포 의원은 부인하지만, 양어머니의 동생인 여 배우 로즈메리 소노라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불륜으로 태어났다는 소문에 휩싸여 있다. 조직력이 열세일 수밖에 없는 무소속 대선 후보이지만 남다른 출생 배경과 깨끗한 정치적 이미지에 힘입어 인기를 끌고 있다. '징벌자'라는 별명을 가진 두테르테 시장은 대통령 취임 6개월 안에 범죄를 근절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득표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모든 범죄자를 처형할 것이다",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마닐라만에 버리겠다"고 말하는 등 사 법체계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만연한 범 죄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언행을 놓고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에 빗대어 '필 리핀판 트럼프'로 부르기도 한다. 비나이 부통령은 2014년 연임 의사를 드러낸 베니그노 아키노 현 대통령과 등을 진 뒤 야당 연합인 UNA 후보로 대선에 나섰다. 비나이 부통령은 1970년대 마르코스 전 대 통령의 계엄 시절 인권변호사를 지내다가 마카 티시 시장을 거쳐 2010년 부통령 자리에 올랐 다. 마카티시 시장 재직 시절 건설공사와 관련 한 비리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로하스 전 장관은 집권 자유당(LP)의 대선 후보이지만 행정 역량에 비해 정치적 카리스마 가 부족해 지지율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달 초 필리핀 이주근로자가 많은 홍콩에서 대선 후보로 는 처음으로 해외 유세를 펼쳤다. 필리핀 부통 령 선거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마르코 스 주니어 상원의원과 프란시스 에스쿠데로 상 원의원의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지난달 펄스아시아의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 의 지지율이 25%의 동률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은 아버지 고향인 일로 코스 노르테의 주지사, 하원의원을 거쳐 2010 년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적 입지를 넓혀왔 다. 부통령에 당선되면 다음 목표는 대권으로 관측된다. 1970∼1980년대 마르코스 개발 독재에 대한추억이 그의 주요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 나 일부 역사학자와 마르코스 독재 치하 피해 자들, 현 정부는 '독재자 마르코스 부활'을 우려 하며 마르코스 잔재 청산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