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뭄대책 요구 시위대에 발포·유혈충돌… 농민 3명 사망·50여명 부상
"우리는 가뭄 구호, 특히 쌀을 원했는데 총알 이 날아왔다." 지난 1일 필리핀 남부의 북 코타바토 주에서 경찰이 가뭄대책을 요구하는 농민 시위대를 강 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농민들이 절규했다. 2일 일간 마닐라스탠더드투데이 등 현지 언 론에 따르면 시위 현장에서 경찰 발포로 농민 3명이 숨졌다. 양측의 충돌로 최소 53명이 다쳤 고 이 중에는 경찰관 20여 명도 포함돼 있다. 엘니뇨(적도 해수온 상승) 현상으로 태국, 베 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가 극심한 가뭄에 시 달리는 가운데 필리핀에서 가뭄 피해를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시위에 나선 것이다. 농민과 가족, 지지자 등 5천∼6천 명이 북 코 타바토 주의 고속도로 일부를 점거한 채 가뭄 으로 굶주리고 있다며 정부에 쌀 1만5천 포대 와 보조금을 요구했다. 이 지역에서는 영세농가들이 벼농사를 짓거 나 옥수수, 바나나, 코코넛 등을 기르는 데 가뭄 탓에 2억4천만 페소(60억 원 이상) 이상의 피해 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 농민들은 "가족들이 먹 을 게 없어서 쌀을 달라고 했는데 경찰이 시위 대에 총을 쐈다"고 비난했다. 농민단체인 필리핀농민운동(KMP)의 페드로 아나도 코타바토주 지부장은 "폭력적인 시위대 해산 작전에 관련된 주 정부와 경찰을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 정부와 경찰은 농민들이 불법 시위 를 벌였고 시위대가 먼저 폭력을 썼다며 책임 을 시위대에 돌렸다. 엠미로우 멘도사 주지사는 "농민들이 해산을 거부하고 경찰관을 공격, 폭동을 일으켰다"며 " 시위대에서 처음 총을 쐈다"고 말했다. 경찰도 "시위대가 돌을 던지는 등 공격적이 었다"고 밝히고 은신 중인 시위 주도자의 검거 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내달 치러지는 필리핀 대통령 선거의 쟁점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무소속 대선 후보인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은 "가뭄 피해에 대해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며 농민들을 거들었다. 야당 후보인 제조마르 비나이 부통령은 "쌀 을 달라는 농민들에게 폭력을 쓴 것을 개탄한 다"고 말하는 등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 이에 에르미니오 콜로마 대통령궁 대변인은 "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고 적절한 제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