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테 섬 거주 박상현 씨 하이옌 태풍 상황 알려와
"순식간에 사람이 살 수 없는 도시가 돼버렸 습니다. 바로 서 있는 나무가 한 그루도 없을 정 도인데 중장비가 없어 사람 손으로 일일이 치우 는 실정입니다." 지난 8일 이른바 '슈퍼 태풍'으로 불리는 하 이옌(Haiyan)의 직격탄을 맞은 필리핀 중남부 레이테 섬 올목시티에 거주하고 있는 박상현 (50) 씨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 몸 하나 누일 곳 없는 폐허가 됐다"고 현장 상 황을 전했다. 25만 인구가 사는 올목시티에는 평소 6∼7명 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번 태풍으로 인 한 한인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박씨는 덧붙였다. 그는 시 당국으로부터 이 지역에서 사망한 인원이 수천 명에 달한다는 내용을 전해 들었 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통신 사정이 좋지 않아 인근 다른 지역의 한인 피해 상황은 알지 못한다고 알려왔다. 필리핀 정부는 이번 태풍으로 36개주에서 무려 428만 명이 피해를 봤으며 34만2천 명이 공공대피소 신세를 지고 있는 것으로 잠정 집 계했다. 박씨는 태풍 당시의 상황에 대해 "아침 일찍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곧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쳤고 정신을 차려 보니 지붕이 날아가 있었다"면서 "나무로 만든 집들은 형체 가 없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태풍이 지난 뒤 두절됐던 통신망은 11일 오 전이 돼서야 복구됐다. 3년 전부터 현지 골프장 에 근무하고 있는 그는 "20∼30년 된 나무가 골 프장을 가로질러 쓰러졌고 현장 모습은 마치 내전 중인 아프리카의 모습같이 보일 정도"라 며 망연자실했다. "폭풍우가 워낙 강하게 몰아 쳐 몸을 가눌 수 없는 것은 물론 빗방울이 얼굴 을 때릴 때 마치 주먹으로 얼굴을 내려치는 것 처럼 아팠습니다. 골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한인들도 우선 이들의 피 해를 복구하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잔해 속에 서 건질 만한 물건을 찾고 있는데 멀쩡한 것은 하나도 없더군요." 박씨는 "사망자는 물론이거 니와 부상자도 많은데 아직 구조대를 보지 못 했다"며 "100㎞가량 떨어진 타클로반 지역의 피해가 워낙 커 필리핀 정부에서 아직 이곳까 지는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 같다"며 국제사회 의 지원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