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닮은꼴’현직 시장, “범죄자 처형” 극단적 언사로 인기몰이
필리핀 대통령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5월 치러지는 대선이 4파전으로 굳어 진 가운데 입양아 출신의 여성 상원의원이 여 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나머지 3 명이 그 뒤를 쫓고 있다. 17일 현지 여론조사업체인 펄스아시아가 지난 1∼6일 유권자 2천600명을 대상으로 지 지 후보를 조사한 결과 그레이스 포(47) 의원 이 28%로 1위를 기록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70) 다바오시 시장이 24%, 제조마르 비나이(73) 부통령이 21%, 마 누엘 로하스(58) 전 내무장관이 20%로 그 뒤 를 이었다. 펄스아시아의 2월 조사 때와 비교 하면 포 의원 지지율은 2%포인트 상승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포 의원은 아기 때 버려진 입양아 출신이다. 양아버지는 유명 영화배우인 고(故) 페르난도 포로 2004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포 의원에게는 양모의 동생인 여배우 로즈 메리 소노라와 독재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 스 전 대통령의 불륜으로 태어났다는 소문이 따라다닌다. 양부모의 인기를 바탕으로 2013년 상원 선 거에 출마해 당선된 포 의원은 아버지의 못다 한 꿈을 이루겠다며 대선에 출마했다. 한때 미국 시민권자였던 포 의원은 '필리핀 10년 거주' 등 대선 후보 요건을 갖추지 못했 다는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자격 박 탈 결정을 받았지만 대법원이 지난 8일 이를 뒤집어 기사회생했다. 포 의원의 인기 요인으로 남다른 출생 배 경과 성장 과정, 무소속 정치인으로서 깨끗한 이미지가 꼽힌다. 그는 일자리 창출, 빈곤 해 결, 경제 성장을 위한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두테르테 시장은 펄스아시아의 조사에서 한 달 만에 지지율이 2%포인트 오르며 종전 2위 비나이 부통령을 제치고 포 의원에 바싹 다가섰다. 그러나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인 SWS의 지 난 4∼7일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21%로 포 의 원(27%), 비나이 부통령(24%), 로하스 전 장 관(22%)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그는 과격한 발언을 거침없이 일삼아 '막말 의 대가'로 불리는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 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 온다. 두테르테 시장은 "대통령이 되면 취임 6 개월 안에 범죄를 뿌리 뽑겠다"며 허술한 총 기 규제와 빈곤으로 빈발하는 각종 범죄에 염 증을 느낀 유권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는 작년부터 "대통령이 되면 모든 범죄자 를 처형할 것이다",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마닐라만에 버리겠다", " 마약상을 수용할 장례식장이 더 필요할 것이 다" 등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극단적 발언으로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두테르테 시장은 작년 1월 교황의 필리핀 방문 때 도로 통제로 교통 체증이 빚어진 것 과 관련, 교황을 욕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비나이 부통령은 2014년에 개헌을 통한 연 임 의사를 내비친 베니그노 아키노 현 대통령 과 틀어진 뒤 야당 연합인 UNA의 대선 주자 로 나섰다. 그는 1970년대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 의 계엄 시절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빈곤 탈 출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며 유세를 펼치고 있다. 로하스 전 장관은 집권 자유당(LP)의 후보로 아키노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해 부패 를 척결하고 빈곤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 다고 약속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자신이 낙점한 대선 후보 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현 정부의 실정과 로하스 전 장관의 카리스마 부족 등으 로 지지율이 정체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