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태풍 하이옌이 최근 필리핀 중 부지역을 휩쓸면서 5천 명이 넘는 사망 자를 낸 가운데 필리핀 기상 당국이 태 풍 예보 때 용어를 잘못 선택해 인명 피 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필리핀 기상당국이 `폭풍해 일'(storm surge)이라는 용어 대신 `쓰 나미'(tsunami)라는 용어를 사용해 하 이옌의 위력과 위험성을 경고했다면 인 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필리핀 기상당국은 하이옌이 지난 8 일 필리핀에 상륙하기 전 `곳에 따라 최 대 7m 높이의 폭풍해일이 발생할 가능 성이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하지만, 수많은 필리핀인들은 폭풍해 일이라는 용어를 이해하지 못했고, 따 라서 폭풍해일로 인한 위험에 제대로 대 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미국의 월스 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가 장 피해가 컸던 타클로반시의 한 관계자 는 "만일 기상당국이 `쓰나미'라는 용어 를 사용해 경고를 했다면 나는 매우 겁 을 먹었을 것"이라면서 "기상당국이 `폭 풍해일'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은 분명하 게 와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클로반 지역 공무원들은 하 이옌의 예상되는 위험성을 과소평가하 고 대비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들은 비상시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 을 너무 적게 비축하고, 노약자들을 안 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데도 실패했으 며, 하이옌이 강타한 뒤 거의 24시간 동 안 도움을 요청할 수단조차 확보하지 못 하고 있었다. 마르 록사스 필리핀 내무장관도 필리 핀 기상당국이 폭풍해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예보를 한 것이 여러 가지 문제 들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이전에 폭풍해일이 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며, 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기상학자들이 사용하는 특 수한 용어로 알고 있었다"면서 "만일 `쓰 나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면 최소한 사 람들은 위험에 대해 더 잘 인식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폭풍해일과 쓰나미는 규모가 아니라 기원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구별되는 용 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폭풍해일은 열대성 폭풍이 지나가는 동안 기압의 변화와 강풍 때문에 발생 하는 `초대형 파도'를 가리키는 용어이 며, 쓰나미는 지진으로 발생하는 해일, 즉 지진해일을 의미하는 용어다. 어쨌든 하이옌의 위력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 었던 타클로반 공무원들은 주민들을 강 제로 대피시키지 않았고,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를 원한 주민들도 대부분 집에 남 았으며, 결국 이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 실제로 타클로반시 주민 22만여 명 가운데 집을 버리고 대피소를 찾은 주민 은 1만 5천300명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