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에 든 자는
선정에 드는 자는
방황해서는 안 되며,
나쁜 일을 삼가고
방일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조용히 앉을 자리와
누울 자리를 마련하여 지내야 합니다.
잠을 많이 자서는 안 됩니다.
부지런히 깨어 있어야 합니다.
나태와 환상과 웃음과 유희와 성적 교섭과
거기에 필요한 장식물들도 함께 버려야 합니다.
수행자는 비난을 받더라도 두려워 말고,
칭찬을 받더라도 우쭐거리지 말아야 합니다.
탐욕과 더불어 인색함을
제거해야 합니다.
- 숫타니파아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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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세요
법륜 스님
제 첫사랑은 가정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리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외로울 때 자주 보니 정이 들었습니다. 저 자신에 대해 좋지 않은 마음이 들고 저를 좋게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아기를 유산시킨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했지만 유산시킨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지금 미혼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아는 분의 아들이 데모를 하다 감옥에 갔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감옥에 있으니까 가슴이 너무 아파서 밥도 안 먹고, 방에 불도 안 때고 날마다 면회 가서 아들을 쳐다보고 울었어요. 또 감옥에 있는 아들은 어머니가 날마다 우시고 점점 야위어 병들어가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파서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울었어요.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고 아들은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지요. 그러나 이것은 중생의 사랑입니다. 중생의 사랑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해치는 겁니다. 이런 경우 수행자라면, 어머니는 근심 걱정 없이 잠도 잘 자고 건강하게 살며 파출부라도 해서 돈 벌어 아들 영치금이라도 넣어주고, 불경(佛經)도 넣어주면서 “엄마는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라고 하고, 아들도 바깥에 살 때는 참선도 못 했는데, 날마다 참선하며 지내지 좋습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라고 하면서 서로 편안하게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아들이 그렇게 말하면 “엄마는 밖에서 고생하는데 너 혼자 편안하냐?”라고 불효막심하다 하고, 어머니가 그렇게 살면 “자식은 시멘트 냉방에서 떠는데 엄마는 뭐가 좋아 웃고 다니냐?”라고 합니다. 이게 바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질문의 주제로 돌아와서 보면 지금의 문제는 아이를 유산 시키느냐 시키지 않느냐가 아니라, 이미 유산을 시켰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처님 당시의 일입니다. 어떤 아이가 부처님께 찾아와서 이야기했습니다.
“부처님,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우리 아버지가 할머니 산소에 가서 꼬박 3년을 울고만 계셔서 농사도 안 짓고, 아무것도 안 해서 집안이 풍비박산이에요.”
부처님께서 아이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시고 아이의 귀에 무어라고 속삭였어요. 얼마 후 마을에 이 아이가 미쳤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마을 입구에서 아이가 풀을 가득 베어다가 죽은 소한테 자꾸 먹으라고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마을 사람들이 소가 죽었으니 아무 소용없다고 하지 말라고 해도 아이는 계속 소 앞에 앉아서 “소야. 먹어라.”라고만 하는 거예요. 아들이 미쳤다는 소문이 할머니 무덤가에 울고 있는 아버지한테까지 들어갔어요. 아버지가 놀라서 아이에게 와 보니 정말 아들이 죽은 소한테 풀을 먹으라고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죽은 소가 어떻게 풀을 먹나? 미친 짓 그만두지 못해!”라고 화를 냈어요. 그러자 아들이 아버지를 쳐다보면서 “아버지는요?”라고 말했어요. 그 때, 아버지가 딱 깨쳤어요.
이것이 부처님의 방편입니다. 어리석은 행동은 나쁜 행동이 아니에요. 그러나 어리석은 행동은 나쁜 행동 이상으로 큰 괴로움을 가져오지요. 그래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어리석을 깨우쳐야 합니다. 자기를 돌아봐야 해요. 질문하신 분은 먼저, 자기체면, 자기이익 때문에 남도 아닌 자기 자식을 죽일 수 밖에 없었으니 자신의 눈이 어두웠던 걸 깊이 참회해야 해요.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점잖은 척, 잘난 척하지 말아야 합니다. 두 번째,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면 안돼요. 더 나아가서는 나 같은 경우에 아이를 낳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미혼모의 아이들을 돌봐준다든지, 부모가 이혼해서 키우지 못하고 버리는 아이가 있으면 데려다 키우든지, 돈을 지원한다든지, 봉사를 하게 되면 이 일을 계기로 내가 보살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과거의 잘못이 도리어 복이 되어 내가 큰 원을 가진 보살이 되는 것이지요. 울고 후회하는 건 부모님 묘 앞에서 우는 사람하고 같은 어리석은 것이에요. 죄의식에 사로잡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일을 계기로 탁 깨쳐서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남이 버린 아이를 데려다 키우면서 아이를 버린 부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다면 이것이 유산시킨 아이의 영혼을 천도하는 것입니다. 잘못한 일이 오히려 좋은 일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수행자는 과거의 잘못을 가지고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교훈 삼아 현재와 미래의 잘못을 교훈 삶아 현재와 미래의 잘못을 경계하고 어리석음을 깨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참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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