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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근 컬럼] 이전투구의 선거판에 우려되는 경제

등록일 2007년05월04일 15시2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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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05-04
 

 

이전투구의 선거판에 우려되는 경제

 

 5. 14 중간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폭력과 비방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잘나가는 경제가 표류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루가 멀게 발생하는 폭력사태와 비난 공방은 필리핀만의 전매특허가 아니고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등지의 후진국에서 심심찮게 목격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목격되는 일이기에 좌시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산 카를로스시에서는 체육관에서 유세활동을 하는 현직 시장에게 태연히 다가가 총을 쏴 루셀리노시장과 경호원이 죽고 5명이 총상을 입는가 하면, 누에바 에시자에서는 정적인 후보자 측근간에 총격전이 일어나 후보측의 경호원으로 차출된 경찰을 포함한 4명이 죽고 7명이 부상당했다.

이외에도 매복 저격 등 크고 작은 선거테러가 난무하고 있으며 수도권에서만 10명이 넘는 후보들이 살해 위협에 시달려 후보자당 최대 4명까지 지원되는 경찰 경호원이 모자라 경찰당국은 경호 인력을 증가시키고 있다. 경찰은 이나마도 지난 두 차례 선거에 비해 폭력사건이 현저히 줄었다고 하니 다소 위안이 된다.

금권 선거 역시 선거판을 흐리고 있다.

대선까지 출마했던 베네시아 하원의장은 그의 아성에 도전한 벤지에 림 다구판시장과 서로 매표행위를 하고 있다며 금품과 고발이 수반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한 후보는 유사시 10만 페소의 보험금과 1만 페소의 묘지제공권이 첨부된 당원증을 발급하고, 다른 후보는 50-1000페소에 이르는 현금과 식품 교환권을 교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향인 제네랄 산토스시에서 하원의원에 도전한 복싱영웅 파키야오는 보험증권을 교부한 혐의를 받으면서도 살해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역구에 비해 폭력사태가 수반되지 않고 있지만, 전국구인 상원의원 선거는 에스트라다-아로요 전 현직 대통령간의 대리전의 양상을 보이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비난과 성명전의 연속이다. 아로요대통령의 최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조세 혜택과 주거지원 내용을 담은 노동절 메시지를 놓고도 매표행위 논란이 있고, 군의 치안 보조 활동을 지시한 아로요대통령의 발언도 관권 개입이라는 시비를 받고 있다.

아로요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졌다는 최근의 여론조사가 야당측 의뢰인이 반대를 유도하도록 설문내용을 교묘하게 만들었다는 정부측의 비난도 나오고 있다.

매스컴과 이동통신회사들은 선거광고를 하는 후보들의 경쟁으로 엄청난 광고료 수입을 올리고 폭주하는 홍보성 텍스트 메시지로 국제 전화가 가끔 불통돼도 손 볼 겨를이 없어 보인다.

언론은 시의원에 당선되려면 최소한 2천만페소를 써야하고 그보다 상위직인 자치읍장, 시장, 주지사, 하원의원들은 몇 배를 쓸 테고 상원후보들은 수억 페소를 쓴다고 보도하고 있다. 아직 상원 당선권인 12위에 들지 못한 피차이 하원부의장은 광고료로만 2억 페소 이상을 쓰면서도 지지율이 3-4% 늘었다는 여론조사에 고무돼 더 많은 광고비를 쓰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필리핀의 선거법이 각종 선거비용의 상한선을 정하고 지정된 장소외 포스터를 규제하며 이를 위반 시에는 선관위가 후보자격을 취소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지만 엄포에 그치고 있다. 거리는 포스터와 각종 홍보차량으로 덮여 가히 온 나라가 선거전에 휘말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선거판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치인들이 선거자금으로 쏟아 내는 막대한 자금이 서민들에게 ‘부의 재분배’를 가져오고 경기를 활성화 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단견(短見)이며, 길게 보면 정치인들이 선거자금의 몇 곱을 챙기기 위해 임기중 온갖 이권과 비리에 개입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

 

이렇게 암울한 정치 현실 속에서도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2-3%대의 낮은 인플레 속에 페소화는 계속 강세를 보이고 증시는 신규 기업공개사가 늘어남에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기업자금의 젖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옥의 티’ 라면 이중 제조업체가 없어 기형적인 산업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과 소비가 활기를 띠고 영어사용국이란 프리미엄에 힘입어 콜센터 등 각종 기업업무 외주업(BPO)도 활황이다.

미국 카지노와 호텔업계의 대부인 도널드 트럼프조차 필리핀에 10억불 이상을 투자할 용의가 있다며 눈독을 들이는 가운데, 중국이 호텔, 광산, 철도 등에 수십억 불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는 뉴스가 줄을 잇고 있다.

작년 말 유찰됐던 국영 최대 발전소인 6백메가급 만신록 석탄화전의 6월 입찰에는 한전 등 국내외 23개사가 입찰의향서를 내고 있다.

오로지 우려되는 것은 1/4 분기 재정 적자규모가 예상보다 커서 금년도 재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금년 적자 예상분 620억 페소중 80%에 달하는 520억 페소의 적자를 1/4분기에 기록해 금년도 재정적자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국제 금융기관의 예측에 필리핀 정부는 550억 페소에 달하는 정부보유 산 미겔사 주식(500억)과 메랄코사 주식(50억)을 팔 계획이라 목표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거가 있는 해라 재정 지출이 계속 늘고, 구조적인 세수목표 미달(1/4분기 185억 페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일회성 수입으로 메우려는 안이한 발상은 문제가 있다.

전시적 지출을 줄이고 징세 목표를 달성하려는 기본적인 자세만이 재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첩경임을 깨달아야 한다.

지난 수년간 교육 보건등 대 국민 복지 예산과 사회 인프라 투자를 희생해 가면서 어렵사리 쌓아 올려온 공든 탑을 일거에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정부는 설사 선거에 지는 한이 있어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하원과 자치단체를 여당이 석권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므로 그런 가정조차 필요 없지만...

지출을 줄이고 치안만 확보하는 18세기적 ‘야경국가’의 소임만 잘 해내도 술술 풀려갈 경제는 이제 국민도, 기업도 아닌 바로 정부가 하기 나름이다.

애쓰지 않아도 한국이 필리핀 영어교사를 대거 유치할 계획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저절로 들려오고 있지 않은가. 비록 발음을 한 두달에 걸쳐 미국식으로 교정하는 시험을 치른다는 전제가 붙어 있지만 이것은 일도 아니다. 세계에서 교육, 그 중 영어 교육에 가장 돈을 많이 쓰는 한국 영어시장의 개방은 양국이 득을 보는 윈-윈 게임이 될 것이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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