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서 열린 미중정상회담 [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16일(토) 페루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에 스프래틀리 군도(Nansha Qundao) 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중 관계의 네 가지 "레드라인"을 제시하며 양국 관계에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미국은 Nansha Qundao의 관련 섬과 암초에 대한 양국 간 분쟁에 관여해서는 안 되며, 도발을 조장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Nansha Qundao는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를 지칭하는 용어로, 이 군도는 중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100개 이상의 작은 섬과 암초로 이루어져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2016년 필리핀이 승소한 중재 재판에서 이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된 바 있다. 필리핀은 스프래틀리 군도의 북동부를 자신들의 카라얀 섬군(Kalayaan Island Group)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남중국해의 해양 분쟁은 "관련 국가 간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다자적 접근법에 대한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영토, 주권, 해양 권익을 확고히 수호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루어졌으며, 중국과 필리핀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진행됐다.
중국은 11월 9일 필리핀이 국제법에 따라 해양 구역을 정의한 새로운 법안 두 건에 항의했으며, 이에 대응해 스카버러 암초(Scarborough Shoal)의 기준선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양국은 서로 대사를 소환하며 갈등이 격화됐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국제법, 항행의 자유, 비행의 자유, 평화와 안정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제시한 '레드라인'
시진핑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미중 관계의 네 가지 "레드라인"을 명확히 했다.
1. 대만 문제: 시 주석은 대만 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임을 강조하며, "대만 독립 활동과 양안 평화 안정은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2. 인권 문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중국은 서방의 인권 비판을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며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3. 중국의 체제와 통치 방식: 시 주석은 중국의 체제를 미국의 방식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4. 중국의 발전권: 시 주석은 "중국 국민의 발전권은 박탈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을 억제하려는 행위를 경고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러한 "레드라인"이 미중 관계의 "가장 중요한 안전망"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의 체제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며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대만 주변의 중국 군사 활동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중단을 촉구했다.
바이든, "북, 추가파병 영향력 행사"
바이든 대통령은 시주석에게 북한의 대러시아 추가 파병을 막기 위해 북한과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갈등 고조를 막고, 북한의 추가적 파병을 통한 충돌 확산을 막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마닐라서울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