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외국인이 사망한 호텔 앞을 태국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태국 방콕 시내 최고급 호텔 객실에서 외국인 6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17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30분께 방콕 시내 라차프라송 지역 한 호텔 스위트룸에서 시신 6구가 발견됐다.
사망자는 37∼56세 남성 3명과 여성 3명으로, 베트남계 미국인 2명과 베트남 국적 4명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예약 기간이 끝난 이들이 체크아웃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호텔 직원이 들어가 스위트룸 거실에 4명, 침실에 2명이 각각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애초 총격이 벌어졌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경찰은 총격설은 사실이 아니라며 독극물 중독이 사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망자 중 1명이 독성 물질 시안화물(청산가리)을 사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부검 결과 사망자 혈액에서 미량의 청산가리가 검출됐다.
경찰은 이들이 사용한 찻잔 6개와 커피가 든 보온병에서 청산가리 흔적을 확인했으며, 숨진 6명 중 1명이 일행을 독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티띠 생사왕 방콕시 경찰국장은 사망한 베트남 투숙객들이 지난 15일 오후 룸서비스로 음식과 음료를 주문했으며, 음식은 그대로 두고 커피와 차 등 음료는 마신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닥에 잔여물이 있는 찻잔 6개가 있었다"며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약 24시간 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룸서비스 제공 당시 6명 모두 살아있었고, 이후 객실에 외부 인물이 들어가지 않았다. 사망자들이 몸싸움을 벌인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부채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사망자 간에 투자와 관련된 부채 문제로 분쟁이 있었다는 유족 증언이 나왔다.
사망자 중 용의자로 추정되는 50대 여성이 다른 일행에게 돈을 빌려 일본에 병원을 짓는 데 투자했으나 1천만밧(약 3억8천500만원) 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에는 보증인도 포함돼 있었으며, 이들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총 7명이 5개 객실을 예약했다며, 애초 사망자 6명 외에 나머지 한 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했다.
그러나 7번째 인물은 이미 지난 10일 출국한 것으로 파악돼 혐의 선상에서 제외됐다.
방콕 도심 한복판 최고급 호텔에서 외국인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도 전날 밤 현장을 방문했다.
세타 총리는 "이번 사건이 관광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자 중 2명이 미국 시민권자인 만큼 미연방수사국(FBI)도 수사를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관광산업은 태국 일자리의 약 20%를 차지하며, 외국 관광객이 지출하는 금액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12%에 해당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