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일(현지시간)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케보노'가 필리핀 마닐라항에서 정박을 준비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일본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등지에서 중국을 억지하기 위한 안보 조약 체결에 접근한 가운데 일본 자위대 병력을 필리핀에 파병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필리핀 정부가 밝혔다.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주미 필리핀 대사는 필리핀과 일본이 양국 병력이 상대국에서 훈련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상호 접근권 협정' 서명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로무알데스 대사는 양국이 병력을 상대국에 순환 배치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헌법은 외국군의 영구 주둔을 막고 있어 미군은 순환 배치 방식으로 필리핀에 병력을 두고 있다.
그는 "이는 우리가 이미 과거에 협의했던 것이며 우리는 양국 간 협력의 하나로 이를 다시 계속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필리핀 정부가 "일본과 관계의 모든 측면을 고려하고 있으며, 그것(군사 협력)도 분명히 그 안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스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다음 주 미국에서 열리는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로무알데스 대사는 미·일·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3국 해군의 공동 순찰 합의에 접근했으며, 순찰 빈도와 장소 등 세부 항목을 최종 확정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또 미국과 필리핀이 군사정보 공유 협정 체결에도 매우 근접했으며, 이번 정상회담이 아니면 그 직후에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자위대 병력의 동남아 배치가 실현될 경우 이 지역에서 중국에 맞선 미국 중심 동맹의 협력이 크게 강화될 뿐만 아니라 일본 군사력의 대외적 활동 범위가 비약적으로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일본 전문가 크리스토퍼 존스턴은 이런 방안이 실제 성사될 경우 "필리핀 내 일본 병력의 존재는 중국 행태에 대응해 다국적 안보 체제가 형성되고 있으며 일본이 동남아에서 안보 제공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두 가지 강력한 메시지를 중국에 보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전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각하지도 못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일본은 내주 미·일 정상회담에서 군사 장비의 공동 개발·생산 등을 포함해 60여년 만에 양국 군사 동맹의 최대 규모 업그레이드를 발표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또 남중국해의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미국은 필리핀을 적극 지원하면서 이 일대에서 중국의 필리핀 선박에 대한 물대포 발사 등 위험한 행동을 비판하고 있다.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이 암초에서 중국의 행동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우리를 이끌 수 있다"는 우려가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