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팜팡가 주 산 페르난도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형이 재현되는 것을 보기위해 많은 모여들었다. 사진 필리핀스타
3월 29일 팜팡가의 산 비센테에서 열리는 사순절를 기념해 십자가형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 마크 크리스티노(Mark Cristino)/래플러(Rappler)
2024년 3월 29일 팜팡가 주 산 페르난도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형을 재현하며 손에 못이 박힌체 십자가에 매달린 참가자. 사진 래플러(Rappler)
필리핀의 열성적인 카톨릭신자들이 사순절를 맞아 3월 29일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순간을 재연하며 십자가를 짊어지고 언덕에 올라 십자가에 못 박히고 피를 흘리는 의식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필리핀인들이 교회에 가거나 가족과 함께 부활절 연휴를 보내는 동안 수천 명의 사람들이 마닐라 북쪽의 산 페르난도 시 산 페드로 구투드 바랑가이에 모여 십자가형을 자처하며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 신에게 기적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처벌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예수의 십자가형의 재현을 자청한 이들은 검은 수의를 입고 덩굴로 만든 왕관을 쓰고 맨발로 언덕을 향해 걸었다. 그 뒤를 따르는 대나무 조각이 달린 채찍을 든 이들은 상체를 드러낸체 걸으며 자신의 몸을 채찍으로 때렸다. 어떤 사람들은 땅에 엎드려서 채찍질을 당하고, 때로는 면도날로 피를 뽑기도 했다.
가슴에 13세 아들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긴 조엘 유톡(Joel Yutoc)은 "이것은 간질병에 걸린 내 아들을 위한 것"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유톡은 그의 아들이 성금요일 채찍질에 참여하기 시작한 이후 8년 동안 발작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채찍질은 독실한 주민들이 펼치는 거리극의 서막이다.
산후안(San Juan) 마을에서는 예수 그리스도 역을 맡은 거칠고 흰 머리카락을 가진 키가 작고 깡마른 남자와 다른 두 명이 로마 백부장 복장을 한 이웃들에 의해 땅에 나무 십자가가 놓여 있는 높은 둔덕으로 끌려갔다.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3인치짜리 못이 3명의 남자들의 손바닥에 박혀 있었고 십자가는 똑바로 세워져 있었다. 몇 분 후 십자가가 땅에 내려졌고 못이 뽑혔다.
모의 십자가 처형에서 예수 역할을 시작한 은퇴한 어부 윌프레도 살바도르(67세)는 "나는 살아있는 동안,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한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서약이다"라고 말했다.
살바도르는 자신의 상처에 대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하루가 지나면 낫기도 하고 설거지와 목욕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산후안의 주부 마릴린 로비테(41세)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대해 배우기 위해" 매년 소름끼치는 재연을 관람한다고 말했다.
네 아이의 어머니인 그녀는 "성경에서 그 내용만 읽는다면 실제로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실제로 보면 그분이 우리를 위해 어떻게 고통을 당하셨는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산 페르난도 시의원 레지날도 데이비드(Reginaldo David)는 기자들에게 3곳의 십자가 처형 장소에서 10명이 못 박히거나 십자가에 묶였다고 전했다.
가장 큰 행사에서 베테랑 공연자 루벤 에나제(63세)는 예수 그리스도 역할을 하며 올해로 35번째 손과 발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
에나제는 10분 이상 못이 박혀 있는 상태로 있었다. 그가 들것에 실려 상처에 붕대를 감고 의료용 텐트로 옮겨지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에나제는 "손에는 통증이 없지만 몸 전체가 아픕니다. 올해는 대본을 길게 해서 수난극이 길어졌어요. 그래서 몸이 아픈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에나제는 올해가 예수로서의 마지막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행동이 '엄마를 위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런 극단적인 행위에 대해 필리핀 가톨릭교회와 보건 전문가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필리핀 보건부는 사순절을 맞아 대중에게 "신체적 상처와 부상을 초래하는 행위나 의식을 피하라"고 촉구했다.
보건부는 “우리는 안전하고 건강한 종교 활동을 지향하는 신앙 지도자들의 목회적 지도를 권장합니다.”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하지만 보건부의 이러한 권고는 23세의 이안 바티스타와 같은 믿음을 가진 이들에게는 깊이 와 닿지 않는다. 그의 가족은 4명이 해마다 이 행사에 참여해 대나무 채찍으로 자신들의 몸을 학대해 왔으며 그는 이것이 월요일에 난소낭종 수술을 받은 어머니를 위한 것이며 자신들의 의식이 어머니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말엘도(Maledo)라고 불리는 이 십자가형 재현 의식은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십자가형을 재현하고 있으며 1950년대 연극에서 유래되었지만 1962년 아르테미오 아노자라는 이가 실제로 못이 박히는 십자가형을 재현하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마닐라서울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