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기념촬영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9월 7일 목요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필리핀-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이 이루어졌다.
알프레도 파스쿠알 통상교섭본부장(DTI)과 안덕근 한국 통상교섭본부장은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43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 한-필리핀 FTA와 경제기술협력 이행협정에 서명했다.
서명식에는 페르디난드 R.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으며 양국 정상간 회담도 이루어졌다.
이로서 필리핀은 2008년 일본과 경제동반자협정을 체결한 이후 두 번째로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게 됐다.
한국 정부는 필리핀과 새로 체결된 자유 무역 협정(FTA)을 "이정표"로 환영하며, 2024년 양국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는 시기적절한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주필리핀대한민국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내년 상반기에 협정이 발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그 시기는 여전히 "양국 의회"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한국대사관은 “우리 정부는 양국 국민과 기업이 조속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회 비준을 포함해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FTA를 통해 관세 인하뿐 아니라 보건의료,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협력도 확대된다.
한국대사관은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헬스케어, 희소금속 가공, 혁신생태계, 문화산업, 영화, 전자상거래, 지적재산권 등 유망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을 통해 상호 호혜적인 양자 논의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정에 따라 한국대사관은 한국 정부가 필리핀 제품의 94.8%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고 한국 제품의 96.5%에 대해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FTA는 발효와 동시에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5년 후까지 점진적으로 철폐할 예정이다.
한국산 가공식품(5~10%), 인삼(5%), 고추(5%), 배(7%), 고등어(5%)에 대한 관세도 15년 이내에 철폐된다.
한국대사관은 필리핀 바나나에 대한 관세가 5년 이내에 철폐될 것이지만, 필요할 경우 수입 급증을 피하기 위해 세이프가드 조치가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수입하는 바나나의 대부분은 필리핀산이다. 한국은 작년 전 세계에서 2억8천만달러어치의 바나나를 수입했는데, 이 중 73%에 해당하는 2억1천만달러어치 바나나가 필리핀에서 왔다.
따라서 향후 필리핀 수입 바나나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면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바나나 가격이 현재보다 30%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2022년 양국 교역액 기준 154억 4천만 달러에 달하는 필리핀의 4번째 주요 무역 파트너이다.
필리핀의 한국 수출은 2021년 25억 7,000만 달러에서 2022년 31억3,000만 달러로 21.48% 증가했다.
필리핀의 한국 수입도 2021년 93억 5,000만 달러에서 2022년 123억2,000만 달러로 31.72% 증가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필리핀은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 5%의 관세를 부과하는데, FTA가 발효되면 승용차와 화물차 모두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필리핀과 FTA의 일종인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체결한 일본 승용차에는 현재 20%의 관세가 붙는다.
지난해 기준 필리핀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일본이 82.5%로 압도적 1위다.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필리핀 FTA가 발효되면 관세를 물지 않는 한국산 승용차가 일본산 승용차보다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의 경우 현재 5%인 관세가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3∼30%인 자동차 부품 관세도 5년 안에 사라진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수출된 현대차·기아의 자동차는 2021년 1천418대, 2022년 4천393대였으며 올해 들어서는 7월까지 4천430대를 기록했다.
마닐라서울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