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11개월 된 갓난아기를 키우는 소피아(19)는 지난해 12월16일 태풍 오데트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북동 부에 덮친 후 한 달 동안 생활했던 이 재민 임시 생활센터를 최근 떠나야 했다. 임시 생활센터로 사용된 학교가 다시 학생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태풍으로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소피아는 막막하다. 아기는 밥 을 제대로 못 먹어 저체중 상태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 따 르면 소피아와 그의 아이처럼 필리핀 에서 태풍 오데뜨로 집을 잃은 이들 은 적어도 수십만명에 달한다. 필리핀 정부와 WFP 등은 이외에도 약 800만 명이 태풍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받 았다고 추산했다. 브렌다 바튼 WFP 필리핀 사무소장은 지난 14일 경향신문과의 화상 인터뷰 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 언 론의 헤드라인을 잡으면서 필리핀의 재난 상황은 언론의 관심 밖으로 벗 어났다”며 “언론의 조명이 없다 보니 국제사회의 지원도 많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민다나오 북동부 시아르가 오섬을 중심으로 덮친 태풍 오데트 의 최대 풍속은 시속 195km에 달했 다. 여의도 면적의 200배가 넘는 6만 1000ha의 농경지가 파괴됐고 집과 건 물이 대부분 무너졌다. 태풍에 따른 사망자는 지난 14일 기 준 500명을 넘어섰다. 전기통신망도 붕괴해 서로를 찾지 못하는 가족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임시 센터에 있던 이재민들 중 절반 정도는 돌아갈 집이 없다. 바튼 소장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 연히 만난 한 가족은 집이라 할 수 없 는 공간을 지어 생활 중이었다”면서 “그들은 아침에 먹을 것이 빵 몇 조각 이라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천주교 국가인 필리핀은 크리스마스 가 대명절이다. WFP는 6개월짜리 초기 대응 계획을 시행 중이다. 우선 200여개 트럭을 동 원해 정부가 마련한 비상식량의 배급 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20만개의 비상식량 패키지 가 이재민들에게 전달됐다. WFP는 쌀을 구매해 정부의 식량 지원에 힘 을 보태고 있다. 3개월간 식량을 지원한 후 다음 3개 월 동안은 한 가정 당 매달 59달러(약 7만원) 정도를 전달할 계획이다. 지역 경제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태풍 피해로 물가가 폭등한 상 황이어서 현금 지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바튼 소장은 “물가 상승 요 인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다른 국 제기관들끼리 현금 지원 규모를 조율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튼 소장은 “지난 2013년 필리핀에 서 6000명 넘게 사망한 태풍 하이옌 에 비해 태풍 오데트는 세계의 관심을 끌 정도의 사망자 규모가 아니고 코 로나19 상황으로 현지 취재를 할 외 신 기자도 없다”며 국제 사회의 더 많 은 지원을 호소했다. WFP는 필리핀에 필요한 지원 규모를 2540만달러로 잡고 있다. 하지만 지 난 14일 기준 지원금은 720만달러 수 준이다. 바튼 소장은 지원이 부족하면 태풍 피해에 따른 후폭풍으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튼 소장은 “태풍 피해 일부 지역에 서는 아동 3명 중 1명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 는 “위생 문제로 설사병과 콜레라도 퍼지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도 심 각해 몸이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 다. 그는 “한국은 필리핀과 WFP와 좋은 관계를 갖고 있어서 우리와 뜻을 함께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