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오전 7시40분 쯤 필리핀 수도 마닐라 동쪽 리살주(州) 의 한 마을. 경찰과 마약 밀매 용의자 간 총격전이 벌어졌다. 모두 4명이 숨졌 다. 용의자 두 명과 경찰 한 명, 그리고 3 세 소녀 미카 울피나. ‘아빠(용의자 중 한 명)랑 집에 있는데 경찰이 총을 쏘고 들 이닥쳤다’는 게 아마 미카의 마지막 기 억일 테다. 경찰은 사건 보고서에 ‘용의 자가 총을 쏘면서 딸을 방패막이(총알받 이)로 사용했다’고 적었다. 용의자들이 모두 사망해 경찰의 주장을 반박할 사람 도 없다. 2일 필리핀 현지 매체들은 ‘6월 마지 막 토요일의 비극’을 덤덤히 소개됐다. 미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 령이 치적으로 꼽는 ‘마약과의 전쟁’의 가장 최근 희생자로 기록됐다. 마약과 의 전쟁 3년간 6,6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용의자가 사망해 단속 과정에서 일어난 인명 사고의 전말은 전 적으로 경찰의 진술에 의존하는 상황이 다. 미카 같은 어린 희생자들은 대개 도 시 빈민가에 살았다. 지난해 7월 숨진 당 시 4세 스카일러 아바타요, 2016년 8월 희생된 당시 5세 다니카 메이 가르시아 가 그렇다. 심지어 경찰에 끌려갔다가 돼 지우리에서 죽은 채 발견된 17세 소년도 있다. 필리핀 아동보호단체들은 2016년 6월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지금 까지 1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망했다 고 주장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도 필리핀에서 현재 아이들이 직면한 비극 에 우려를 표명하고 필리핀 정부를 규탄 하고 있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영혼이 죽어간다. 국제인권감시단에 따르면 제니퍼(11)는 경찰이 아버지를 총으로 쏴 죽이는 걸 목격한 이후, 먹지도 못하고 학교에도 가 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처지의 카일(5) 은 공격 성향이 두드러졌다. 가족을 잃 고 심리적으로 황폐해진 아이들은 아무 도 돌보지 않아 결국 거리에서 산다. 국제인권감시단의 카를로스 연구원은 "어떤 아이도 사법적인 살인에 부모나 다 른 가족을 잃은 경험을 해서는 안 되며, 경찰이나 살인 청부업자의 손에 의해 이 런 끔찍한 폭력을 목격해서는 안 된다" 라며 “필리핀 정부는 이 아이들의 고통 에 책임을 져야 하고, 유엔 등 국제 사회 도 살인의 종식을 위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