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사 H. 오(오현정) 미국 보스턴 칼리지 역사학과 부교수. 한국전쟁 직후부터 현재까지 20만명의 한 국 어린이가 다른 나라들에 입양됐다. 그 가 운데 11만명이 넘는 어린이가 미국으로 향했 다. 1995년까지 한국은 미국에 어린이를 가장 많이 입양 보내는 나라였다. (이후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한국 어린이가 미국에 입 양된 어린이의 대다수를 이룬다. 아리사 H. 오 (오현정) 미국 보스턴 칼리지 역사학과 부교 수가 쓴 는 한국과 미국 사회의 어떤 힘과 압력들, 그리고 국제 정치적 배경이 ‘세계 1위 어린이 수출국’을 만들었는지 역사적으로 살 피면서 “국제 입양의 한국적 기원”을 탐구한 다. 입양이 한국과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도 고찰한다. 지은이가 ‘한국적 기원’을 연구하는 까닭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에 자리잡은 ‘해외 입양 복합체’(입양기관·입양절차·입양기준·관련 법 률·운송방법 등)가 1970년대 베트남과 중남 미, 80년대 인도, 90년대 루마니아·러시아·중 국으로 퍼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이 합작해 구축한 국가간 입양 관행과 체계가 확산되면서 오늘날 수십억달러 규모의 세계 적 산업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과 그 직후 한국 어린이의 처지는 “미국인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비참한 어린이 들을 “구출”해야 했다. “ 등 대중잡지 에 실린 어린이 사진과 기사들이 미국인의 동 정심을 자극해 기부금을 쏟아내게 했다.” 미 군도 많은 지원을 했고, 부대에 ‘마스코트’(군 부대에 ‘입양’된 소년)를 두는 관행도 있었다. 미군이 마스코트를 입양한 게 첫 입양 사례 였다. 한국의 고아들은 ‘순수’ 한국 아동, 그리고 ‘지아이(GI) 베이비’(미군 병사와 현지 여성 사 이에 태어난 아이)인 혼혈 아동으로 나뉘었다. 한국 사회는 지아이 베이비에게 “매춘부의 자식이라는 낙인을 찍었고, 단일민족의 순수 성을 위협한다”고 봤다. 혼혈 아동은 법적·사 회적으로 설 자리가 없었다. “미군에게서 태 어난 혼혈 아동을 치울 목적으로 해외 입양이 시작됐다.” 미국인들은 자국 군인의 자녀인 이 아이들을 입양하기를 원했다. 한국 정부와 단체들은 국가간 입양제도를 만들 방법을 궁 리했다. 미국에서는 신앙심과 애국심이 섞인 ‘기독교적 미국주의’가 한국 어린이 입양 운동 을 부추겼다고 저자는 밝힌다. “한국 아동 입 양 이야기는 어떻게 냉전의 국제 정치가 가장 심오한 방식으로 국내 문제이자 집안 문제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해리 홀트(1905~1964)가 이 운동을 상징했 다. “홀트는 한국계 지아이 베이비 입양을 선 교활동으로 여겼고, 나아가 미국인으로서 인 종에 대한 조국의 관대함을 증명하고 세계 곳 곳에서 신생 독립국의 충성을 얻는 조국의 냉 전 활동에 참여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홀트 는 입양에 ‘혁신’을 가져왔다. 하나는 양부모 가 한국에 오지 않아도 되는 ‘대리 입양’이었 고, 또 하나는 전세기를 이용한 대규모 수송 이었다. 입양 과정은 빨라졌고, 비용도 절감됐 다. “어떤 의미에서 홀트는 해외 입양 산업의 아버지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해외 입양은 ‘순수’ 한국 어린이 를 외국으로 내보내 빈곤과 유기 아동, 미혼 모 자녀 등 허술한 사회복지 문제를 해소하는 수단이 됐다.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가 있는데 도 “고아로 둔갑돼” 미국으로 보내졌다. 외화 (달러)를 버는 정부 사업이기도 했다. 입양된 한국 어린이는 미국 사회에 도전이었다. “‘한 국 아동이 무엇을 상징하는가’라는 질문의 답 은 미국인이 인종, 국민, 시민권, 가족을 정의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들이 한 국 어린이를 입양한 미국 사회의 동기, 입양된 한국 어린이가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한 설명이다. 한국은 혼혈 아동과 미혼모 자녀를 해외로 보내면서 가부장적 민족주의를 강화 시켰지만, 미국에서는 한국 어린이가 인종·가 족 담론을 더 포용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현재에도 진행 중인 해외 입양은 한국인들에게 ‘한국인이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사람을 한국인으로 간 주할 수 있는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왜 중 요한지’ 생각해보게 한다”며 “이런 질문을 던 지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