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두 달 이상의 방학을 맞아 기러기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다니러 가는 바람에 교회에도 빈 자리가 많고, 한인업소들도 맥이 빠진다. 또한 아주 한국으로 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말이 좋아 교민의 수가 10만이니, 12만이니 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장기체류나 정착한 사람들은 그것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은데 필리핀에선 각자의 사정에 따라 만난지 얼마 안 되어 쉽게 떠나야 하니 새로 와서 친구가 되어줄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
필리핀에 정착하지 못하고 금방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정착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데는 노동력만 제공해도 살아갈 수 있고 또 작은 과일가게만 해도 먹고 살 수는 있다. 그러나 필리핀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러므로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하고 그 투자한 것을 회수한다는 것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느낀 나머지 투자를 포기하고, 단기간의 체류로 끝을 내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정착을 돕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착성공사례 또는 실패사례들을 수집하여 정보를 제공하면 막막하게만 느껴지고 또한 위험스럽게만 생각되던 정착과 투자가 안개 걷힌 도로를 걷는 기분이 될 것이다. 좀 더 자세한 예를 들어보자. 만일 봉사차원에서나 사업차원에서의 ‘정착 컨설팅회사’가 설립되면 투자금액에 따른 적당한 사업이 무엇이며, 손익분기점은 어디며, 법적인 보장은 무엇이라는 내용이 제시될 수 있다. 또한 적정한 컨설팅수수료를 내고, 혹시 실패했을 경우에 수수료 전액을 환불해준다는 등의 구체적인 방침이 있다면 안내자(컨설팅회사)도 최선을 다해야 하고 또 투자자는 신뢰감을 갖고 안내를 받을 것이다. 또한 만일 손익분기점까지만 컨설팅회사가 지도를 해주고, 그 후부터는 총매출의 0.5-1% 정도를 컨설팅회사에 적정기간 동안 납부하는 등의 조항을 두면 피차 유익할 뿐 아니라 많은 투자자들이 생길 것이다.
이런 전문가 집단이 없으면 위험부담 때문에 투자심리가 매우 불안하게 되고, 투자한다고 해도 성공률이 저조할 것은 뻔하다. 따라서 필리핀의 교민사회는 늘 2-3년 거쳐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필리핀에서의 크게는 ‘SM 백화점 그룹’ 등의 shopping mall group들과 작게는 fast food 가게들이 100% 성공하는 배경에는 그런 전문가 집단이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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