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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스의 맛있는 이야기] 맛있는 참치

등록일 2010년03월31일 17시4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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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10-03-31
 

“파괴될지언정 패배할 수는 없다.”

퓰리처상에 잇달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에서 쿠바의 한 어촌 마을의 어부,산차고(Santiago)노인의 절박하면서도 자신만만한 절규이다.

“희망을 버린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야.”

 

84일간 동안이나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한 어부로서의 자존심을 이미 상실한 산차고는 드디어 6m에 달하는 청새치를 피비린내 나는 사투를 벌인 끝에 잡고 만다.

그러나 청새치의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의 습격을 받아 육지로 돌아올 즈음에는 앙상한 새치의 뼈만 남고 만다.

승리와 획득, 그러나 이어지는 뜻하지 않은 불행과 어이없는 상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노인은 그늘진 나무 밑에 누워 원시의 아프리카 대륙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뛰어 다니는 사자의 꿈을 다시 꾼다.

문학 작품으로 참치를 처음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어떠한 실패와 박탈감에도 좌절하지 않는 인간 승리의 소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다.

물론 청새치는 참치의 한 아류로 횟감보다는 조용히 참치 통조림에 담겨 있기에 적합하다.

필자가 처음으로 참치를 실제로 만나게 된 것은 역시 통조림을 통해서였다.

초등학교시절 당시 한국에서는 참치라는 어류가 거의 소개되지 않았을 때였다.

불법이었지만 가난했던 할머니는 미군부대에서 군수품을 빼내와 남대문 등지에서

양키물건 장사를 하셨다.

어쩌다가 씨레이션(C-ration : 통조림형태로 조리된, 조리를 안 하고서 먹을 수 있는 전투 식량)을 구하시는 날이면 손자들이 눈에 밟혀 그 무거운 씨레이션 박스를 머리에 이시고 우리 집을 찾으셨다.

할머니가 꺼내 놓으신 씨레이션 통조림들은 마치 요술 통조림 같아서 깡기리로 하나씩 하나씩 오픈될 때 마다 우리들로 하여금 환호성을 내지르게 하였다.

뻑뻑하면서도 너무나 고소한 피너츠 버터, 그 당시 흔치 않았던 고기를 재료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 주스와 쵸코렛, 쿠키, 바둑껌이나 사탕까지 뚜껑을 열면 맛있게 튀어나와 우리를 행복한 동화의 세계로 안내하였다.

영어를 전혀 모르던 우리들 앞에 나타난 참치 통조림은 살이 결대로 잘 담겨져 있어 Tuna가 참치라는 것을 영어 사전을 통해 알기 까지 우리는 닭고기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인지 참치는 바다의 닭고기라는 닉네임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당시 창동역은 국철역으로 도로 대변까지 나오려면 논두렁 길을 20분 이상 걸어 나와야 했다.

또 대로변에 나와서는 버스를 타야 하고 다시 버스에 내려서 우리 집까지 걸어 오려면 할머니의 걸음으로 족히 20분 이상은 걸으셨어야 했을 것이다.

그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시고 그저 손자들이 좋아할 모습만 연상하시며

할머니께서는 긴 길을 무거운 걸음으로 발길을 옮기셨던 것이다.

너무 오랜 세월을, 너무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다니셨던 할머니께서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노년에 파키슨씨 병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다.

그래서 지금도 참치 캔을 바라보면 할머니의 가난과 손자들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주체 없이 흐르는 눈물을 두 손을 활짝 다 펴 얼굴을 가려도 감출 수가 없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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