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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스의 맛있는 이야기] 나물 편

등록일 2010년03월05일 15시2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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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10-03-05
 

-필리핀 채소, 한국식으로 백배 즐기기
한국인이 필리핀에서 살면서 아쉬운 것이 한, 두가지겠냐마는 필자에게 가장 아쉬운 음식군은 역시 나물에 관한 것이다.
한국에 있는 백화점의 폐점 시간이 임박하면 슈퍼마켓의 반찬 코너는 이 곳 필리핀의 유행적인 프로모, ‘Buy 1, Take 1 ‘이다.
‘화학조미료는 하나도 넣지 않았어요. 라는 판매 아주머니의 말에 솔깃해 무리하게 몇 팩을  바구니에 집어넣어 집에 돌아오면 아내에게 적잖게 혼이 나기도 한다.
‘당신, 반찬 가게 아줌마랑 사겨요 ?’
생각만 해도 정겨운 시골의 풍경과 함께 입 안 가득 자연의 향과 맛을 느끼게 해주는 한국 나물들. 가시가 많아 ‘며느리의 채찍 ‘이라고 불렸다는 엄청나게 아픈 사연을 가진 엄나무의 새순은 살짝 데쳐 나물로 무쳐 먹거나, 날로 먹는다.
요즘 한국에서는 재배가 용이한 참두릅보다 자연산의 개두릅이 더 각광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가 감히 어느 것을 마다하고 어느 것을 선택해 취할 수 있겠는가?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안개 낀 숲 속을 이른 아침에 걸으면 촉촉하게 느낄 수 있는 깊고 상큼한 수풀의 향이 은근하게 배어있다.
참나물은 뜨거운 소금물에 살짝 푸르게 데쳐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 깊은 맛으로 먹거나, 들기름에 버무려 고소하게 무쳐 먹는다.
습한 곳에서 재배되는 미나리는 매운탕의 본 재료를 능가해 주객전도를 이룰 정도의 시원한 맛을 지니고 있다.
말린 참 취나물은 씹다 보면 어렸을 적 먹어 봤던 볶아 놓은 메뚜기의 고소한 맛도 느끼게 해준다.
참취보다 훨씬 큰 잎을 가지고 있어 감자밥 한 숟가락 넉넉히 고추장과 함께 올려 입이 찢어 질 정도로 입으로 집어넣고 있다가, 누가 잠시 말을 건네면 반은 입 속에서 손으로 다시 반납해야 하는 야생의 곰취.
쓴 맛이 있지만 잘 익혀 김치로 만들어 먹으면 천상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고들빼기. 살짝 데쳐 들깨 간 것에 오물조물 무쳐 먹는 머위 대는 고구마 줄거리 무침의 럭셔리격이다. 고추기름으로 시뻘게진 육개장을 용서할 수 있는 요인의 필수인 고사리. 불고기나 갈비찜의 영원한 동반자, 도라지 무침. 불고기나 갈비찜 한 점을 상추에 올리고 그 위에 도라지 무침 한 점을 올려 싸 먹으면 온 몸이 고소해진다.
매콤하게 고추장으로 양념한 후 연탄불에 올려 구어 주면 집 안 가득 탄 내 나는 한국의 맛이 넘쳐 나는 더덕 고추장 구이.
허접하게 끓여 놓은 된장찌개에도 이것만 집어넣으면 맛의 반전을 이루어 놓는 봄의 선물,달래. 찌들어진 도심의 생활 속에서 고향의 맛을 추억하는 정도가 아니라, 고향을 송두리째 전이시키는 돌나물 초고추장 무침. 비교도 안 되는 어떤 서양의 허브채소들도 우습게 여기며 보란 듯 도도한 향과 맛을 지니고 있는 쑥. 인간의 선조가 되기 위해 곰이 먹어서 인지, 쑥 범벅을 만들어 먹으면 삶의 원초적인 기운과 향이 짙게 묻어난다.
홍도의 명물인 원추리는 고기국과 함께 끓여 먹으면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발음이 비듬과 비슷해 어려서 거부했던 비름나물. 우리는 모유를 먹고 자라났지만, 그 모유를 제공한 어머니의 몸은 이런 자연적인 나물의 친화성으로 이미 구성되어 있었다.

한국의 음식은 오랜 기간을 거친 농경사회 속에서 이루어 졌다. 국토의 70%가 산악 지대인 관계로 채소(야채라는 말은 ‘야사이’라는 일본 말에서 비롯되었다.)문화가 발달하였고, 산악 지역 특유의 나물문화를 형성하였다.
버섯류와 산나물들을 다양하게 이용하면서, ‘좋은 음식은 몸에 약이 된다. 는  약식동원의 사상을 일찌감치 갖게 되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을 금기하였고, 그런 이유로 사찰음식의 다양성을 이루어 놓았다.
이후 유목민이었던 몽고족의 침입으로 육식을 받아 드리게 된다.
뚜렷한 사계절을 갖고 있는 덕에 혹한의 겨울철을 대비하기 위해 저장 문화가 발달하여,
젓갈, 김치, 장아찌, 된장, 고추장 등 다채로운 발효 음식을 창출하게 되었다.
한국 음식의 다양성과 독특성은 ‘웰빙’이라는 현대의 화두 속에서 지금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너무 한국의 나물들이 그립다.
그렇다고 앉아만 있을 순 없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달려가든지, 아니면 여기서 궁여지책을 발휘하든지. 필자는 후자에 놓여 있는 독자들을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자, 만들어 보자. 여기에서 만날 수 있는 로컬 채소들의 장점을 한국식으로 만들어 보자. 먼저 고추 잎이다.(Chili leaves, 칠리 립스)
소금물에 끓여 살짝 데친다. 비타민 C가 넘쳐 나는 채소이다. 까나리 액젓이나 로컬의 fish sauce를 조금 뿌리고 간장과 참기름으로 마무리 한다.  필자는 간장을 사면 집에 와서 파뿌리, 통양파, 통마늘, 다시마와 물을 넣고 한소끔 끓여 식힌 후 냉장고에 보관하여 사용한다. 아주 맛있는 간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집안에는 메주 쑤는 냄새가 잠시 요동하지만.. 두 번째는 레몬 잎이다.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Andok’s’(안독스)라는 우리 식의 전기구이 통닭이 있다. 그런데 은근한 향이 있다. 그 향의 주범은 닭 뱃속에 집어넣는 레몬 잎사귀에 있다.
레몬 잎은 육 고기가 기본적으로 가진 비린내를 없애 준다. 훌륭한 향신료이다.
다음은 "크레송"이라 불리는 고급의 향신 채소인 워터 크레스라는, 우리말로는  물 냉이인데 한국 식당에 가면 흔하게 나오는 밑반찬 중의 하나이다.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그냥 미나리 무치듯이 무쳐 먹는다. 가능한 한 가열을 덜 해야 영양분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단백질, 칼슘, 철분, 비타민A, B1,B2,C, E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데, 유럽인들의 고기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로컬 시장에서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는 채소이다. 워터 크레스는 니코틴의 해독 작용도 하고,  혈액 세포내 DNA손상을 현저히 줄여 암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웰빙 채소이다. 국으로 끓여 먹어도 은은한 냉이의 향이 가득하다. 이곳의 한국 식당에서는 흔하게 나오는 기본 반찬 중 하나이지만,
아주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채소임을 잊지 마시길. 마치 못생긴 모과처럼 생긴 사요테는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갈라 씨를 빼고 양 손으로 속살들을 서로 비벼 진액을 빼낸 후 먹기 좋게 썰어 식초, 간장, (식초와 간장의 비율은 1 : 1로 하고) 약간의 설탕(또는 꿀)을 넣고 재워 둔 후 일주일 정도 지나 먹으면 바삭거리는 식감을 느끼게 해준다.(사요테 자체에서 물이 나오니까 물을 따로 넣을 필요는 없다.) 일명 사요테 장아찌이다. 사요테의 잎은 살짝 데쳐 된장과 참기름에 무쳐 먹으면 한국의 나물 그 맛이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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