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후원하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네이버톡톡
맨위로


 

[알버스의 맛있는 이야기] 앙헬레스의 맛집 스케치 3편 (곳간 면옥)

등록일 2010년02월19일 14시5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뉴스일자: 2010-02-19
 

흔하게도 우리는 집안에서 곡식을 저장해두는 의미로서의 “곡간”이라는 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 (필자도 이 “곳간 면옥”을 알기 전까지는 다름없었다.) 큰 집에서 곡식등을 저장해 두는 곳은 “광”이라고 부르고 작은 집에서의 그것은 “곳간”이라고 부른다.
필자가 오늘 소개하려는 앙헬레스 프렌드쉽의 “곳간 면옥”은 그야말로 한국에서 직접 공수된 한국 식자재들의 보물 창고이다.
거의 모든 식자재들이 토종 한국산임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오는 물티슈에는 항균 위생 물티슈라는 반가운 모국어가 쓰여 있다. 척척 써빙되는 밑반찬들이 모국으로부터 공간이동 한 듯이 한국의 바로 그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쌉쌀한 맛의 고들빼기 무침, 깻잎 향이 간장에 성질 한 번 죽어 은은한 맛을 내는 깻잎 장아찌, 매운 캡사이신과 짭조름한 맛의 고추장아찌, 투박한 맛의 무청 김치와 얄미울 정도로 깔끔한 열무 물김치. 믿기 어렵게지만 이 모든 밑반찬들은 한국에서 그대로 가져와 스테인레스 용기에 담아져(오히려 스뎅 용기라고 발음하는 것이 더 비쥬얼을 연상케 한다)차려진다.
때문에 밑반찬을 남긴다는 것은 나중에 억울한 후회를 하게 될 것 같아 모조리 먹어 버리게 된다. 주인장이 잘 아시는 한국의 반찬 가게에서 공수되어 여기서 주인장의 2차 면접을 통해 간을 맞힌 후 손님 상에 올리니 한국에서 먹는 밥상 그대로인 셈이다. 깻잎 장아찌인 경우 이곳의 깻잎을 사서 담그면 되지 않냐 는 “식자재 현지화 대체설”을 주장하자 “난 그냥 100% 한국산의 밥상을 선보이고 싶다.”라고 단호하게 일침을 가하신다. 그래서인지 쌀도 한국에서 수입된 한국 쌀에 한국산 흑미가 더해진다. 1년여 전 주인장의 이런 태도에 단골손님조차도 그런 식으로 얼마나 오래 지탱할 수 있겠냐는 동정어린 의구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지금도 주인장의 철부지적인 고집은 한 뼘도 타협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모든 재료의 한국산에 대한 고집으로 영업 마진은 비록 작지만, 대신 주인장의 자존심은 독보적인 모습으로 관리할 수 있어서 만족하신다는 말씀을 들었다. 같이 동행한 호텔 조리학과의 학생들만이 아니라 필자 역시 감동받는 순간이다. “면옥”이라는 말 속에서 이미 독자들이 눈치를 차리셨겠지만 “곳간 면옥”은 엄연히 냉면집이다. 냉면집이니 만큼 면은 직접 뽑아 내리고 육수도 수퍼용이나 식당용도로 만들어진 공장형 육수와는 태생이 다르다.
아무리 잘 만들어 진 육수라해도 공장표라면 성골일 것이고 이 집의 잘 만들어진 육수는 그야말로 진골인 셈이다.  비교자체가 경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중국집에 가면 짬뽕과 자장면의 선택의 기로에 서듯이 냉면집에서의 주문은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갈등에 놓이게 된다.
그런 우리의 고민을 비웃기나 하는 듯이 커플 면이라는 메뉴가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동시에 내놓아 우리를 작은 갈등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정식으로 따진다면 이 집의 면은 고구마 전분을 사용하여 뽑아내므로 함흥냉면이다. 함흥이라는 이북 땅은 아주 추운 곳으로 고구마가 특산물이다. 고구마 전분으로 반죽하여 가늘게 뽑아낸 면은 찰진 것인 특징이다.
그 면에 겨울에도 이마에 땀을 쪽 빼놓을 갖은 매운 양념에 비벼 먹어 한기를 이겨내는 강한 캡사이신의 맛을 낸다. 한국에서 맛 볼 수 있는 오장동의 흥남집의 함흥냉면과도 비견될 수 있다. 이곳의 물냉면은 메밀면의 평양냉면은 아니지만 슴슴한 육수의 맛과 향의 시원함에 만족스럽다.  또 다른 이 집의 대표주자 굴 국밥의 등장이다. 한국의 겨울철에 비로소 제 맛을 내는 굴을 가져와 보글보글 끓여내는 까닭에 이 집의 굴 국밥은 씨즈너블하다. 한국의 굴이 진한 맛과 생명력을 잃어가는 즈음이면 이곳의 굴 국밥 메뉴도 슬그머니 사라져 다음 해 신선한 굴 계절로 미루어질 수밖에 없다. 부추가 들어가 국물을 달근하게 만들면서도 시원하고 게운 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전 날 과음한 사람들이라면 이 굴 국밥이 눈물 나게 고마울 것이다. 국물을 들이키면 사람이 낼 수 있는 감탄사는 죄다 표현된다. 큼지막한 굴 한 덩어리를 건져내어 어금니로 한 입 물자 바다향이 터져 나온다. 석화에 치즈를 얹어 오븐에서 구워내는 Oyster Rockfeller와는 비교를 거부하고 싶은 우리만의 굴 요리이다. 아주 만족스럽다. 또 다른 식단, 묵사발이 유혹적인 자태로 식탁에 놓여진다. 물냉면을 내는 육수에 신 김치 송송 썰어 김과 함께 나와 젓가락에 적당하게 잡혀지는 도토리묵이 설악산 진입로에서 맛보았던 그 도토리묵의 강한 야생의 쌉싸래한 맛과 육수의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제주도산 옥돔구이(이 곳의 화이트 마야마야가 아니 진짜 제주도산), 불고기 뚝배기, 차돌배기(미국 수입산 사용), 또 맛있는 비빔밥도 있다. 후식으로는 식중독이나 배탈을 예방해 주는 진한 매실 음료가 나온다.
위생, 청결, 한국 식자재를 최우선으로 하는 주인장의 도도함이 음식들에서 깔끔한 맛을 내게 한다. 본인이 만들지 않으면 음식을 내놓을 수가 없어 한국에 식자재를 구하러 가면 이 식당은 임시 휴업에 들어가게 된다니 요리 기능장의 면모이다. 주방도 공개해 주셔서 들어 가 보았는데 주인장 못잖게 깔끔하며 쾌적하다. 오후 네 시부터는 헛개나무, 당귀 등 한방 약재 한 아름 담은 치킨이 전기구이로 먹음직스럽게 익혀지기 시작한다. “곳간 면옥”은 한국 음식의 맛을 이국땅에서 철저하게 재연하려는 눈 높은 주인장의 고상한 직업관이 만들어 놓은 맛있는 식탁임에 틀림없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한인뉴스 필리핀뉴스 한국뉴스 세계뉴스 칼럼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