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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직전의 남부 민다나오

김연근의 시사칼럼

등록일 2008년08월25일 16시1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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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08-25
 

 

남부 민다나오 문제는 이제 '뜨거운 감자' 차원이 아니라 연일 인명 살상, 주택 방화, 상점약탈이 일어나는 생존이 걸린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8일 꼬따바또 북주, 라나오 남,북주, 사랑가니의 10여 지역을 침입해 40여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산하 두 부대 지휘관의 신병에 각 500만페소의 현상금을 걸고 이들을 모로측이 인도할 때까지 평화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로요 대통령은 아예 협상정책을 바꿔 무장세력과 협상하는 대신 이슬람 민간세력(종교지도자, 지역 주민 대표)들을 협상 파트너로 해 재협상을 할 것이라고 21일 선포했다.

모로측은 정부와는 전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로측 협상대표인 아크발은 두 부대장을 회교률에 따라 심판은 하겠지만 침입의 빌미를 제공한 필리핀정부에 이들을 인도할 수 없으며, 이미 '고유영토'에 대한 양해각서(MOA-AD)를 나눈 만큼 재협상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좀처럼 표면에 나서지 않는 모로이슬람의 알 하즈 에브라힘의장은 20일 ABS-CBN의 코리나 산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군과 모로군의 적대행위가 계속되면 전면전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두 부대 지휘관에게 철수를 명했고 재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았지만, 마닐라의 정치가와 언론들이 정략적으로 도발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기만당한 일부 지휘관들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으므로 정부를 신뢰할만한 조속한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함을 강조했다. 

모든 분쟁이 다 그렇듯이 이번 만행에 대한 책임 소재를 MILF측 강경파들에게만 추궁할 수는 없다. 수백년간 이어진 스페인의 식민지 시절에도 정복을 당한 적이 없었던 고유 영토를 지원 약속을 믿고 필리핀공화국에 편입시켰지만 약속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고, 가톨릭계의 집단 이주로 그들은 민다나오 남단으로 점점 움츠러들어 아로요 대통령도 지적한 바 있지만 전국 최빈촌 10곳 중 6개 곳이 그들 지역일 정도로 낙후돼 있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에 대한 항의성 무장 봉기만을 표적삼아 단죄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그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다만 이교도 주민학살, 납치 및 인간 방패, 가옥 방화, 상가 약탈같은 적대행위는 그 어떤 변명도 용납되지 않는 반인류적 행위이므로 단죄 받아 마땅하다. 만행을 저지른 부대원 중 31명이 여자와 아동 학살 명령에 반발해 21일 정부군에 투항한 것이 당시의 상황을 어떠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가장 큰 책임은 필리핀 정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4년 모로측과 휴전협정을 체결했지만 아로요 정권을 신뢰하지 않는 필리핀 정치 불안 때문인지는 몰라도 필리핀 정부는 주민투표, 영토할애 범위, 자원 배분같이 이해당사자가 많고 민감한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수렴하지도 못했으며, 수시 협상 때마다 봉합책으로 일관하다 3년 협상 시한을 소득 없이 넘겨버렸다. 협상 중재국인 말레이시아의 중재 포기와 일본, 뉴질랜드 같은 '평화 감시단' 파견국들의 감시단 철수가 잇따르자 부랴부랴 마련한 것이 이번 고유영토에 대한 양해각서다. 협상대표들도 대통령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수시로 바뀌다 보니 정부안도 빈번히 수정돼야 했다. 기존 무슬림 자치지역(ARMM)에 700개가 넘는 바랑가이를 추가해 주민투표 조건부로 넘기고, 국방을 제외한 입법, 외교권까지 부여하고 자원을 75:25로 배분하는 호조건의 양해각서를 모로측은 6개월이 아닌 1년 후 주민투표 조항에 불만을 표하는 제스츄어를 취하다가 슬그머니 받아들였다. 이번에는 국내 정치권과 지역 유지와 주민, 가톨릭이 들고 일어나 반대했다. 시위를 하고 민병대를 조직하고 대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해 양해각서 체결을 무산시킨 것이다. 양해각서 내용을 공표해 여론을 수렴하는 한편 위헌, 위법 사항 여부를 따지고 편입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 문제들이 논의돼야 하는 과정이 생략된 것이 사태를 확산시킨 것이다. 이제는 돌이켜 여론을 수렴할 타이밍도 놓친 감이 있다. 지역 정치인, 유지, 주민들이 민병대를 조직하는 등 무장을 하고 있고, 정치권은 영토를 떼 줘서 회교국을 만들어 주려는 아로요 정권은 매국노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에스트라다 전대통령은 MILF와 전면전을 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아로요 정부는 필리핀을 11개주로 재편해 모로측에 1개주를 할애하는 연방제 개헌을 돌파구로 삼고 있지만, 야당측은 아로요측의 집권 연장 음모가 있다는 이유로 연방제 개헌은 2010년 이후로 미룬다는 입장이다. 대안을 찾기 어려우면서도 어느 일방의 도발이 큰 불상사나 전면전을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한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도발은 소규모 교전이나 20일 잠보앙가에서 7명을 부상시킨 수류탄 폭발처럼 회교권 인접 지역의 폭탄테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적색 경보령이 내려져 있지만 메트로 마닐라같은 대도시의 쇼핑몰, 시장 등에서 대형 폭탄 테러가 있거나, 열차, 선박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테러 대상이 되거나, 이번 사태처럼 수백명의 무장세력이 동원됐다가 교전에 이르게 되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 교민이나 관광객들에게도 이번 사태가 '강 건너 불'은 결코 아니다. 노스 꼬따바또나 잠보앙가에 있는 한인들은 이미 피해를 보고 있다. 점포 문을 닫거나, 주거를 옮기거나, 중간고사 기간이지만 자녀들을 학교로 보내지 않고 안전지대로 전학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정부가 20일 금년 들어 세번째로 예상 경제 성장률을 다시 5.5-6.4%로 축소 조정했다. 페소화는 20일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45.74페소까지 하락했다가 필리핀 중앙은행의 달러 방출로 45.65로 마감됐다. 중앙은행은 국제 원유가와 곡물가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소비가 살아나면 성장률도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미 서민들의 가계부에는 시름이 쌓여 있다. 경제가 문제이긴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해소된 것으로 보이므로, 필리핀의 최대 관심사는 민다나오 사태가 될 수밖에 없다. 항간에는 이번 사태의 핵심이 농,수, 광산업 등 1차 산업의 요지인 남부 민다나오에 매장된 석유 개발을 둘러싼 미국, 일본 등 열강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문제가 더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제발 이 소문이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지의 분쟁원인처럼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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