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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수출 10퍼센트를 감당할 한진

김연근의 시사칼럼

등록일 2008년08월15일 16시0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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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08-15
 

지난 6월의 인플레 지수는 11.4퍼센트를 기록해 13년만에 최고를 기록했지만 앞으로도 물가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서민들의 민생고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1일부터 지프니 등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3개월 전 잠정적 인상분까지 합하면 지프니 1페소, 버스 2페소, 택시 10페소가 오르는 셈이지만, 이 발표로 득을 보는 계층은 아무도 없다. 대중교통협회는 작년 10월 경유가 리터당 36페소일 때 요구했던 요금 인상안은 경유가 리터당 54페소로 50퍼센트가 올랐고 이번 주말에는 리터당 60페소 이상으로 대폭 오를 것이 예고돼 있는 마당에서 미흡하며, 적어도 2-3페소의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가와 식품값 인상으로 이미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들은 정부가 석유부가세를 폐지하고 최저임금을 일 125페소 인상하는 등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대해 불만이다. 10일 필리핀대학 등 수개 대학생 수백명이 시위를 한 것도 정부가 민생보다 재정, 기업의 입장을 더 옹호하고 있는데 대한 항의의 표시다. 급등한 석유 제품 값에 편승해 분기당 1억불의 추가 부가세 수익을 올려 재정적자를 줄이고 있는 정부는 석유부가세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높자 부가세 추가 수익은 빈곤층의 쌀값, 전기료 지원등을 위한 보조금으로 쓰고 있으며, 경기 부양을 위해 공공 지출을 늘리고 있어 석유 부가세를 폐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노-사-정 합의로 인상할 수 있는 최저 임금을 125페소씩 인상하는 것은 기업들의 수익을 악화시키고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켜 외국인 투자자들이 철수할 우려가 있으므로 강행할 수도 없는 입장임을 강조한다. 물론 정유사들도 대중교통기관이 사용하는 경유 가격 인상을 억제해 왔지만 더 이상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리터당 6-8페소를 수일 내 인상한다고 밝히고 있다. 고인플레 시대에는 경제 주체인 정부, 가계, 기업들이 모두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산유국이나 이를 중개하는 유통업자들은 일시 득을 볼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인플레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IMF는 세계적인 인플레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므로 개발도상국의 경우 경제정책을 점검, 개편해 10년 전과 같은 금융위기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경고를 발하고 있으며, 뉴욕 소재 세계 정치 연구기관인 '유라시아'는 지속적인 인플레와 경기 침체가 생활고와 대량 실업을 수반하면서 동남아와 중남미에서 대중 폭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점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한 필리핀의 경제도 우려할 만한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6퍼센트 후반대의 경제성장율은 5퍼센트 초반으로 후퇴하고 있고, 5퍼센트의 증가가 예상됐던 수출은 상반기 중 3퍼센트 초반대 성장에 머물고 있다. 원유, 쌀 등 국제 시세가 폭등하면서 수입증가율은 10퍼센트 대를 넘어서 금년 무역적자는 예년의 배가 넘는 100억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 평균 41-42페소에 머물 것이란 페소화의 달러환율도 9일 불당 45.875페소로 치솟아 중앙은행은 종전과 반대로 달러를 시중에 방출하며 시장 개입을 하고 있으나, 최근 2개월 사이에 급반전된 상황 때문에 금융전문가들도 페소 하락 저항선을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반사적으로 페소-원화 환율도 21.921로 개선돼 한국에서의 송금에 의존하는 교민들의 입장은 개선됐지만, 이같은 페소가치 하락은 필리핀 자체 경제에는 득보다 실이 크다. 외채 원리금 부담이 10퍼센트 가량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므로 필리핀 정부의 빠듯한 재정운용에 더 족쇄를 채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외환보유고가 300억불에 이르고 연간 150억불이 넘는 해외근로자 송금으로 인한 달러 순 유입 효과가 있어서 10년 전처럼 외환 위기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이 와중에서 전국민의 40퍼센트가 넘는 빈곤층을 포함해 80퍼센트에 이르는 서민들의 민생고가 극심해지고 생계형 범죄가 급증해 사회가 뒤숭숭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태풍 피해, 대형 연안여객선 전복, 급증하는 인플레등 우울한 와중에서 한진 수빅조선소가 희소식들을 전해와 다소 위안이 된다. 한진조선소는 지난 4일 필리핀 조선 사상 최초로 4만톤급의 콘테이너선을 건조, 인도식을 가졌다. 명명식에 직접 참석한 아로요대통령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작금의 필리핀에 이미 이 나라 최대 기업이 된 한진조선소가 희망을 안겨줬다"고 감격해 했으며, "민다나오의 조선센터까지 가동되면 필리핀이 세계적인 조선 강국으로 떠 오를 것"이라고 은근히 한진의 투자 행보를 독촉하는 발언을 했다. 한진의 조남호 회장은 이날 컴퓨터 3백대와 인문계로 전환하는 부산 성지공고의 실험 실습 기자재를 필리핀 정부에 기증하며 화답했고, 아로요대통령은 조회장에게 필리핀 대통령 훈장을 포상했다. 이 훈장은 1993년 제정돼 그동안 12명에게 수여된 필리핀 최고의 훈장이며, 아시아인으로서는 조회장이 최초로 수상자가 됐다.

한진 수빅조선소의 오늘은 10억불의 투자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당시 진입로가 없어 수빅에서 배를 타고 30분을 들어가야 하는 바닷가에 세계 수준의 조선소를 세우는 일은 가히 '신화 창조'였다고 할 수 있다. 토지 보상, 수용과정에서부터 각종 시위, 고발에 직면해야 했고, 관련 자재, 장비를 수송하는 일, 수천명의 현지인을 훈련시키는 일, 조선소를 착공하면서 동시에 선박을 건조하는 일 하나하나가 대역사였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폭우 중에도 작업을 하기 위해 지붕이 있는 작업장을 짓는 대신 천막 작업장을 창안해 쓰는 고육지책을 썼고, 작업 중에 가스 폭발과 철판 추락으로 현지인들이 사망하는 사고들이 발생해 안전 대책이 없다는 비난도 받았으며, 허가 전 시공, 환경 훼손 등의 누명을 쓰기도 했다.

불과 1,2개월 전까지 빗발치던 비난이 한순간에 필리핀 최고의 훈장 수여란 찬사로 바뀌었다. 그야말로 모험을 수반하는 의미를 가진  '사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빛나는 순간이다. 10일 한진 수빅조선소는 3억7000만불에 달하는 18만톤급 벌크선 4척을 수주했고, 한국에 있는 한진 영도조선소도 동급 선박 4척을 4억불에 각각 수주하는 행운을 잡았다. 한진 수빅조선소의 완공과 첫 선박의 성공적인 조기 인도가 알려지면서 세계의 해운업체가 앞다퉈 발주한 또 다른 보너스인 것이다. 이로서 수빅조선소는 2년 이상 풀가동할 40억불의 수주고를 갖게 됐다. 민다니오 조선센터가 가동을 시작하는 2010년부터는 년간 50억불 이상을 수주해 500억불을 간신히 넘는 필리핀 수출액의 10퍼센트를 감당하는 명실상부한 필리핀 최고의 업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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