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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같은 필리핀 정국

김연근의 시사칼럼

등록일 2008년08월15일 16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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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08-15
 

2주간 칼럼이 쉬는 동안 필리핀의 정치 상황은 엎치락뒤치락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필리핀정부와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은 수년을 끌어온 양자간의 평화 협상에서 가장 핵심사항이었던 '고유영토' 인정 문제에 대해 지난달 27일(일) 밤 극적으로 합의를 본 바 있다.

아로요 대통령은 그 다음날 국정연설(SONA)을 통해 민다나오에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획기적인 합의가 이뤄졌으며 전국 10대 최빈곤지역 중 6개를 점하고 있는 이슬람 거주 지역이 평화를 되찾아 균형 발전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 양해각서는 현재 400만에 달하는 모로 이슬람족에 대해 국방을 제외한 외교, 통상권까지 갖는 '방사모로 자치단체'(Bangsamoro Judiciary Entity)를 구성할 자치권을 부여하고, 그 영역은 민다나오 수개 주에 산재해 있는 기존의 무슬림 자치지역(ARMM, Autonomous Region of Muslim Mindanao)에다 추가로 잠보앙가, 노스 꼬따바또 , 팔라완등지에서 이슬람이 다수 거주하는 700개 이상의 마을을 추가 편입시키며, 이중 이의가 있는 지역에서는 1년 이내에 주민투표(plebiscite)를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4일 필리핀 대법원은 조인 금지 가처분결정을 내려 다음날인 5일 협상중재국인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체결할 예정이었던 '고유영토에 대한 양해각서'(MOA-AD, Ancestral Domain)에 대한 조인식을 무산시켰다. 양측 대표단과 캘리 미국대사, 일본, 호주대사 등 외교사절 50명이 현지에 도착해 있는 시점에서 결정이 나온 것이다.

이는 잠보앙가와 일리간시 등에서 수천명의 비이슬람 교도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조인 반대시위가 있는 가운데, 무슬림 고유 영토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잠보앙가와 노스 꼬따바또의 하원의원, 시장, 주지사 등이 제기한 양해각서 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가처분 사유는 고유 영토 편입 여부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해당 자치단체, 지주, 주민들에게 양해각서의 내용이 고지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조인식이 이루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며, 상당 기간의 고지, 소명시기를 거쳐 대법원이 양해각서 체결의 가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당지역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양해각서 내용을 공지, 홍보하는 한편 15일부터 진행된 변론에서 정부 조치의 불가피성을 해명하고 있으나, 야당과 고유영토 편입 대상구역의 정치인, 지주, 가톨릭 주교들이 영토 할양은 위헌이며, 비이슬람계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에 고유영토 인정 자체를 백지화하라고 주장하고 나서 대법원의 최종결정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MILF 강경파들은 노스 꼬따바또 16개 마을에 진입, 지난 8일까지 철수하라는 정부의 최후 통첩을 무시해 지난 10일부터 3일간 공중 폭격, 야포등이 동원된 지상전이 벌어졌다. 이 교전에서 정부군 3명, MILF 31명, 주민3명 등 47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당했으며, 해당 지역 주민 16만명이 대피하는 등 6년만의 최대 교전으로 기록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아로요 대통령은 11일 민다나오와 상원에 계류중인 연방제 개헌안을 접목해서 난국을 수습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이에 주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4월 상원의원 2/3인 16명이 동의해 통과시킨 '상원 결의안 제10호'를 추진, 현 상원과 하원을 통합한 '헌법의회'(Con-ass)를 구성해 전국을 11개 주로 재편성하는 연방제 개헌을 관철시키고 모로자치구역을 이 연방 중의 1개 주로 삼아 현안을 수습한다는 절묘한 타개책이었다.

그러나 야당측은 아로요 대통령이 집권 연장책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연방제 개헌은 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10년 이후 추진할 것이라고 한 발 후퇴해 정국은 더욱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정부측은 아로요 대통령이 2010년에 퇴진키로 공언한 바 있다고 강조하지만 야당은 2004년 대선 불출마 약속을 뒤집은 대통령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응수한다.

세상의 온갖 재앙과 혼란이 노출되고 오직 '희망'만이 갇혀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상시키는 필리핀의 정국 흐름에서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난국이지만 여야간의 대타협만이 그 해법이며, 그 것만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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