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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판 종교 재판

김연근의 시사칼럼

등록일 2008년07월19일 15시4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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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07-19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으로 칼럼을 시작하게 됐다. 지난 2002년 완공됐지만 공사 계약 무효 판결, 이에 따른 배상 문제와 경영권 분쟁, 천장 일부가 무너지면서 제기된 부실공사 논란 등으로 6년간 개장이 지연돼 왔던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NAIA)이 드디어 다음 주 초인 22, 23일 문을 열게 된다. 국제선을 포함한 전면 개장에는 2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고 국내선만 우선 개장하는 것으로, 최종적인 안전 점검과 보안공사가 마무리됐고 로칼 항공사들의 내부 매표소, 카운터 설치가 진행 중이여서 개장 일자가 더 늦춰지는 사태는 더 없을 것이라고 멘도자 교통통신부장관이 밝혔다. 약 5억불이 투입된 NAIA는 공사 당시만 해도 '아시아의 허브공항'으로 만들겠다는 필리핀정부의 의지가 대단했으나, 분쟁에 휘말리고 개장이 수년간 지연되는 바람에 허브 공항의 자리를 인천공항과 홍콩의 첵납콕 공항에 넘겨줘야 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작년부터 해외 순방 후 귀로에는 항상 이 공항에 착륙하면서 공사 진척 사항을 점검하고 공사 담당 관계자들을 독촉하는 등 관심을 보여 왔다. 니노이 아키노 상원의 피살이 마르코스 독재를 종식시킨 신호탄이 됐던 것처럼,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있지만 그의 이름을 딴 이 공항이 아시아는 몰라도 필리핀이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할 '동남아의 허브공항'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

급증하는 필리핀의 인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하원의원들이 입안한 '모성의 건강과 인구 관리'에 관한 법안이 다시 가톨릭 교단의 반대에 봉착해 된 서리를 맞고 있다. 문제의 법안은 출산을 조절해 모성의 건강을 지키고 빈민이 양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가가 피임약, 루프착용, 정관 시술을 보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인공 유산은 현행법대로 처벌한다는 입장이여서 인공 피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가톨릭교단은 체온조절법, 월경주기법, 체외 사정에 의한 자연 피임까지는 인정하지만 일체의 인공 피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구의 80퍼센트를 신도로 거느린 가톨릭교단은 이를 추진하는 의원들에게 '영성체(Holy Communion)'미사를 베풀지 않을 것이며 2010년 총선에서 낙천 운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노그랄레스 하원의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낙태가 아닌 인공피임까지 반대하는 가톨릭의 처사가 지나치며 교단이 정치적 압력을 행사한다고 반발했으나, 결국은 아로요 대통령이 교단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서 정부가 주도하는 인구관리 정책은 다시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선진국에서 낙태조차 합법화시키는 법안이 나오고 있는 현시점에서 인공 피임까지 반대하는 필리핀 가톨릭교단의 입장은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인 환상이다. 모든 생명체가 신의 피조물이므로 존중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정자, 난자까지 생명체로 간주해 인공피임조차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21세기 판 '종교 재판'과 다름없다. 중세 이후 수백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 중세시대의 종교재판이 잘못됐다고 교황이 시인했지만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작년에 실시한 '필리핀 인구 센서스'에 의하면 작년 7월말 현재 인구가 8,850만명이며 년간 인구증가율이 2퍼센트를 넘고 해마다 170-180만명이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지금은 9000만명을 넘어섰다. 언론들은 7년 내 1억명을 돌파한다고 하지만 지금 추세로는 6년 내에 1억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출생신고도 하지 않는 도시 빈민과 오지 고산족을 빼고도 그렇다는 얘기다. 금년에 급등한 인플레로 다시 끼니를 거르는 인구가 3000만명으로 늘어나고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의 미취학율과 중퇴율이 다시 두자리 숫자로 올라섰다. 정부는 일찌감치 빈민들의 쌀값 보조, 기름 전기료 보조, 노인층에 대한 현금 지원 등으로 금년도 재정 적자 정책을 편다고 선언하고 동분서주하지만, 가톨릭교단에서 급증하는 빈민 구호에 얼마나 진력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고인플레에 사제들의 생활상과 헌금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한 고위 주교는 사제들의 의식주는 걱정 없고 헌금도 줄지는 않았다, 헌금이 줄더라도 교회는 걱정 없지만 생활이 어려워도 헌금하는 것은 신도들이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성스러운 의무'라고 답하고 있다. 종교적인 논쟁을 벌려서는 안되겠지만 급증하는 빈곤층에 대한 대책이나 배려가 없이 정부가 추진하는 합리적인 인구정책에 압력을 행사하는 가톨릭 교단은 필리핀의 빈곤 문제에 반 이상의 책임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반기에 급등한 국제 쌀값, 석유값의 영향으로 필리핀의 금년도 무역적자는 100억불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지만 신기하게도 전체 국제 수지는 상반기에 19억불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지난 달 금년 국제수지 예상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34억불에서 25억불로 국제 수지 흑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6월에 248만불의 적자가 발생했지만 상반기중 국제수지는 19억불의 흑자를 내고 있어 당초 목표인 34억불의 흑자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 외환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아직 그치지 않고 있지만, 100억불이 넘어갈 무역 수지 적자를 해소하고 흑자로 돌려 놓는 1등 공신은 바로 필리핀 해외 근로자(OFW)들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금년에는 이들이 송금하는 달러 금액의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은행 채널을 통해 유입되는 금액만 150억불을 상회하므로, 필리핀정부는 이 돈으로 무역 적자를 메꾸고 외채를 상환하고 있는 셈이다. 인구의 10퍼센트, 필리핀 두 가정 중에 1사람씩이 해외에 나가 가족들 생계를 이끌고 나라를 외환 위기에서 구출하고 있는 셈이다. 40년 전 해외 진출 간호사, 광부, 기능공들이  '한강의 기적'이라 일컫는 한국 경제 고도 성장의 밑거름이 됐던 것처럼 필리핀 해외 근로자들 역시 '구국의 영웅'들이다. 해마다 그래 왔지만 금년 크리스마스에는 새로 개장한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을 통해 레드 카펫을 밟으면서 아로요 대통령의 화환을 받게 될 것이므로 이들도 더욱 감개가 무량할 것이다.                                   

2등 공신이라면 단연 한국 투자자들이다. 수빅 경제 자유구역을 관할하는 '수빅 대도시관리청(SBMA)'은 지난 1년간 동 지역에 유입된 외국자본 중 한국 자본이 196만불에 달해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수빅에만 이정도 규모이니 필리핀 전국을 합하면 그 규모는 엄청날 것이다. 이것도 한진 조선소, 삼성전자 공장 등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의 투자액이다.

지난 16일 한국-필리핀 정보접근 센터가 50대 이상의 컴퓨터 시설을 갖추고 확장 오픈한 것도 이같이 급증하는 양국간 교류를 반영한 시의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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