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수 많은 뮤지션들에게 던져진 난제 중 하나는 ‘변화인가 정체성의 확보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뮤지션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음악을 듣는 리스너에게도 난제이다. 인터넷에 널려 있는 수 많은 락 커뮤니티의 토론 게시판이나 특정 뮤지션의 팬 카페 같은 곳에서도 이런 소모적이다 싶은 논쟁의 글들을 자주 찾아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현명한 답을 내놓기는 힘든 질문이라 할 수 있다.
변화를 추구한다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 허용범위를 둘 것인가? 정체성을 확보하겠다면 음악의 소비자인 리스너들의 공감을 언제까지 하나의 정체성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 그 딜레마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어떤 밴드는 실패의 수렁으로 빠졌고 어떤 밴드는 성공의 가도를 달렸다.
전자의 경우 Limp bizkit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들은 데뷔 앨범인 [Three Dollar Bill Y’all]에서 그루브 넘치는 하드코어 넘버들로 청자의 귀를 사로잡았었다. 그 후 [Significant Other]와 [Chocolate Starfish and Hot Dog flavored Water]를 통해 힙합적인 색채가 강한 하드코어 밴드로서 정체성을 굳히나 싶더니 4집과 5집의 어처구니 없다 싶은 변화로 그들은 끝을 알 수 없는 추락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했던 밴드인데 오늘날의 이들을 보노라면 안타깝기 그지 없는 밴드이다)
하지만 Limp Bizkit의 경우와는 정반대로 하나의 일관된 스타일만 고수했음에도 데뷔이래 줄곧 성공의 가도를 달려온 이들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오늘 소개할 Oasis이다.
‘Oasis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누군가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데뷔이래 변함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Rock’n Roll 스타일의 락 사운드’라고 대답하겠다. 물론 그들의 네 번째 음반인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2000)]에서 보여준 변화는 예외사항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의 디스코그래피에 있어서 거의 유일한 흥행 참패 앨범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넌 그냥 가던 길이나 가’라는 식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듯 하다(사실 변화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큰 변화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앨범에 앞서 나왔던 3장의 음반이 락 역사상 남을 명반들이었기에 곡의 퀄리티에 있어서 상대적인 외면을 받은 것일지도).
[문제아 밴드 Oasis. 제일 왼편의 노엘 겔러거(Noel Thomas David Gallagher : 기타, 보컬)와 가운데의 리암 겔러거(William John Paul Gallagher)가 그 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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