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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군 교전보다 힘든 '물가와의 전쟁'

김연근의 시사칼럼

등록일 2008년06월09일 14시4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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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06-09
 

지난 4일 필리핀 통계청은 5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9.6% 올라 9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4월 인플레 지수가 8.3%를 보인데 이어 물가가 계속 급등하고 있는 것은 쌀을 비롯한 식료품과 석유류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물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정부는 석유류에 대한 부가세를 감면하는 대신 여기서 나오는 재원 140억페소(약 3억5000만불)를 각종 민생 안정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20억페소를 투입해 400만 빈곤 가구에 가구당 500페소의 전기료를 지원하고, 지프니, 버스 등 대중교통 차량에는 리터당 2페소의 유류대를 보조하며 LPG 차량으로 개조하는 자금도 지원한다. 6월10일경 시작하는 신학기를 앞두고 들먹거리는 대학들의 등록금을 전면 동결시키는 한편, 학자금 융자액을 5억페소 증액하고 추가로 이공계 신입생들을 위해 5억페소의 장학금을 지원해 물가고에 시달려 자녀들의 교육을 포기하는 서민층을 보조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부문이 그 동안 뒷전에 쳐져 있다 보니 정부당국자들의 현장 감각이 뒤떨어져 어이없는 해프닝도 자주 일어난다.

아로요 대통령은 학부형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립학교의 교복 착용을 폐지하라고 지시했다가,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학부모들은 단체로 교복을 맞춰 입는 것이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사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할 뿐 아니라 학생들 간의 복장 경쟁을 없애 위화감을 해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당황한 교육부는 바로 다음날 복장 자율화는 강제 사항이 아니라 권장사항이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학부모들은 당장 교복 착용을 의무화하라고 되받아쳤다.

또 교육부는 국가가 무상으로 교육 혜택을 주면서 쌀 배급까지 하고 있는 초등 교육에 자녀를 보내지 않고 있는 가정이 5년 전부터 늘어나면서 현재 약 100만명의 어린이가 교육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를 처벌하는 내용의 의무교육 강화 방안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보도자료에서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래를 걱정하는 교사모임'은 3일 성명을 발표해, 작년 말 기준으로 전 국민의 20%가 넘는 2000만명이 하루 소득 1.5불 이하 극빈층으로 분류되고 그 자녀들 중 440만명이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통계인데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린이가 100만명이라는 6년 전의 자료에 근거해 입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교육부는 그동안 직무를 태만히 해온 것을 시인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

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전기료에 대해서는 '전력산업 개혁법'(EPIRA)을 개정해 구조적으로 전기료를 인하할 수 있도록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발전소를 운영하는 외국 투자사들이 과도한 정부 규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국제 수준에 비해 높은 편인 휴대폰 요금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국가통신위원회(NTC)'는 휴대폰 회사들이 통신사간 접속료로 받고 있는 문자서비스 건당 0.35페소를 0.15페소로, 음성통화 건당 4페소를 1.5페소로 낮추는 등 부풀려진 수수료를 인하해 문자서비스는 건당 1페소에서 0.6페소로, 음성통화는 현재 분당 6.5-8페소에서 30%정도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스마트, 글로브, 선 3대 휴대폰회사들이 4일 공청회에서 마치 한국의 이동통신사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계속 투자를 위해서는 요금 인하가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정부가 초지를 관철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청문회에서는 '불발 통화'(missed calls)에 대해서도 통화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공공 서비스 분야(전기, 수도, 휴대폰)의 사용료가 대중교통 등 다른 공공서비스 부문보다 비싼 것은 정부가 대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데도 원인이 있지만, 주무관청의 봐주기와 동업계간 담합에 주된 원인이 있다. 그래도 물가를 잡기 위해 뒤늦게 재벌들과 한판 씨름을 하는 정부를 성원하는 것은, 이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라 민생고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

아직 현지 언론에는 보도가 안됐지만 한국발 뉴스에 의하면 한진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한 첫 선박이 내달 초에 인도식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선박의 인도식에는 선주의 부인이나 유력 여성들이 관례적으로 나서 안전 항해를 기원하며 선박의 이름을 짓는 명명식이 곁들여지는데, 이번에는 필리핀 초유의 경사를 맞아 아로요 대통령이 직접 명명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보름 전까지 산림 훼손, 허가 전 시공, 뇌물 제의설 등 각종 소문과 구설수에 시달리면서 일부 프로젝트 철수설까지 거론됐던 한진 입장에서도 감회가 교차하겠지만, 한진을 집중 성토했던 필리핀 일부 정치권과 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할 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구경꺼리다.

TV와 신문들이 아로요 대통령이 수만톤 신형 선박의 이름을 지어주며 진수테이프를 끊는 장면을 톱뉴스로 다루면서, '필리핀 세계적인 조선국가로 부각'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예견하고 한진조선소의 필리핀 경제 기여도를 대서특필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마 그렇기까지 하겠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을까 봐 부언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40대 이상의 한국민이라면 다 기억하겠지만 1973년 국내 최초로 울산 현대조선소에서 26만톤 유조선의 선박 인도식이 있었고 이를 국내 언론들이 '조선 입국' 운운하며 얼마나 대대적으로 보도했는지 회상해보라. 필자 기억으로는 육영수여사가 명명식을 하고 유조선이 진수되는 화면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영화관에서 '대한 뉴스' 상영을 알리는 첫 화면으로 10년 이상 롱런 했었다. 그 후 35년간 '수출 한국'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조선산업은 지금도 전자, 철강, 자동차, 건설과 더불어 주역을 맡고 있다. 아직도 수년치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50년간 고속성장을 하는 유일한 산업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조선 산업이 한국 경제에 기여한 것 이상으로 필리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연 40억불의 수출 기여도뿐만 아니라 노동집약산업이므로 수만명이 고용기회를 갖고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가 크므로 필리핀 경제를 부양하는데 이보다 여건이 좋은 산업은 없을 것이다.

세계 조선업계에서도 입지조건, 풍부한 노동력, 기술 유출 우려가 없는 필리핀이 중국, 베트남보다 조선소 입지조건이 낫다고 분석하는 자료가 나오고 있다. 한진 뿐만 아니라 세계의 유수한 조선업체들이 필리핀에 입주해 '굶기를 밥 먹 듯' 하는 빈민들이 사라지는 필리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필자만의 희망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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