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18일 마닐라 인근 라구나에서 엽기적인 2건의 학살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16일(금) 라구나시 카부야오 타운 사이언스 팍에 위치한 리잘상업은행(RCBC) 라구나지점이 개점시간인 오전 9시가 돼도 문을 열지 않자 대기하고 있던 고객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은행 객장에 은행직원 10명이 두부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고 주위에는 범인들이 급히 강탈해 간 현금중에 3백만페소(약 7천만원)가 흩어져 있었으며 무인카메라와 비상연락망 등이 파손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범인들이 영업시간 전에 은행에 침입해 은행직원들을 몰살한 것으로 미루어 은행직원들과 안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은행강도 전력이 있는 갱단을 중심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직원들을 일렬로 앉혀 놓고 1명씩 차례로 머리에 총격을 가해 살인을 한 점에서 필리핀 은행강도 사건중 가장 잔인한 사건으로 꼽히고 있으며, 아로요 대통령조차 '악마의 소행'이라고 경악하면서 사건을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발생 6일째인 22일 현재 뚜렷한 용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18일(일) 밤 같은 라구나 지역 호르날란 바랑가이(동과 유사한 최소 행정구역)에서는 한 괴한이 인접해 있는 4집을 차례로 습격해 어린이 5명을 포함한 8명을 살해하고 6명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이 괴한은 4집 안에 차례로 침입해 M16소총을 난사했으며, 집밖에 있던 개와 소도 사살하고 차량에도 총격을 가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빈농과 이웃이라는 점 외에 공통점이 없고 범인이 총을 난사한 것으로 보아 원한관계나 약물 중독에 의한 우발적인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다, 21일 용의자로 보이는 전직 경찰관의 조카를 총격전 끝에 사살했다. 이 용의자는 삼촌의 총을 훔쳐 별 동기 없이 주민들을 사살했다.
19일에는 꼬타바또 버스터미널이 폭탄세례를 받아 3명이 다치고, 20일에는 신인민군 70명이 민다나오에서 교도소를 습격해 무기들을 강탈해 갔으며, 케존시 쿠바오에서는 21일 밤 신인민군을 자처하는 10명이 버스터미널에 침입해 버스 5대를 불살랐다.
필자가 언론에 보도된 총기사건을 기준으로 5일간 조사한 바로는 32건이 발생했으니 일 평균 6.4건의 총기 폭력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셈(군의 교전, 경찰 공무수행, 인명피해 없는 사건을 제외한 순 민간 건수)이며, 보도되지 않은 사건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마치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방불케 하리만큼 총기 폭력에 의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사고 예방책을 수립하기 보다는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시일이 경과하면 '영구미제(永久未濟)'로 쌓일 뿐이다.
언론들도 총기사고가 너무 흔한 탓인지 한, 두 번 보도를 내보낸 후에는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한 중간 수사 진행사항을 언급하지 않는다. 총기 폭력이 워낙 일상화돼 있다 보니 정부나 국민 모두가 마치 불감증에 걸린 것처럼 무관심하다.
각설하고 필리핀에서 총기 폭력을 감소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일반의 총기 사용을 규제하는 법을 실시하는 것이다. 민간단체들이 30년 가까이 총기규제법을 주창하고 역대 대통령후보들이 선거 때는 공약(公約)으로 내세우지만, 선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공약(空約)으로 끝나고 만다.
이 같은 배경에는 외부의 위협에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 소지를 허용해야 한다는 미국적인 사고방식이 근 50여 년간 미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필리핀에 자리잡고 있는 탓이며, 이는 주로 정치인, 지방 유지 등 상류층이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총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법 제정이 흐지부지 되고 마는 것이다.
외부의 위협에서 개인과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 일반의 총기소지를 제한하는 유럽식 사고방식이 총기폭력을 줄이는데 더 효과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이는 미국을 제외한 현대 문명국가들의 대세이기도 하다.
미국은 물론 필리핀도 총기 소지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을 버리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는 미국, 필리핀 정치인들이 풀어야 할 과제다.***
국제 유가가 80불에서 130불에 이를 때까지 요지부동이었던 대중교통요금이 21일부터 지프니 0.5페소, 버스요금이 1-1.5페소 올랐다. 당초 요구액의 1/3수준이지만 필리핀정부는 리터당 2페소의 연료 보조비지원, 세제 감면을 제시하며 이마저도 요금 동결을 시도했다가, '해도 너무 한다'는 대중교통단체와 여론의 비난에 손을 들고 이를 허용했다.
상원청문회에서 메랄코의 비리가 속속 거론되고 있다. 상원의원들은 소비자가 왜 메랄코가 사용량을 측정하는 미터기값 6백페소를 부담하고, 납기가 3일만 지나면 단전을 하면서도 월 평균 사용요금 2개월치를 선납케 하느냐고 따졌다. 또 송전시 방전, 도전되는 시스템손실 부분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도 부당하다며 환급을 촉구했다. 메랄코측은 감독기관인 '전기규제위원회(ERC)' 허가사항이라 뜻대로 못한다고 여전히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국민들은 영세업체를 억누르기보다 재벌들의 횡포를 억제해 민생을 챙겨 주기를 더 바란다. 정부가 메랄코의 비리를 시정해 전기료를 얼마나 낮출지 주목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로요 대통령이 민다나오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평화협상단 수석대표에 지난 5월초에 퇴임한 에스페론 전 참모총장을 임명한 것은 뜻밖이다. 금통위원에 임명된 분예 공보부장관 후임으로 옮겨간 전임 두레자 평화협상 수석대표는 민다나오 출신으로 협상상대방인 모로이슬람(MILF)측과 호흡이 잘 맞았지만, 적대적이었던 정부군의 전 총수 에스페론이 평화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안 난다. 연약한 정권을 지지하고 군부쿠데타를 제압한 공로에 대한 인사긴 하지만, 군부에 대한 의존도를 보여주는 아로요 정권의 한계이기도 하다. 전국구인 벨트란 하원의원이 자기집 지붕을 고치다 4.2미터 아래로 추락해 병원에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서민층을 대변하며 손수 지붕을 고칠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해온 벨트란 의원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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