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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주의 재판과 “눈에는 눈”

김관형 목사의 한 손에는 신문

등록일 2008년04월22일 14시2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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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04-22
 

조선 영조, 정조시대에 한성판윤을 거쳐 병조판서를 지낸 “권 엄”이라는 분이 있었다. “한성판윤”은 지금으로 따지면 서울시장, 서울지방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에 서울고등법원장까지 합친 관직이었다. 어느 날 한성부에 토지인도청구사건이 한 건 접수되어 권 판윤이 심리하게 됐다. 어의(御醫)였던 강명길이란 사람은 자기 부모 묘를 이장하기 위하여 서대문 밖에 있는 임야와 산 아래 있던 민가 수십 채를 사서 농민들과 10월 추수가 끝나면 집을 비워주고 나가기로 약정했는데 그 해 흉년이 들어서 농민들이 집을 비워 주지 못했다. 재판을 할 당시는 겨울이라 새로 집을 마련할 길이 없는 농민들을 쫓아내면 겨울을 나지 못하고 길에서 얼어 죽을 수도 있는 형편이었다. 농민들의 처지를 불쌍히 여긴 권 판윤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했다.

당시 어의(御醫) 강명길은 왕의 은총을 믿고 매우 방자하였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미워하고 있었다. 강명길은 권 판윤의 판결에 불만을 품고 왕을 찾아가 새로운 판결을 청탁했다. 강명길의 말만 들은 왕은 그 청탁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다음날 한성부에 새로 제소하도록 하는 한편 승지인 이익운을 불러 강명길이 새로 제소하면 승소판결을 해주도록 한성판윤에게 부탁하라고 하명했다. 강명길은 왕의 부탁을 믿고 다음날 다시 한성부에 제소했다. 권 판윤은 이 승지를 통하여 왕의 부탁을 전해 듣고서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 버렸다. 이에 왕은 크게 노하여 이 승지를 불러 일이 잘못 된 데에 대하여 엄히 꾸짖었다. 왕의 노여움이 어찌나 무서웠던지 모두 두려워 떨었다. 이 승지는 다시 권 판윤을 찾아가 왕의 노여움을 전하면서 고집을 꺾고 새로 판결을 해줄 것을 간곡히 권하였으나 권 판윤은 “백성들이 당장 주리고, 추위가 뼈에 사무치는데 지금 쫓아내면 모두 길에서 죽을 것이니 내가 죄를 지을지언정 차마 내쫓아 백성들로 하여금 나라를 원망하게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다음날 강명길이 다시 제소하였으나 판결은 전과 같았다. 모두들 권 판윤이 화를 당하게 될 것 같아 걱정하였으나 수일 후 왕이 이 승지에게 말하기를 “내가 가만히 생각하니 판윤의 처사가 참으로 옳다. 권 판윤은 정말로 얻기 어려운 인재이다. 경은 그렇게 못할 것 같다”고 권 판윤을 크게 칭찬하였다고 한다. 한 판사가 초등학교 4학년을 상대로 일일교사를 하면서 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한 여학생만 다른 남학생들의 집중공격을 받으면서도 “권 판윤이 법대로 재판하지 않았으니 옳지 못하다”면서 권 엄이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그래서 판사는 여학생에게 “장래 훌륭한 판사가 될 수 있겠다”고 말해 주었다.

요즘 한국사회에선 “재판부가 약자들이라는 이유로 피의자들의 편에 서서 큰일을 저지른 사람들마저도 불구속 처리하는 ‘온정주의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위에서 언급한 “권 판윤의 판결과 왕의 동조” 그리고 오늘 한국사회의 “온정주의 재판”은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모두 법 정신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판사는 변호사나 사상가도 아니요 또한 인도주의자(humanist)도 아니다. 다만 법대로만 판결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판결은 법대로 하고, 그 다음에 정상을 참작한 감형이나 특사가 필요한 것이 순리요, 상식이리라. 성경에 나타나는 “눈에는 눈”은 인과응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다만 피해자가 과도한 보복조치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였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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