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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자 천하지 대본(農者 天下之 大本)

김연근의 시사칼럼

등록일 2008년04월07일 12시3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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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04-07
 

 

예상했던 대로 민생, 특히 주식인 쌀 확보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마닐라 정가는 스캔들 청문회나 스프래틀리 영유권 분쟁 같은 다른 이슈들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전직 고위 공직자가 증언에 나서 '국가 광역전산망(NBN)스캔들에 연루된 대통령 일가의 비리가 밝혀질 것이라고 예고했던 상원 블루리본위원회(공직자 비리 진상조사 위원회)는 무기 연기됐고, 대신 상원은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특별 배정한 예산 50억페소가 투명하게 집행되는 지를 주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홍콩을 방문,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돌아온 아로요 대통령의 귀국도, 모로민족해방전선(MNLF)이 과격파 지도자 미주아리를 교체해 민다나오의 긴장이 해소될 것이라는 뉴스도 화제감이 못됐다.     

오직 쌀 문제, -부족량 확보와 쌀값 안정, 증산대책, 불법 유통 근절 대책 같은, 해결만이 유일한 과제인 것처럼 된 감이 있다. 

아로요 대통령은 2일 귀국하자 말자 국내 벼 수매가를 1킬로당 12페소에서 17페소로 올려 수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민간 유통업자들의 농촌 수매단가가 9.5페소 정도이므로 이 같은 수매가 인상은 농부들에게서 환영을 받았고, 농부들은 다른 작물 대신 쌀 증산에 나설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정부의 수매 비중이 전체 생산량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매량을 늘리지 않는 한 증산효과는 미흡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미한 3분도 쌀은 18.25페소, 5분도 쌀은 22페소라고 가격을 책정했으나 단순한 가격고시만으로 쌀값이 안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수입쌀을 재포장, 일반미로 둔갑시켜 폭리를 취해온 유통업자들이 체포되자 정부는 수입쌀이 불법 유통되지 않도록 '양곡 관리청' 직원들을 단속하는 한편, 쌀 소매업자 1만2천명의 면허를 취소하고 양곡관리청이 직접 수도권의 쇼핑몰, 재래시장 등 전국 4백여 시장마다 각 3대씩의 트럭을 동원해 공급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는 유통업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유통구조가 시장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 쌀값이 곧 톤당 1천불을 돌파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민간의 쌀 수입을 장려하기 위해 50%의 관세율을 대폭 인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시중 쌀값이 30-50% 오른 상태에서 정부가 각종 시책을 내놓은 것이 뒤늦은 감은 있지만, 쌀 수확기를 앞두고 있어 시중 쌀 부족현상이 없는 지금보다는 3개월 뒤 '춘궁기'가 되는 7월 이후의 쌀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점에서는 이론이 없다. ***

그러나 민간에서는 정부 시책이 미구에 예견되는 식량 폭동을 예방하기 위한 근시안적 대책 일뿐이며, 중장기적으로 쌀을 증산하고 가격을 안정시킬 정책은 다수확 볍씨를 보급하겠다는 시책 외에는 없으며 쌀 문제 해결을 위한 민간 포럼이나 대중 토론회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집회에서는 정부의 실정과 비리가 노출되기 마련이므로 집회 포스터 부착이나 전단지 배포조차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로운 인권변호사'라는 별칭이 있는 필리핀대학의 해리 로게 교수는 ABS-CBN의 '코리나 산체스 투데이'에 출연해 정부가 각종 영농자금이나 농가지원 예산을 빼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가 6억페소 이상의 비료자금을 유용해 2004년 대선에 유용했다는 스캔들을 폭로한 바 있는 그는 비료스캔들이 있었던 2003년 같은 시기에 돼지 사육 보조금 10억페소 이상이 축산 농가에 '유령 분양'되고 정부가 이를 유용해 선거자금에 썼으며, 돼지를 분양 받았다고 서명한 축산농가들은 그대신 1, 2백페소의 서명료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마닐라에 본부가 있는 ‘아시아 개발 은행’(ADB)은 2일 금년과 내년의 경제 성장률이 6%, 6.2%에 머무를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필리핀정부는 민생에 투자할 수억불을 지원받을 여력이 있으나 이를 일시적 쌀값 안정을 위해 보조하는 형식으로 쓰는 것보다 쌀 증산과 도시 빈민의 취로대책에 쓸 것을 권장했다.

추기경, 대주교 등 29명의 가톨릭 고위사제들도 3일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년 8월로 만료되는 농지개혁법과 그 시행기간을 연장하고 철저히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신 농지 개혁법이 시행된 지 20년 존속시한을 맞은 금년까지도 농지분배 비율이 20%대에 머무르고 143만 헥터(약44억평)가 미실행되고 있어 식량부족을 자초했다고 평가하고, 정부와 의회가 농지개혁법을 연장하고 분양에 필요한 자금 5백억페소를 배정할 것과

엄격한 집행을 촉구했다. 지주들이 농지개혁을 피하기 위해 대농장으로 전용하고 확정된 전용농지조차 무력을 사용해 분양을 회피하는 바람에 2001년 이후만 보더라도 43명의 농민지도자가 살해 되는 현실을 시정하려면 법 집행이 엄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누누이 얘기한 바 있지만 필리핀은 주식인 쌀을 자급하고도 남아 수출할 수 있는 천혜의 여건을 갖춘 나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1980년대까지 주요 쌀 수출국이었던 필리핀이 4반세기만에 최대의 쌀 수입국으로 전락해 식량파동을 겪어야 하는 것은 순전히 人災(인재)다.   노는 땅이 있어도 농지 분양을 거부하는 지주층은 물론, 대농장이나 바이오 에너지 작물 재배를 권장하거나 대규모 농지를 10억불에 중국에 임대하면서 농민을 등한시한 정부의 정책이 초래한 사태인 것이다.

최근 국제 유가, 금 등 주요 광물가, 식량가격 추세가 보여주듯이 세계는 바야흐로 자원이 무기인 시대다. 조만간 국제 유가가 갤런당 150불이 되고 쌀값이 톤당 1,500불-2,000불이 될 수도 있다.

자원에 관한 한 축복받은 나라지만 그 중요성을 등한시해 고통을 겪는 필리핀이 가야 할 정책 방향은 분명하게 나와 있다.

국제 쌀값은 킬로로 환산하면 40페소가 넘지만, 필리핀 농촌의 벼 수매가는 킬로당 10페소에 불과하다. 농민들에게 농지를 돌려주고 쌀 수매가를 올리면서 그 양을 늘리면 년 3모작이 가능한 나라에서 쌀 부족현상은 2, 3년 내에 능히 극복할 수 있다. 농지가 늘면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도시 빈민이 줄고 소득도 늘게 된다. 아직 50% 이상의 인구가 국민 총생산의 20%를 밑도는 농업에 집중하고 있는 농촌을 활성화하는 정책에 최우선권이 주어져야 한다. 이것이 주곡 자급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또 그것이 0.1%도 안 되는 상류층과 점점 늘어나지만 20%에 불과한 중산층과 80%를 점하는 도시 빈민과 농어민 층으로 구성된 왜곡된 사회계층 구조를 해소하는 길이다.

‘농자 천하지 대본’(農者 天下之 大本)은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식량자원 확보가 급선무인 최근에도 ‘키 워드’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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