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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니들의 이유 있는 파업

김연근의 시사칼럼

등록일 2008년03월24일 12시2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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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03-24
 

 

필리핀 언론의 움직임은 외견상 활발해 보인다. '인콰이어러'나 '필리핀 스타'같은 중앙 일간지들은 매일 70-80페이지를 발행하고 주말판의 경우 거의 100페이지가 넘게 발행하고 있다. 물론 그 지면의 반 이상이 광고이고, 장례식, 동창회 행사 안내 지면도 한, 두페이지가 넘지만 뉴스의 양도 엄청나다.

베테랑과 전문 기자를 제외한 일반 기자들은 박봉인데다 작성하는 기사의 분량에 따라 수당을 받다 보니 자연히 많이 쓸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매년 새로 출시되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이 그러하듯이 핵심 뉴스에 한 두가지 새 정보를 추가해 재탕, 삼탕하는 경우가 많다. 이현상은 TV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ABS-CBN이나 ANC같은 뉴스채널의 보도도 그렇다.

특히 이런 경향은 정치면의 경우가 현저해서, 매일같이 필리핀 뉴스를 모니터링하다 보면 식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국가 광역 전산망'(NBN) 스캔들에 관련된 보도를 들 수 있다. 상원 청문회가 진행 중이라 계속 뉴스거리가 추가되기도 하지만, 새 증인이나 상원의원 등 정치인의 코멘트가 있으면 이를 짤막하게 언급하고 대부분은 그전의 진행상태를 줄줄이 나열한다. 하도 진력이 나서 건너뛰고 싶은 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은 필리핀에 관한 한국발 뉴스처럼 오보가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2개월 이상 정치 불안을 야기해온 NBN 스캔들과 관련해 한국 언론들은 최근 가톨릭 주교단이 아로요 퇴진을 결의했다거나,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이 발포 경고를 내렸다고 보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피노이'들처럼 느긋하지 못한 필자의 속단인지는 모르지만 NBN 청문회는 계속 새 증인, 새 증언들이 나와도 결론과 이에 대한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로요 대통령 부부의 측근층, 주요 정부 계약에 브로커를 자처하는 일부 기업가, 퇴역장군, 기관장 등 정상배 그룹이 커미션을 포함해 공사 금액을 20-50% 부풀려 책정하고 차액을 빼돌린다는 것이 그 결론이다. 구체적으로 누가 얼마를 챙겼냐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청문회는 지루하게 계속되지만 물증을 얻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이제는 확산되고 있는 그 후유증을 다스릴 때다.

2004년 필리핀은 중국, 베트남과 전략적 요충지이자 자원의 보고로서 국제적인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남사군도(Spratly islands) 주변의 탐사를 위해 '동지나해 해저지질 공동조사 협정"을 체결한 바 있고, 이에 따라 인근 해역 수십만 평방킬로를 베트남과 중국이 탐사해 그 결과를 공유한 바 있다.

남사군도는 추정석유 매장량이 쿠웨이트보다 더 많은 1700억배럴에 이르는 세계 4위의 해저 유전층을 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3국외에도 대만,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 주변 7개국이 영유권을 주장해 온 분쟁지역이다.

남사군도는 지리적으로는 팔라완에서 남서 70킬로에 위치해 필리핀이 150-300킬로 떨어진 베트남, 중국보다 가깝고, 마르코스 시대에 선포된 필리핀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내에 위치해 국제법상 필리핀의 영유권 주장이 인정받을 수 있는 미묘한 지역이다.

그러나 이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재원이 없는 아로요정부는 관계국들이 공동 개발하자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며, 그 안쪽에 있는 '말람빠야' 해역은 민간 외자를 도입해 천연가스를 생산중으로 정부는 1억불 이상의 로얄티를 받고 있으며 4월부터는 원유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 마드리갈 상원의원은 필리핀이 중국의 장기 저리 전대차관을 받는 조건으로 위 3국의 공동조사 협정을 수락했고 중국의 차관공사들은 부실하거나 공사금액이 부풀려져 커미션 이 대통령 부부와 측근들에게 돌아갔다고 비난했고, 언론들은 지도상에 표시된 조사구역의 80%가 필리핀 영해에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미국과의 '방문군 체류협정'이 미군을 잔류케 한 영토 팔아먹기였다면, 3국 공동조사는 영해를 팔아먹은 매국노 행위라는 논평까지 나왔다.

정부는 공동조사는 단순한 조사 차원일 뿐이라며 펄쩍 뛰었지만, NBN 시공사인 중국 국영 ZTE사는 물론 대사관과 후진타오 주석의 아들까지 필리핀발 비리에 연루됐다는 비난을 받은 중국측은 해역 공동조사마저 스캔들로 몰고 가는 필리핀에 심사가 편치 않음을 노출했다.

논쟁을 주고 받는 외교적 차원의 문제 이상으로 확산될 기미가 보이는 것은 엊그제 중국 조사단이 마닐라에 도착해 진상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20억불이 넘는 전대차관 외에 현재 추진중인 80억불의 중국 투자가 무산될 수도 있다.

지난 11일 지프니, 버스, 택시, 트라이시클 등 대중 교통기관이 총파업에 들어갔던 메트로 마닐라는 곳곳에서 사람들이 도보로 통근했으며, 지각, 결근 사태가 속출하고 '국가 수학 능력 시험일'과 겹쳤지만 비공식 휴교에 들어간 학교도 있었다.

그동안 치솟는 국제유가로 기름값은 인상되지만 민생을 위해 대중 교통요금을 억제해온 아로요정부에 수차 파업 으름장을 놨다 취소를 반복해온 대중교통협회는 이날 만은 단호했다.

소속 차량의 90%가 파업에 동참했다고 발표한 이들의 파업 사유는 요금 인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은 교통단속원들이 25%에 달하는 적발 수당을 챙기기 위해 5백페소의 범칙 스티커를 남발하고 일주일 이내에 미납시는 10%의 페널티가 붙어 5-6백페소에 불과한 하루 기사 수입으로는 이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의 개선책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총파업을 한다는 것이다.

아로요 대통령까지 나서 범칙스티커 발급기준을 강화하고 금액을 낮추겠다고 발표한 9시에 파업이 풀렸지만, 이 모두가 민생을 외면하고 정치 논쟁에만 매달려온 정치권의 책임이다.

그 뿐이 아니다. 기업들은 상반기중에 높은 전기료를 낮추지 않으면 외국 기업들이 이탈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적인 청바지메이커 리바이스사는 13일 230여명의 필리핀 직원이 있는 필리핀 공장을 상반기중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으로 공장을 계속 가동하려고 했으나 경비가 늘어나 어쩔 수없이 30년 이상 가동해왔던 공장을 폐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명 퀄리티 브랜드의 공장이 이런 상황이니 여타 브랜드나 하청공장들의 경영난은 불문가지다.

필리핀은 전기료가 0.12불/kw로 베트남의 0.5불/kw, 중국의 0.8불/kw보다 50-120% 비싸기 때문에 이를 인하하거나 다른 메리트가 없는 한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으나, 정부는 발전산업이 민영화되면 개선된다거나 전기 현물시장이 상설화됐으니 나아질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으며, 연료비 급등으로 발전원가가 상승하는 현 국면에서 전기료는 오히려 올라갈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독과점의 혜택을 누리면서 발전소와 메랄코 등 전기 그룹에서 건설, 물류, 유통 등으로 문어발식 성장을 하고 있는 로페즈그룹은 정부가 말람빠야 유전에서 나오는 로얄티로 수출기업 등에 전력 보조금을 교부하라고 주장하지만 자체 노력으로 전기료를 인하해 보겠다는 의지는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최근 세부발전소 착공에 들어가면서 전체 발전량의 20%를 점하는 최대 발전사업자로 떠 오른 오늘의 '한전 필리핀'(KEPCO)이 없었다면 상황은 끔찍할 뻔 했다.

정치 불안으로 인한 국정, 민생의 차질은 이뿐이 아니다.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은 무려 1만명이상이 참가한 '지도자 모임'을 갖고 3일간 논란을 벌인 끝에 금년에 추진할 정부와의 평화협상이 그들의 마지막 카드임을 시사했다. 일부 젊은 지도자들이 10년 이상 추진해온 정부와의 평화 협상이 진전된 것이 없으며, 정부의 성실한 협상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무장 투쟁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동 전선의 현 원로지도자들은 내년부터는 2010년 대선 준비로 정부가 시간이 없을뿐더러, 협상 중재국인 말레이시아도 금년 8월까지 진척이 없으면 중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정부에 조기 협상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또 급증하는 인구와 한정된 경작 상황으로 인해 주곡인 쌀의 자급률이 90%를 밑돌아 금년에도 180만톤을 수입해야 하는 필리핀은 금년들어 이미 40% 가량 인상된 국제 쌀값이 추가 인상 여지가 있어 쌀 수입에 곤란을 겪고 있다.

지난 10일 55만톤을 수입하기 위해 경쟁 입찰을 실시했지만 60%에 불과한 35만톤을 확보하는데 그쳤고, 아로요 대통령이 베트남 수상에게 비공식적으로 쌀 수출을 요구했지만 1/4이 줄어들 것이라는 확답을 받았다는 보도가 말해주듯이 쌀 수입에만 추가로 10억불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정부의 이런 노력과 국고 보조가 있어 국내 쌀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서민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렇듯 경제, 사회적으로 현안이 즐비하지만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을 탓만 할 수도 없는 것이 필리핀의 현실이다.

아로요 퇴진을 주장한 '전직 각료 모임'인 '라살 60인방'은 이미 90명으로 확대되면서 그들의 최후 통첩을 무시하고 비리를 감추려고만 하는 아로요정부를 희망이 없다고 선언하고 차기 정부에 대한 분야별 개혁안 연구에 들어갔다. 그들은 부정부패를 줄이려는 노력이 정치 불안으로 비춰질지 몰라도 정치 발전을 위한 진통임을 이해해달라고 해외 투자자들에게 당부했다.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다. 다만 현재 고통 받는 민생을 외면하지 말고 같이 해결하고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주 보도된 NBI의 인신 납치적인 횡포는 교민들이 지난 해 이민국 직원들의 소행을 다시 떠 올리게 하는 악몽이다. 하급 직원들의 협박을 단속하는 것도 지도자들의 몫이다. 누차 언급하지만 한인단체들은 교민 비상전화를 마련해 즉각 현지 변호사를 파견할 수 있도록 상설 고문변호사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교민수 10만을 얘기했던 게 2,3년 전인데 교민수가 어언 15만에 달하다 보니 피해 사례도 늘어나는 것 같다.

다만 우리가 받는 피해뿐만이 아니고 우리가 끼치는 피해에 대해서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년씩 계약하는 주택, 전화, 인터넷 임대계약을 제대로 이행치 않아 '한국인 임대 사절'의 아파트가 등장하고 전화, 인터넷 계약시 우리 교민에게만 ACR을 요구한다니 이는 우리가 시정해야 할 몫이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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