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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예 부대의 신고식 전통

김관형 목사의 한 손에는 신문

등록일 2008년03월24일 12시2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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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03-24
 

 

지난 7일 대학 신입생수련회에 참가했던 K대학 신입생이 전날 밤 늦게까지 다른 학생들과 술을 마시고, 잠든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술을 강권하는 그릇된 음주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술만 강권하는 것이 아니라 후배 길들이기라는 고약한 습성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 후배 길들이기와 그릇된 음주문화가 만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후배 길들이기가 말 몇 마디나 글 몇 줄로 되지 않는다. 다만 저급한 군대문화에서나 있는 막말과 모욕적인 언행으로 굴종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술을 강권하면 마시는 사람이든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든 잠시 이성을 잃고, 술로 울분을 삭히려다가 사고를 당하는 것이다. 

여기서 대학의 오리엔테이션이나 MT가 왜 필요한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까지는 그런 것이 없어도 교육이 이뤄졌는데 왜 성인이 다 된 대학생들이 그런 허섭스런 모임에 참가해야 하는가 말이다. 그것 없이도 대학교육이 얼마든지 이뤄진다고 보면 괜한 일에 시간 그리고 생명까지 바쳐야 하는 일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또 다른 대학에선 신입생 예절교육 중 가혹행위가 있었으며, 신입생이 체력훈련을 받던 중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다. 아니 “신입생 예절교육”이라니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거기다가 가혹행위까지 곁들였다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보도에 의하면 교수들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흡사 군대에서 사병들 간에 가혹행위가 있음을 알면서도 자기들이 할 일을 남이 대신 해 준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묵인하는 초급간부들의 행태와도 같다. 

그런 저질적인 대학문화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이유는 고학년들이 내가 당했으니 너희들도 당해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며 또한 최고 학부의 선생들인 교수들도 그것을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학을 위해서라도 버려야 할 뿐 아니라 그것이 사회와 가정에까지 파고들 것을 염려하며 온 사회가 나서서 뿌리를 뽑아야 한다. 나는 여기서 “한 번도 남에게 맞아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남을 때릴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답은 할 수 있다와 할 수 없다로 나뉘겠지만 필자의 소견으로는 후자가 맞다고 본다. 아무튼 승리와 성공을 위해서 어떤 인격모독도 그리고 죽음 직전까지 이르는 “지옥훈련”도 다 받아본 사람들의 내면에 흐르는 폭력성은 가정과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자식을 강하게 키우는 것과 그런 “양아치 집단”에 몰아넣어 거칠게 만드는 것과는 성질이 다름을 알아야 한다.

나는 기억에 남는 신고식을 해 본 경험이 있다. 남자들은 군에 가기도 전에 군을 경험한 선배들에 의해 군대얘기를 많이 듣곤 그 세계를 대비한다. 그런데 그 중에 자대에 배치되면 고참들에게 하는 신고식을 치러야 하는데 돈도 많이 들고, 체벌도 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한 신고식은 신병들은 가만히 앉아 얻어먹으며, 위로를 받는 것이 전부였고, 제대를 얼마 앞둔 고참병들은 객지에서 고향 동생들을 만난 양 신병들의 신상에 관해 자세히 물으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어리벙벙한 신병들을 PX에 데리고 가 대접하는가 하면 다음 날은 신병들의 세탁물을 함께 세탁해주는 아량을 베푸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 최정예부대의 아름다운 신고식 전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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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5일 새벽 5시 경기 용인시 경희대 국제캠퍼스 체육대학 앞 광장. 쌀쌀한 새벽 공기 속에 50여명의 신입생들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지각한 신입생들이 헐레벌떡 뛰어와 속속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모두 줄을 맞춰 건물 안으로 이동했다. 10여분이 흐르자 건물 안에서는 “안녕하십니까!”라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체육대학 건물 안에 있는 태권도장, 검도장, 탁구장 등에서 태권도학과, 스포츠지도학과, 골프경영학과 등 과별로 ‘신입생 예절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태권도장에서는 일렬로 10명씩 어깨동무를 한 60여명의 신입생들이 “개념을”, “잡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했다. 남녀 구분도 없었다. 선배들이 상소리와 함께 “동작이 굼뜨다”고 다그쳤다. 엎드려 뻗치기는 기본이었고 어깨동무한 채로 머리박기, 쪼그려뛰기, 앞·뒤로 취침 등이 반복됐다. 얼차려의 종류가 바뀔 때마다 선배들은 선배에 대한 공손한 태도와 인사할 때의 목소리, 허리 숙이는 각도 등을 강조했다.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하며 “안녕하십니까, ○○학과 08학번 ○○○입니다”를 외치는 연습은 얼차려 중간에도 수시로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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