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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아직도 멀리 있다

김연근의 시사칼럼

등록일 2008년03월11일 12시2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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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03-11
 

 

주교단이 아로요 대통령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발급한 지난주 초 한 고비를 넘기기는 했지만 잇다른 비리, 스캔들이 난무해 필리핀의 정국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여당측 상원의원인 주비리가 대통령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수십명의 시장들에게 45만페소씩을 그의 ‘포크배럴(pork barrel, 증빙을 요하지 않고 계획만으로 지역구 의원에게 지급하는 우선 배정 예산)에서 지급했다고 시인해, 그렇지 않아도 편파적으로 여당의원들에게 집중된다는 비난을 받아온 포크 배럴이 정치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기에 또 다른 수천만불의 리베이트가 대통령궁으로 흘러갔다고 로자다 의원이 상원청문회에서 진술한 남부철도 계약서 중 일부가 제출되지 않고 NBN 계약서처럼 분실됐다고 주무부서에서 변명하고 있어 또 다른 의혹의 불씨가 되고 있다.

한편 잠비 마드리갈 상원의원은 관세청이 입찰을 통하지 않고 중국 전대차관자금으로 구매한 컨테이너 투시 장비 가격이 고가이며 대통령 남편이 이 거래에 개입했다고 5일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마드리갈 의원은 당시 관세청은 대당 250만불이 든다고 했고 국제입찰에서는 150만불에 낙찰된 바 있는 투시장비 30대가 대당 500만불에 구매돼 6~8000만불의 차액이 생겼다고 주장하면서 구매사절단이 중국 방문 시 대통령 남편 마이크 아로요가 전 중국계 필리핀 상공회의소장인 프란시스 추아와 함께 동행,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측 납품사인 노이테크는 사장 후하이펭이 후진타오 주석의 아들로 알려졌으며, 현재 보류되고 있는 ‘사이버 교육‘ 프로젝트의 공급사로도 선정돼 있어 양국 정상간의 정경유착비리로 획대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은 현재 도입 수개월만에 몇 대가 고장이 난 엑스레이 장비가 여러 종에 다양한 품목이라 평균 단가 산정이 곤란하다고 궁색하게 해명하고 있으며, 브로커 역할을 한 추아는 무혐의를 주장하며 이런 논란이 현재 추진중인 수십억불의 중국 투자를 무산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통령 직할 반-밀수팀의 빌라팀장은 차량 밀수에 연관된 하원의원이 반-밀수팀의 폐지를 주장하는데 환멸을 느껴 대통령에게 사직원을 제출했다고 5일 발표했다. 빌라팀장은 작년 말 팀이 압수한 밀수차량 24대 중 스포츠카와 럭셔리 차 등 4대가 팀 해체를 주장하는 알바이 지역구 비카라 의원의 소유라고 폭로한 바 있으며, 이 때문에 차량 밀수, 특히 세부지역의 차량 밀수에 관해 그를 벼르고 있는 하원 청문회의 소환 요구에 불응해왔는데 이를 빙자해 의원들이 팀 해체 결의안을 관철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하루가 멀게 드러나는 각종 비리와 더불어 ‘범종교 기도모임’을 표방한 지난 2월29일 아로요 퇴진 시위가 평온하게 마무리됐지만 8만여명이 참석하면서 시민들의 호응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야당과 반 아로요 진영은 대대적인 후속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 시위에는 여단급 군부대가 위관장교들을 중심으로 동원돼 아로요 지지 철회를 촉구할 뻔했으나 군 정보기관이 이를 알고 사전에 예방했으며, 한 퇴역장성이 자기에게 가담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고 에스페론 참모총장이 5일 발표해 군부 일각에서 반대세력이 세불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연합야당은 구체적 일시와 장소는 미정이나 시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4일 발표했으며, 마카티 경제인 클럽과 ‘흑과 백 무브먼트’ 및 필리핀 상공회의소는 NBN 스캔들 상원청문회의 스타 증인이었던 로자다의 모교인 산토 토마스 대학에서 14일 아로요 퇴진 시위를 갖는다고 발표하고 대학생들의 참여를 촉구해 시위 확산을 노리고 있다.

특히 이 단체들은 정치색을 배제하기 위해 코라손 아키노나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같은 정치인들의 연설을 막기로 결의했다고 강조했으나, 중국계 필리핀 상공회의소는 이런 시위가 정치 불안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해 중국 관련 스캔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렇게 정치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타협과 진전을 보이는 부분도 있어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있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여전히 NBN 계약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마이크 아로요 대통령 남편은 4일 옴브즈맨의 소환 조사에 출석해 정면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그가 NBN계약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소문에 불과하며, 베네시아 전 하원의장 아들 베네시아 3세와 골프장에서 우연히 만나 계약을 철회하라고 한 것은 공직자 가족이 직간접적으로 정부와 계약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옴브즈맨은 20일내 서면 진술서를 제출하라고 마이크 아로요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월말까지 서면 진술서를 제출하지 않은 아발로스 전 선관위원장의 변호사는 제출 기일 연장 신청을 옴브즈맨에 요청했다고 말해 아로요 진영이 무시, 외면에서 참여, 해명쪽으로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아로요 대통령은 5일 각료-주교단 연석회의가 있었던 ‘디스카버리’ 호텔에서 공직자의 의회 청문회 출석에 대통령의 사전 재가를 받도록 의무화한 ‘대통령령 464호’를 즉각 폐지한다고 발표해 주교단의 환영을 이끌어냈다. 대법원의 위헌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부 비밀유지와 출석해 반 고문을 당하다시피 하는 공직자들의 건강을 고려해 신중히 개선책을 강구하겠다고 늑장을 부려온 정부가 즉각 폐지에 동의한 것은 사태의 개선이며 민주주의의 회복이기도 하다. 야당측은 정부의 기밀 누설 방지라는 명목으로 증언을 제한하는데 남용돼 온 ‘대통령 특권(Executive Privilege)’도 포기하라고 촉구했지만, 이 또한 증언의 대통령 사전허가제와 마찬가지로 삼권분립원칙과 헌법에도 반하는 무리한 요구다.

민주주의는 ‘피와 투쟁의 산물’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들추지 않더라도 이렇게 필리핀의 민주주의도 과도기의 진통을 겪으며 성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지루한 정치 논쟁 속에서 민생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앙은행은 지난 5일, 2월 중 인플레가 5.4%로 상승해 16개월만에 최고로 치솟았다고 발표한 가운데 ‘빈익빈 부익부’라는 부의 편재현상은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3년 24.4%였던 최빈곤층(1인 1일 생계비 1달러미만)이 2006년말 현재 26.9%로 2.5%가 증가했다고 정부는 5일 논평 없이 발표했다. 2385만명인 극빈층은 2760만명으로 늘었고 가구 수로 환산하면 월 생계비가 6,274페소인 5인 1가족의 빈곤층이 400만가구에서 16%가 증가한 470만가구로 늘어나 것이다. 이는 2004년 28%인 빈곤층을 임기 말인 2010년까지 17-19%로 줄이겠다는 아로요 정부의 중장기 목표가 실현 불가능한 것을 뜻하는 것이니 정부가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론은 작년 말 70일에 걸쳐 1900킬로의 행군을 벌리며 말라카냥까지 행군해 산 미겔 식품의 돼지 사육장으로 바뀌는 자기들의 농지를 돌려달라고 대통령에게 하소연했던 민다나오 부키논 주의 농부들이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행군을 재개한다고 5일 보도했다.

희망은 있지만...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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