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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역사는 되풀이 되는가

김연근의 시사칼럼

등록일 2008년02월25일 12시1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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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02-25
 

지난 19일 필리핀의 정신적 지주이자 정치. 사회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가톨릭교의 주교회의(CBCP)가 개신교와 이슬람교 지도자를 비롯해 변호사협회, 마카티 비즈니스 클럽(MBC) 등 주요 사회단체들의 대표들을 초대해 비밀 회의를 가졌다. 시국이 어수선한 만큼 과거 두차례의 피플파워를 주도하며 마르코스와 에스트라다 두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주축이었던 가톨릭 주교회의가 주도한 이 회동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소집책 크루즈 대주교는 정국 현안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주요 단체들과 의견을 나눈 자리였으며, 29일 ‘초종파 기도 대회’를 열기로 한 것 외에 특별히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 변호사협회 대표로 여기 참석했던 바우티스타 변협회장은 아로요 대통령을 승계해 놀리 카스트로 부통령이 취임하는 것에 대해 논의가 있었고, 부통령의 리더십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고 말해 이 모임의 성격을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29일까지 지속적인 모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혀, 수일 내 최종적인 결과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17일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 주도해 그린힐스에서 열린 NBN 스캔들 상원청문회의 증인인 ‘로자다를 위한 미사’에는 1만여명이 참가했으며, 과거 역대 정권에서 장관을 지냈던 고위 관료 출신 71명이 현 아로요 정권이 역대 정권 중 가장 부패하고 나쁜 정부라고 규정하고 아로요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이어 18일 상원청문회에서 로자다는 “뇌물이 수수되는 것을 알면서도 계약 추진을 지시한 아로요 대통령이 간악하다”는 전 경제기획원장관이자 현 고등 교육 위원장인 로물로 네리의 말을 전해 다시 파문을 일으켰다. 여기에 살세다 대통령 경제수석은 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아테네오 경제 발전 연구소의 공청회에서 대통령을 가장 운이 좋은 암캐(Luckiest Bitch)라고 표현해 구설수에 올랐다. 본인은 7.3% 고도 경제 성장의 이면에 대통령의 노력은 물론 운이 많이 따랐음을 강조하다 보니 농담이 지나쳤으며, 세 차례나 대통령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세간에는 대통령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라며 유행을 타고 있다.

로자다는 21일에는 본인이 또 다른 청문회 증인이자 베네시아 전 하원의장의 아들인 베네시아 3세와 통화한 내용을 정부가 도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을 묘사한 돼지 두 마리가 뇌물을 흥정하는 것처럼 풍자한 그림을 인터넷 ‘유 튜브’상에 올린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2004년 대선 부정을 암시하는 ‘헬로 갈시’ 테이프가 2005년 공개됐을 때 당시 10명의 현직 장, 차관들이 아로요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집단 사퇴한 이른바 ‘하얏트 10인방(Hyatt 10)’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아로요 대통령은 숫한 탄핵, 쿠데타와 퇴진 시위에도 건재해 이들의 집단 사퇴는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렇듯 양심적인 주위 각료들이 고심하고 또는 사퇴하면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베네시아 하원의장의 부인 지나는 말라카냥에는 지난 2001년 축출된 에스트라다 전대통령 때와 같이 심야의 국무회의(Midnight Cabinet)가 열린다고 말했다. 국정은 알지도 못하고 초연한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는 대통령 남편 마이크 아로요가 주관하는 이 국무회의는 경제인, 로비스트 및 정상배들로 구성돼 이들이 국정과 중요 계약을 농단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2001년 축출되기 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도 불법 도박, 담배 에이젠트와 정상배 패거리들과 밤마다 연회를 베푼다는 소문이 파다해 2차 피플 파워 당시 작고한 하이메 신 추기경이 확인 차 시민들과 함께 말라카냥에 진입하기도 했었다.

지난주 필자는 이 모든 의혹과 스캔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제 대통령이 나서야 될 때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아로요 대통령은 과거 수년간 그래왔듯이 딴청 또는 간접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옴부즈맨과 검찰에 공정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거나, 집권 중 30억 페소를 들여 공직자들의 재산 등록제와 라이프 스타일 조사를 통해 비리 공무원들을 단죄해 왔다는 정도의 언급뿐이다.

분예 정부대변인, 곤잘레즈 법무부장관 등이 이런 의혹들을 부정하거나 해명하느라 바쁘지만, 해소되기는 커녕 풍선처럼 부풀려지고 있어 곧 터지기 직전이다.

보수적인 ‘필리핀금융지도자협회(PINEX)’조차 21일 일간지 전면 광고를 통해 모든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라고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비료자금 유용 스캔들‘, 대선 부정에 관한 ‘헬로 갈시 테이프‘, 국가광역전산망 스캔들, 남부 북부 철도 뇌물 의혹, 사이버 교육 부정계약 소문, 말라카냥의 의원 뇌물 진상 등에 대해 대통령 스스로 또는 해당 각료가 청문회에 출석해 해명하지 않으면 경제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금 정부는 잇단 의혹과 시위를 각개 격파하는 데만 급급했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 각료들과 주지사들의 대통령 지지 선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가 하면, 피플파워 기념주간의 시위를 축소시키려고 예년과 달리 25일을 유급 휴일(Non-Working Holiday)로 지정해 빈축을 사는 행태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하도 부패 스캔들과 구설수가 잦은 나라다 보니 외국인들도 시민들처럼 그러려니 하고 무관심하기 때문에 투자 유치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넋 나간 장관들의 말이 아직까지는 맞는 것 같다. 미국의 영화사가 5000만불을 투자해 세트장 설치, 배우와 애니메이션을 양성한다고 발표하고, 필립 모리스사는 연내 2500만불을 투자해 수빅에 연초창고를 지으며, 미국의 유명 콜센터업체 역시 수백석을 증설하고, 한국 일본의 합작사는 3000만불을 투자해 ‘클럽 20’(전국 최 빈곤 지역 20개소)권의 아우로라 지방이 경제 특구로 지정됨에 따라 여러 곳에 얼음공장 등을 건립한다는 투자 발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다. 지금 이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은 연례 행사성이 짙은 예년의 정치적 불안과는 다르다. 찜찜하지만 억눌러 왔던 것들이 쌓여서 터지기 직전의 상황에 와 있는 것이다.

국가 신용도 평가 차 입국해 있는 국제 신용평가기관 S&P는 정치적 불안이 필리핀의 국가 신용도 회복에 걸림돌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사말과 레이테에서는 재작년 수백명이 홍수 산사태로 생매장됐지만 엊그제도 십수명이 홍수로 숨졌다. 마르코스, 에스트라다가 그랬던 것처럼 아로요 대통령도 탐욕에 찬 ‘이너 서클’과 함께 좌초할 것인지, 필리핀에서 역사, 특히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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