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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들은 산으로 갔다

김연근의 시사칼럼

등록일 2008년01월28일 11시3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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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01-28
 

새해 들면서 미국의 경기 퇴조로 세계 경제가 휘청할 것이란 우려로 각국의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고 필리핀 경제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지만, 필리핀의 정계는 아직 아랑곳이 없다. 의회는 여전히 휴회 중이고 아로요 대통령은 일주일간의 스웨덴과 중동 순방길에 오른 가운데, 정치인들은 2010년 대선을 겨냥한 편가르기와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일명 ‘서민 대통령’으로 인기가 높은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면서 킹메이커 역할에 여념이 없고, 이 영향을 받아선지 이른바 대선주자들도 입을 열면서 대권 행보에 들어갔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자신이 출마할 수도 있다는 에스트라다의 발언에 대해서, 아로요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는 2010년에는 여야를 나눌 의미가 없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는 후보 단일화가 굳이 필요 없다고 로렌 레가르다 상원의원은 맞받았다. 작년에 전국 1위의 득표율을 자랑하면서 상원의원에 당선된 데서 갖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비교적 말을 아끼는 여권 일각에서도 놀리 부통령과 빌라 상원의장의 러닝메이트라면 무적일거라면서 이들의 제휴를 부추기고 있으며, 이외에도 락손, 로하스 의원 등도 대망을 드러내고 있다.

산적한 현안을 제쳐놓고 2년도 더 남은 대선을 이슈로 삼고 있는 정치인들을 나무라는 것은 이유가 있다. 왜 이들은 국가의 근본적인 문제와 풀어야 할 현안을 외면한 채 대권에 연연하고 있는가.

입법을 게을리해서 국가 항공관리 등급이 추락하고 이로 인해 필리핀, 세부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은 탑승객에게 외면당함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과도한 점검을 받고 있다. 항공관계자들은 입법만 되면 3개월 내에 다시 A등급으로 원상회복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작년 말 1700킬로를 행군해 대통령 궁에 분배가 약속된 농지를 받게 해 달라고 호소했던 부키논주 수밀라오의 농민들은 이미 돼지 농장 시설에 투자한 산 미구엘 식품사에 수억 페소를 지불해야 농지를 반환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듣고 허망감에 쌓여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정치인들이 현안을 뒷전에 팽개치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톨릭주교회의를 비롯한 종교단체들이 나서고 있다. 지난 21일 가톨릭 등 주요 종단 지도자들과 정부 각료들이 비밀리에 회동을 가졌다. 오전과 오후 늦게까지 계속된 회의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나도는 말들을 종합해보면 종교단체 지도자들은 농어촌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지 개혁법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과 공산 반군과의 평화회담을 중재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8900만 국민의 과반수가 농수산업에 종사하면서 국내 총생산의 20%밖에 창출하지 못해 빈곤이 항존하는 농촌경제를 회생시키는 유일 최선의 해결책은 농지 개혁밖에 없지만, 100년 넘게 추진해온 토지개혁은 지주들의 반대와 정부의 추진 의지가 빈약해 10%대의 진도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러다 보니 노는 땅이 있어도 농사지을 땅은 부족하고, 소출이 부족한 농가의 빈곤은 악순환일 수밖에 없다. 견디다 못한 농민들은 농지를 무상 배분하고 노동자 농민의 천국을 건설하자는 공산당의 선전에 솔깃해 이들 반군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한때 영농기법을 전수하며 주요 쌀 수출국임을 과시했던 필리핀은 이제 식량이 부족해 매년 10%의 쌀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농림부는 22일 작년에 쌀 수확량이 5.96%가 늘어 1600만톤이 됐지만 금년에도 쌀 160만톤과 옥수수 150만톤을 수입해야 된다고 발표했다.

농지개혁은 필리핀의 역대정부가 수십년간 당면해온 국가 최대의 과제다. 입법 취지에 맞춰 강력하게 농지개혁을 추진하면서 지주들의 횡포를 엄단한다면, 공산반군 문제, 빈곤 문제, 식량자립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고 나아가 농촌경제가 활성화되면 경제성장도 탄력을 받게 되는 사안이다.

세계 8대 불가사의로 일컬어지고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푸가오의 계단식 논은 2, 30평 남짓한 논 수십만 개가 해발 800미터 60, 70도의 경사진 산지를 따라 이어져 그 총 연장이 지구 반 바퀴에 달하는 2만2400킬로나 되는 필리핀의 자랑거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근 2000년간 이어진 비극적인 필리핀의 농민 수탈사가 빚어낸 작품이다.

농민들이 왜 산으로 가고, 왜 반군이 됐는가는 누구나 아는 주지의 사실이지만 21세기에 접어든 필리핀이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는 과제다.

자의 반, 타의 반 2010년의 대권주자로 나선 그 누구도 농지개혁을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는 작금, 이 슬픈 현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구국의 영웅이 절실하기만 하다. ***

서두에 경제 상황을 언급했지만, 10년 전 외환 위기를 유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은 제 2차 세계대전 후 60년 만에 가장 큰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IMF도 동남아 각국도 경기 퇴조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을 권고하고 경제전문가들도 주의보를 발하고 있다.

진보적이다 못해 약간 좌익성향이 있는 여론조사기관인 이본재단은 미국의 불경기로 필리핀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가상 시나리오의 개요를 보면 동남아국가중 가장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필리핀은 미국의 수요감소로 수출이 줄고 콜센터가 침체되며 미국에 취업중인 수십만 해외근로자의 송금이 줄 것이다. 또 미국과 관련된 직 간접 투자도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콜센터와 해외근로자들의 주문으로 호황을 구가하며 경제성장을 선도하는 건축경기마저 위축돼 경제 성장율이 반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대미 수출비중이 2000년 30%에서 2007년 18%로 감소한데다 중국 비중이 늘어 타개가 가능하고, 콜센터는 오히려 미국 기업들의 비용 절감 노력으로 더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취업자들은 12만명의 간호사를 비롯해 의사, 회계사, 엔지니어, 컴퓨터프로그래머 등 대부분이 기능직이므로 역시 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 일례로 미국의 워싱톤주에는 초등학교 교사로 필리핀 여교사 10명이 취업 중인데, 주정부가 인력부족으로 초등학교 선생 수십여명을 필리핀에 주문한 것을 인용했다. (한국은 영어 원어민 교사를 충원한다면서 필리핀을 원어민 국가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원어민국인 미국은 필리핀 교사를 선호하니 이것도 아이러니다.) 또 테베스 재무장관은 미 연방 준비위원회가 파격적으로 7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 만큼 금융위기가 조만간 수습될 것이며, 6.3-7.0%로 잡은 금년도 경제성장률을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필자도 경제의 기본적 제반 지표가 탄탄하고 저변이 확대된 만큼 일방적으로 전개되는 시나리오에는 공감할 수 없고 오히려 정부측 의견을 지지한다. ***

지난주 여자 골프 월드컵 중계를 지켜본 골프팬들은 한국과 필리핀이 벌린 접전을 흥미 진진하게 지켜봤다. 막판에 2타차로 역전 당해 우승을 내줬지만 수년 내 다시 우승 기회가 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필리핀 골퍼들도 세계 정상권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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